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히메] 고백 연습

카프카의 고민

스타레일 by 한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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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대략 2100 엠버기원 전부터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엠버기원 원년 이전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르고. 다시 한번, 사랑은 무엇인가? 모두 다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당장 사랑의 필요성에 의문 짓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직 해보지 않아 웃어 넘기는 이도 있으며,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며 어깨를 두드리는 이도 있겠지. 답변이 모두 다른 까닭은 사람의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달라서? 각자의 경험으로 구분되나?

이런 철학적 고민을 하는 까닭은, 카프카가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딱히 느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으니까. 책에서의 사랑은 모든 걸 내다버려도 좋다는 듯 열정적이며 강렬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는 아녔다. 대본에 그런 내용은 없었으니 오지 않을 미래긴 하지만,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따지자면 꽤나 강한 호감. 정확히는 흥미가 있었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붉은 머리와 호박빛의 눈동자는 누구나 매력적으로 느낄 법했다. ‘그녀’는 장미를 닮았다. 사랑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눈길이 가긴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감정을 일단 ‘사랑’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평소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자연스레 무얼 해야할지도 몰랐다. 사랑한다. 사랑하면? 고백을 한다. 기적의 논리로 카프카는 일단 고백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고백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니 또다시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널 사랑하는지는 모르지만 좋아하기는 해. 사귀자. 아무리 연애에 연자도 몰랐던 카프카라도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애초에 그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긴 하던가? 확실한 것은,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단호한 구석이 있는 그녀는 싫다면 분명하게 자신을 끊어냈을 테니까. 좋아하면 무슨 태도를 보이지? 아마 조금 더 부드럽고 온유하지 않을까 싶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태도를 고수해 온 그녀에게서 호감을 지녔는지 아닌지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의뭉스러운 미소의 포커페이스로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평이 많은 카프카는 일단 그리 생각했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볼까 하니 이도 시원찮았다. 은랑? 미… 연시였나. 어느 게임의 대사나 알려주지 않을까 싶다. 블레이디? 관심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임무에 나갔다. 샘? 샘은…… 전투 밖에 모른다. 어느 행성에서 유래됐는지 모르는 꽃점이라도 해보라고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나열한다? 기각. 자신조차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니까. 그저 한 번씩 눈길을 주던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그녀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거니까. 구태여 말할 이유도 못 느낀다. 사귀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지 않으려나.

카프카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흥미에 바탕을 둔다. 물론 환락의 에이언즈인 아하의 사도들 정도는 아니다. 엘리오의 대본에 맞춰 이곳저곳을 누비며 임무를 끝마치지만, 명시되지 않는 한 그 방식과 이외의 기타 등등은 자유다. 그 시간 동안 카프카는 코트를 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는 기본적인 일상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날보다 관심사를 따라가는 날이 더 많을 테지. 며칠 전만 해도 그렇다. 오랜만이긴 했어도 그 여자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그건 ‘일상’의 한 부분보다는… 흥미를 쫓은 것에 더 가까웠다. 지금 카프카의 흥미는 모두 히메코에게 쏠려있으니까.

각설하고, 왜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지 묻는다면 들려줄 말은 하나 뿐이다. 아무래도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실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카프카는 빠르게 결정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그걸로 됐다. 어느 방식이든 상관 없겠지. 그저 자신이 ‘카프카’이기만 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간결하게, 자신처럼 이야기를 하자.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널 좋아해, 히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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