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작업물

[커미션][짓큐사니] 어떤 사랑의 말

[오마카세 타입] 김제스님이 신청하신 글커미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어떤 사랑의 말

 

 

 

 

 

 

 

 

 

 

 

 

맛있는 냄새가 난다. 어떤 냄새인지 알고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된장국 냄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이겨내고, 껌뻑껌뻑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느릿하게 이부자리에서 일어난 카호가 부엌 쪽을 바라보면, 시야에는 앞치마를 한 짓큐가 일어났어? 하고 웃는 모습이 들어온다.

 

“아침 먹자, 카호씨. 해장해야지.”

 

“네에…”

 

잠이 덜 깬 것이 명백한 음율의 대답 소리를 들은 짓큐는, 거실 한가운데까지 카호를 데리러 와서, 부축 아닌 부축을 하며 천천히 카호를 식탁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카호가 의자에 앉을 것을 확인하곤, 당연하다는 듯이 반대편에 앉았다.

 

“자, 일단 물부터 마시고. 목 많이 마를 텐데.”

 

카호 앞에 놓인 투명한 유리컵 한가득 물이 채워진다. 그 말대로 어쩐지 목이 많이 말랐기에 카호는 벌컥벌컥 컵 안에 담긴 물을 다 마셨다. 미지근한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있자, 짓큐가 수저를 건네준다.

 

식탁 위에 준비된 음식은 예상대로 된장국이다.

 

괜히 젓가락으로 휘적거려 들어간 뭐가 들어갔는지 살핀다. 무와 순두부, 감자와 양파. 밥보다 먼저 국그릇을 들어 국물부터 마셔본다.

 

목구멍을 통해 넘어간 국물이 위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안에 들어간 양파를 씹으면 맵기는커녕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된장도 너무 진하지 않고 은은해서 은근한 감칠맛이 나서 산뜻하기까지 하다. 술 마신 다음날 먹는 된장국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마음이 한없이 따끈따끈하고 훈훈해진다.

 

보통 두부가 아니라 순두부가 들어간 것도 좋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듯이 스러지니까.

 

“짓큐씨는 괜찮아요?”

 

“카호씨가 술 마시면 난 안 마시는 거 알잖아. 난 괜찮아.”

 

방금까지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위장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가? 배고픔이 느껴졌다. 카호가 한 그릇 더 떠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짓큐가 만류하며 국그릇을 가져간다. 다시 된장국이 가득 담긴 국그릇이 앞에 놓인다. 이번에는 좀 맵게 먹고 싶어져서, 시치미통을 찾으니, 마음을 읽은 것 마냥 짓큐가 집어 건네준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아 맛있다. 멍하니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어떤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 나간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그 말을 하는 것에 있어 카호의 안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생기지 않았다.

 

“짓큐씨는 사랑받는 남편이 되겠네요.”

 

그리고 그에 대한 짓큐의 반응이 또 장관이었다.

 

“응. 많이 사랑해 줘.”

 

남은 된장국에 밥까지 말아서 싹싹 비우자 슬슬 배가 부른 게 느껴진다. 과일도 먹어야지, 라며 짓큐가 씻어준 블루베리를 두 알씩 집어먹고 있으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 내가 방금 무슨 헛소리를 했지? 찬물이 끼얹어진 듯 정신이 확 들었다. 아니, 그런 헛소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저런 대답을 하는 저 사람은 대체 뭘까.

 

"혹시 어제 저, 취해서 무슨 이상한 일 하진 않았나요."

 

카호는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지긋이 눈두덩이를 주무르며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아,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

 

"기억 나지 않는 거야? 그렇구나...”

 

짓큐가 말끝을 흐리자, 카호는 대답을 재촉하듯 빤히 짓큐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짓큐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응, 아무 일도 없었어."

 

오히려 그 대답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 100퍼센트 뭔가 있었다.

 

 

 

 

 

 

 

 

 

 

 

***

 

 

 

짓큐 미츠타다에게 있어서, 회식은 꽤 즐거운 일이다.

 

“시작하지. 해야 할 건 명백하니까.”

 

정화부의 부서장인 노리무네의 건배사를 시작으로,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화롭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사람이 많으니, 음식을 이것저것 많이, 다양하게 시킬 수 있어서 이런 음식도 있구나~하고 감탄하는 것도 신이 나는 일이었다.

 

“맛있는 술과 맛있는 밥, 의리와 인정에 찬사를.”

 

제각각 무슨 음료를 시켜서 마시나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대부분은 술을 마시는데, 맥주에서 칵테일까지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했다.

 

“미스미는 오늘도 무적이네. 벌써 몇 잔짼데 얼굴에 붉은 기 하나 안 도는 거 봐.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자자, 이거 마셔봐. 내가 이번에 배워온 소맥 황금비율인데-”

 

“맥주면 튀김 더 먹고 싶어지는데…사장님 여기 토란 튀김 추가로 주세요.”

 

“아, 사장님 저는 고기 감자 고로케요! 매실주 온 더 록이랑!”

 

취기가 오른 동료들은 짓큐가 지금 뭘 마시고 있느냐, 어떤 맛이냐 물어보면 거절하는 일 없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제 몫의 우롱차를 마시며 설명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왁자지껄했던 회식이 끝나고 해산한 다음, 귀가해서 카호의 드문 면모 보는 것도 신선한 일이다.

 

현관문이 띠링, 소리를 내며 닫히고 나면, 그때부터 카호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표현하자면, 닫힌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내리는 장대비와 같다. 눈으로는 주륵거리며 비가 내리는 소리가 보여도, 귀에는 닿지 않는, 그런 풍경.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 카호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울기 시작해서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놀랐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카호가 허물 벗듯 벗어 던진 신발을 정리하고 카호를 따라가 보면, 카호가 주저앉아있는 장소는 부엌, 냉장고 앞이다. 열려있는 냉장고 앞에서 뭔가를 끌어안고 흑흑, 으흑흑, 하고 우는 소리가 구슬프다.

 

“마요네즈 씨가 죽었어…내가,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오늘은 마요네즈 씨부터 시작이구나. 지난번엔 케챱 씨였지. 근래에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또 유통기한이 지난 모양이다. 짓큐는 그런 카호를 잠시 그 상태로 내버려둔 채, 마요네즈 씨…하고 반복하여 애달프게 부르는 카호의 목소리를 들으며 에어컨을 켜고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냉장고에서 꺼낸 마요네즈를 붙들고 계속 사과를 하는 카호의 손에서 마요네즈를 빼내었다. 유통기한이 지났으니까 정리해야겠지. 내일 아침에 잊어버리지 않게 보이는 곳에 두자. 짓큐는 조리대 위에 마요네즈를 올려두었다. 그 후에, 냉장고 문을 닫고 주저앉아있는 카호를 보고 조금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이부자리 위로 옮겼다.

 

“있잖아요 짓큐씨, 계란은 왜 깨져버리는 걸까요?”

“하지만 계란이 깨지지 않으면, 우리는 계란 후라이를 해먹을 수 없는걸.”

“그건 싫은데……그치만 계란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카호씨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랑 오므라이스도, 계란이 깨져야 만들 수 있으니까.”

 

이부자리에 카호를 눕게 하고, 베개를 제대로 벨 수 있도록 조정 해주고, 정리를 좀 하러 떠나려고 하자, 카호가 짓큐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짓큐씨…하고 부르는 게 또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왜 그래, 카호씨.”

 

“짓큐씨 어떻게 하죠. 짓큐씨가 없어요. 술집에 두고 왔나봐…”

 

“짓큐씨 여기에 있는데.”

 

“빨리 전화해서 오라고 해야겠다…휴대폰, 휴대폰…”

 

“나 여기에 있잖아, 카호씨.”

 

“왜 안 받지…짓큐씨가 전화를, 안 받아요. 짓큐씨. 어떻게 하지……”

“카호씨의 짓큐는 여기에 있어.”

 

겨우 짓큐의 말을 받아들인 건지, 울상이 된 얼굴로 카호가 짓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 진짜다. 짓큐씨 여기에 있네. 다행이다……”

 

짓큐는 카호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지, 카호씨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바라는 것은 그 곁에 자신이 있는 것뿐이다.

 

그렇게 이불을 덮어주고 그 위로 손을 올려 토닥여주고 있으면, 카호가 이야기하는 주제는 또 바뀐다.

 

“짓큐씨, 진짜 진짜 좋아해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고백의 말을 내뱉던 카호가 몸을 일으키다 휘청거렸다. 짓큐는 이불 위로 쓰러지려는 카호의 몸을 익숙하게 받아냈다. 짓큐의 품이 안심되었는지, 아니면 마음에 들었는지 카호가 엉금엉금 더 깊숙이 짓큐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카호가 어리광을 부리듯 안기자, 짓큐도 빈틈없이 꼭 카호의 몸을 끌어안았다.

 

“카호씨는 내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데?”

 

“어떻게 짓큐씨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렇게 잘생기고 다정한데….”

 

“하하, 더 잘생기고 다정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한테 가버릴 거야?”

 

“세상에 짓큐씨 같은 사람은 더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사람은 아니지만.

 

농담처럼 덧붙인 말에도 불구하고, 불변의 명제를 말하듯, 양손으로 짓큐의 뺨을 잡으며 그 말에 대답하는 카호의 눈빛이 또렷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이마에 한 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차려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

 

뺨에 한 번.

 

“완벽한 약속은 장담할 자신이 없어서 허풍조차 쳐주지 않는 사람, 그렇게 솔직한 부분이 참 좋은 사람.”

 

입술에 한 번.

 

“정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어……”

 

입술로 짓큐의 얼굴을 덧그리고 나서, 카호는 배시시 웃었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짓큐씨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고, 내가 하는 말 듣고 웃어주면 기쁘고...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짓큐씨가 있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힘이 되는 걸요……”

 

사람의 눈물은 짠맛이 나는구나.

 

카호가 하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들으며 짓큐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면 그건 전부 다 짓큐씨가 곁에 있어 준 덕이에요.”

“카호씨는 내 그런 점을 좋아하는구나, 나한테 카호씨가 좋아할 만한 부분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런데 나는 그런 짓큐씨에 비해서 너무 하찮아……”

 

“하찮다니, 왜 그런 말을 해. 카호씨.”

 

“나는 남들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나은 점도 없는 사람이에요.“

 

카호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좀 더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당신이 없으면 그러지 않겠지. 그게, 너무 무서워.”

 

착잡한 표정을 지은 카호가 짓큐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나한테 좀 더 그럴듯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텐데. 무력함 같은 걸 느끼지 않을 텐데. 그래서 너무 비참해……”

 

잠자코 카호의 말을 듣고 있던 짓큐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주인이라서, 사람의 몸을 얻고 처음 만난 사람이 나라 짓큐씨는 나를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몰라요. 알아, 도검남사한테는 주인이 소중하다는 거, 그걸 아는데, 나는 다른 것도 가지고 싶어. 세상에서, 단 한 명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먼저 선택해 줬으면 좋겠어.”

 

완벽한 약속은 장담할 자신이 없어서 허풍조차 치지 않는, 그렇기에 꾸밈없는 솔직하게 구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카호의 짓큐가 온 마음을 다해 카호의 말을 수긍했다.

 

“나는 언제나 카호씨를 선택할 거야, 약속할게.”

 

“나한테 짓큐씨가 과분한 거 아는데, 헤어지고 싶지가 않아요.”

 

“카호씨, 왜 그런 걱정을 해. 우리는 계속 함께 있을 거야.”

 

“짓큐씨랑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짓큐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카호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조금 떨리는 손길로 짓큐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혹시나 그가 어디론가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듯이. 그 작은 손에는 뻗뻗하게 힘이 들어가 있다. 짓큐는 그런 카호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런 주제에 짓큐씨를 독점하고 싶어.“

 

짤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어떤 말보다도 심부를 부여잡는 사랑의 말에 짓큐가 멈칫하고 있을 때, 카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으면 좋겠어. 이런 나를 알아버리면, 당신은 더 이상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지.”

 

“언제나 카호씨가 나를 좋아하는 거보다, 내가 더 많이 카호씨를 좋아할 거야. 자신할 수 있어.”

 

“정말로?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쉴새 없이 말을 하던 카호는 그제야 잠깐 말을 멈추고 가만히 숨을 몰아쉬었다.

 

“이상해,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어딘가 고장이 나버린 것 같아…. 진짜 왜 이러지…”

카호씨를 보면 늘 웃음이 나는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어설픈 미소조차도 지을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여기, 카호씨의 옆에 있는데. 카호씨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걸까. 내가 하는 위로가 카호씨에게 힘이 되거나, 기운을 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카호씨를 끌어안고, 토닥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게 나라서, 다행이다. 짓큐 미츠타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토닥이고 있으니, 카호의 몸에서 힘이 사르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취기가 졸음을 데려왔는지 어느덧 눈꺼풀이 닫혀있었다.

 

편히 자게 눕혀줘야 하는데, 어쩐지 품 안에서 내려놓고 싶지가 않았던 짓큐는 카호를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카호의 어깨에 묻은 얼굴이 조금, 열기에 잠식된 듯 붉었다.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든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처럼 호흡을 한 번 내뱉는 것조차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에어콘에게 미안하게도, 꼭 달라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몸이 서로의 온기로 데워진다. 에어컨이 만드는 냉기와 카호의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의 온도 차가 잣큐의 정신을 한층 더 명료하게 만들었다.

 

짓큐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다른 감각들이 더욱 많은 자극들을 받아들인다. 고른 숨소리,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익숙한 체취, 사람의 몸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 짓큐는 가까스로 호흡했다.

“나는, 카호씨가 제대로 깨어있을 때 말할래.”

 

나도 카호씨의 고백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테니까, 카호씨도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어떻게 하면 카호에게 받은 사랑의 말에서 느낀 기쁨과 행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 짓큐 미츠타다는 지금부터 천천히 고민해야 했다.

 

 

 

 

 

 

 

 

 

 

 

 

 

 

 

 

 

 

 

***

 

 

 

카호는 그 나름대로 고집이 센 자신의 연인을 바라본다.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는 짓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 얼굴이 어쩐지 얄미워서 조금 토라진 기색을 비추는 카호에게, 짓큐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뺨에 닿은 손가락 끝은 조심스럽고, 다정하기 그지없다.

 

“있지, 카호씨.”

 

당신에게는 언제나 고르고 골라,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않았을까 봐 두려운 건데. 당신은 그런 내 조바심 같은 건 하나도 모르지.

 

“나도 정말, 정말로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카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짓큐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덥지 않은데도, 얼굴에 열이 오르고 어쩐지 귓볼이 뜨겁다. 짓큐는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손을 뺨에서 옮겨 카호의 귓가를 천천히 매만졌다.

 

그 다정한 손길에 카호는 차마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꾹 다물고 말았다.

 

대체 간밤의 나는 무슨 추태를 부린 걸까?

 

카호의 혼자만의 수수께끼는,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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