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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만 모르는 이야기 ― 일편단심 수인의 시

24.08.05 ㅂㄷㅈ 님 운문 커미션 (총 860자)

누나만 모르는 이야기 ― 일편단심 수인의 시

검은콩에서는 달달한 향이 난다 밥을 먹으면 콩은커녕 고기나 한 점 집어먹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제 본 콩은 이토록 매끄럽고 사랑스럽다 웃기지

나도 무언가를 그저 지나칠 때가 있었는데 젓가락을 휘젓는다

접시에 옹기종기 모인 콩들은 맥없이 밀리다가 마침내 한 알이 하나뿐인 일등 상품처럼 가볍게 묵직하게 인상적이게 그리고 기적같이 튀어오른다

누나, 우리는 인연이 인연인 줄도 모르고

누나의 친구가 쪼개어 준 반쪽짜리 인연을 씹었지 쫀득하게 늘어나는 것이 치아에 달라붙고 그땐 입을 벌리기만 하면 새콤달콤한 향이 났어 근데 그거 알아, 누나 나는 그것보다 누나에게 다가가면 나는 향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 그땐 그게 무엇이 될 줄도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잠시 누나의 얼굴을 보다가

뭐 하고 놀까?

오늘은 저번에 하고 싶다고 한 거 다 해 볼까?

우선 서로 잔을 부딪히며, 짠

바보 같은 얼음 알갱이들이 씹힌다

딸기맛 슬러시에서는 인공 딸기 향이 난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얼음보다 투명하고 나는 손등으로 땀을 닦아내며 공원 한복판에 서 있다 그때

순진하고 해같이 맑은 내 심장도 얼굴을 붉히는 때가 있지

내 가슴을 열어보면 설탕 코팅을 한 심장이 수줍게 웃고 있지

쉿!

말하면 안 돼 이건

누나만 모르는 이야기

나는 억지로 비운 슬러시 컵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얼얼한 손으로 떨어진 검은콩을 주워들면서 비정상적인 매끄러운 윤곽을 본다 놓치면 잃어버릴까 손에 힘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어째서

나는 아이들 몰래 검은콩을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태양은 뜨겁고 나는 반질반질한 햇빛 아래에서 콩을 씹는다

으깨진 콩 안에선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어쩌면 이건 그때 맡고 말았던 누나의 향

헤헤

입에선 어쩐지 아낌없는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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