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Knight of Swords
인퀴 컬렌맨스... 인데 로맨스적 요소는 크게 없는듯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블린은 군인보다는 정치가에 가까운 사람이라 컬렌이 보기엔 꽤 말랑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함
게다가 컬렌은 그냥 군인도 아니고 무려 개인 카드로 소드나이트를 받은 사령관인데…
최근 1.5회차 하면서 둘의 성향 차이가 전보다 훨씬 와닿더라고요 실제로 이블린(을 조종하는 뒷사람)은 아군 병사 죽이기 싫어서 영향력을 120이나 날렸으며 (글 쓰면서 찾아보고 기함함… 그 정도로 큰 손해가 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아무튼 그래서 컬렌이 비교적 말랑한(?) 심문관에게 칼을 쥐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런 글이 보고 싶었음 자기가 휘두른 칼에 되려 찔리는 일이 없도록요
근데 저는 군사학 이런 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개 대충 날조했습니다 허점이 보여도 그렇구나~ 하고 넘겨주시길
컬렌은 사령관으로서 심문관이 내린 명령을 모두 지켜보았다. 이블린이라는 개인이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 것에 능한 것과 별개로—컬렌은 아직도 이블린이라는 사람이 가진 개인적인 고민이나 생각들을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심문관이라는 역할로서의 이블린은 퍽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랬다. 자비로운 지도자.
그의 통치는 어머니가 제 가족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었다. 심문관은 제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자애로웠으나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지곤 했다. 그럼에도 본인이 정해둔 선을 넘진 않아서 도를 넘는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또 제 품 안의 사람들만 싸고돈다기엔 그의 대의는 분명 하늘보루 밖, 테다스 전역에 닿아있었으며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일 줄도 알았다. 그러니 우리의 심문관은 분명 안드라스테의 전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그렇지만…
컬렌은 일련의 보고서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헤이븐에서 있었던 일들, 그간의 작전 보고서와 직전에 있었던 아다만트의 일까지. 다시 검토해도 결론은 동일했다. 그의 주군에게는 분명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무슨 일이죠, 사령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이블린이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섰다. 작전회의가 끝난 후 컬렌이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컬렌은 직위상 ‘이블린’과 ‘심문관’을 구분하긴 힘들었으므로 이블린은 눈치껏 이것이 사적인 용무인지 혹은 공적인 용무인지를 알아차려야 했는데, 컬렌의 표정이 평소보다 굳어있었던 데다 어딘가 심각해 보이기까지 했으므로 이블린은 이것이 공적인 용무라는 걸 확신했다. 사령관이 이렇게 공적인 용무로 자신을 독대하는 일은 드문 편이라, 이블린은 사령관실로 향하는 동안 자신이 잘못한 게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짚었다. 그도 그럴 게, 제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할 때의 사령관은 어릴 적 어머니가 자신을 혼낼 때와 꼭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므로. 혹시라도 내 판단 실수로 큰 피해가 생긴 걸까? 이블린은 울렁거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평소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래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관점에서 드리는 직언입니다마는.”
“말씀하세요.”
컬렌을 바라보는 이블린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걸 보며 컬렌은 이블린이 제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는 걸 알았다. 피차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애당초 컬렌은 말을 부드럽게 돌려서 하는 재주 따윈 없었으므로 말했던 대로 그 어떤 미사여구조차 없는 직언을 던졌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마치 숙련된 창병이 던진 예리한 투척 창 같은 한마디였다.
“심문관님께서는 아군의 손실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고 계십니다.”
컬렌은 자신의 주군을 꽤 오랜 기간 지켜보았다. 정찰대를 구하기 위해 산길로 올라갔던 것, 헤이븐이 무너지던 날 동생을 대신하여 위험 속으로 뛰어든 것, 서리등 산맥 부근의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붉은 성기사 추적을 포기한 것, 아다만트에서 자신은 괜찮으니 병사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던 것… 그 모든 것이 심문관이 지나칠 정도로 아군을 아낀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컬렌 역시 아군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아니며, 오히려 아군의 손실을 기꺼이 여기는 주군이야말로 폭군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심문관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처음에 컬렌은 그가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반 병사도, 지휘관도 되어본 적이 없기에 필수 불가결한 희생을 유독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한참을 더 지켜본 후에야 컬렌은 그보다는 심문관이 대사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조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눈앞의 아군을 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 말이다. 사람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걸 위해선 먼 길을 돌아갈 수도 있는 그러한 사람. 이는 분명 숭고하고 도덕적인 가치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전쟁에 적합하진 않았다. 테다스 남부, 나아가 테다스 전체의 명운을 쥐고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했다. 산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아끼는 나무를 베어낼 수 있어야 했다. 나무 몇 개 구하자고 숲 전체를 불태울 순 없는 일이 아닌가.
헌데 컬렌이 보아 온 심문관은 그러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물을 끌어올 방도를 찾을 사람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물을 끌어와 산불을 끌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전쟁에서는, 특히나 강대한 적을 상대하고 있는 중에는 그런 요행에 기댈 수만은 없었다. 그게 단순한 요행이 아니라 제 모든 힘을 끌어모아 구해 온 방도라면 더더욱 지양해야 했다.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전력을 다하고 쓰러지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컬렌이 파악한, 심문관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었다. 지나치게 자애롭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안드라스테의 전령은 분명 필요하다 생각되면 기꺼이 불구덩이 속으로 제 몸을 던질 테지. 컬렌은 아직도 망설임 없이 성당을 뛰쳐나가던 이블린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숨이 턱 막혔다. 그건 사감을 제하고 보더라도 무척이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심문관은 체스판 위의 왕이나 다름없다. 폰 몇 개 살리자고 왕을 버렸다간 처참하게 패배할 뿐이다. 헌데 심문관은 여전히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혹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가 사라지더라도 제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심문관이 있어서? 아니면 제 목숨을 내버리는 취미라도 있는 것일까?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이해라도 되련만, 컬렌은 언젠가 이블린이 자신의 최우선 가치는 생존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말했던 생존이 비단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걸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면, 이미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이 생존할 수 없을 거란 계산을 끝내 될 대로 되란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거나… 그의 연인은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그만큼 고집이 센 사람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순응이 빠른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
어때요, 컬렌,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쩔 겁니까? …이블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 컬렌은 그때 이블린이 — 자신의 심문관이 어떻게든 돌아올 방도를 찾았기에 가겠노라 자원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린 죽겠지만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순 있죠. 많은 이들은 이런 선택권조차 얻지 못합니다. 심문관은 그저 자신의 선택권을 사용한 것뿐일지도 모른다고.
“심문회의 모두가 대의를 위해 제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들을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실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는 심문회의 대의를, 그리고 심문관인 당신을 위해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우리 주둔지가 공격당한 그날의 광경이 머리에서 떨쳐지지 않아요. 가장 먼저 무기를 잡고 나선 게 누구였는지 아세요? 일꾼들이었어요. 우리 대의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이었죠. 조세핀이 묘사한 그곳에 이블린도 있었다. 작고 조용했던 헤이븐이 처참하게 파괴되던 날,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수많은 병사와 민간인들이 처참하게 스러졌다. 이블린이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개중 이름을 외우고 있었던, 운 좋게 그 목소리가 닿았던 극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정신없이 적들을 죽이고 남은 이들을 대피시키면서도 이블린은 그 광경을 하나하나 눈에 가득 담았다. 그때 제 두 눈이 벌개졌던 것은 아마 그러느라 눈을 감는 법조차 잊어버렸기 때문이리라.
코리피우스는 그들의 목숨을 간단하게 빼앗더군요. 첫 불길이 일어난 직후 사방이 절규로 가득 찼고, 수많은 이들이 잿더미로 변했어요. 이블린이 알고 있던 전쟁은 어디까지나 책 속의 지식에 불과했다. 얄팍한 책장 위 건조한 잉크 몇 방울로 서술된 단조로운 문장들. 어렸을 적의 이블린이 배운 것은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이었지, 생명으로 죽음을 만들어내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블린이 아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방법이었다. 제 울타리 안의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들 말이다. 그마저도 십수 년이 지난 탓에 낡고 바래서 그 아래에 새로운 종이를 덧대거나 철 지난 문장을 고쳐 써야만 했다.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있는, 협회에서 배운 지식은 더더욱 이 일과 무관했다. 기껏해야 제 바람과 다른 일에 불평하지 않고 얌전히 순응하는 방법 정도가 전부였으니. 물론, 이블린이 그나마 비전투 인력으로 낙오되지 않은 것은 그곳에서 자신의 마법을 다루는 법 — 그것으로 사람들을 죽이거나 지키는 방법을 익혀왔기 때문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니 결국, 이블린은 전쟁을 모른다. 한평생 트레벨리안 저택과 오스트윅 협회 탑에서만 살아온 탓이다. 제 두 번째 보금자리가 박살 난 뒤에야 겪게 된 치열한 현실도 작금의 현장에 비하면 새 발의 피조차 되지 못했다. 이블린은 자신이 이런 책임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성기사들을 피해 도망쳤을 때도, 닻을 품은 채 감옥에 갇혔을 때도, 결국은 심문관의 이름으로 칼을 높이 들었을 때도 이블린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살아남는 것. 살아가는 것.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과 함께. 그런 소박한 바람도 피바람이 멈춘 뒤에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그 피바람을 멈추기 위해선 또 다른 피가 필요하다는 걸 애써 외면해 왔다. 제 충직한 사령관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어 본 것일 테다.
“…나는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아니요. 심문관님께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 자리에 계신 겁니다.”
“그 둘이 다른가요?”
“다릅니다. 병사 하나하나의 목숨에 발목을 잡혔다간 결국 저희 모두 죽게 될 테니까요. 분명 심문관님께서도 그 점을 모르시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령관의 말은 틀린 구석 하나 없었다. 이블린도 제 사람 몇을 살리겠다고 더 큰 기회를 날려버린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비효율적인지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이블린에겐 그들도 그냥 사람이었으니까. 체스판 위의 말이 아니라, 그 옆에서 저와 함께 숨 쉬며 웃고 떠드는 평범한 사람. 자신이 체스판 위의 왕이 아니듯 그들 역시 체스판 위의 폰이 아니었다.
컬렌은 특히나 심문관의 그런 생각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애당초 컬렌은 제 주군이 연민에 휘둘려 치명적인 실수를 할 정도로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며, 설령 그런 사람이라 할지라도 제가 사령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심문회는 심문관뿐만 아니라 자신과 대사, 첩보대장이 함께 이끌어가는 단체이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컬렌이 이런 입바른 소리를 해가며 심문관을 걱정하는 이유는 그가 저지를 비슷한 실수 때문이 아니라, 그의 어설픈 연민을 내버려두었다간 끝내 스스로를 망가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희생 없이 전쟁을 이기는 건 성스러운 안드라스테조차 행하시지 못하는 것인데, 그 사실을 모른 채, 혹은 외면한 채 병사 하나하나의 삶에 의미를 두다간 결국 본인이 먼저 무너지게 될 테니까.
“심문관님께서는 반드시 그 사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아무리 당신이 안드라스테의 전령이라 할지라도 모든 이들을 구할 수는 없어요.”
“그럼 내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두고 보라는 건가요?”
“예, 그래야 한다면요. 심문관님께는 그런 결단력이, 비정함이 필요합니다. 힘든 선택이라는 건 압니다. 누군들 그러고 싶을까요. 그러나 심문관님의 손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한, 당신께서는 기꺼이 그 생명들을 저울질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죄책감을 가지셔도 안 됩니다. 본디 전쟁이란 그런 것이고, 심문관님께서는 저희의 지도자이시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컬렌의 시선이 너무나도 올곧아서, 이블린은 꼭 자신이 날이 잘 벼려진 칼끝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바라봤다간 제 눈이 베일 것 같아 이블린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어쩌면 이대로 모른 척 도망칠 수도 있었다. 이블린이 지금껏 견딜 수 없는 사실들을 외면해 왔던 것처럼. 그러나 지금 도망치면 그다음에 마주하게 될 것은 더 잔인하고 예리한 칼날일 테지. 그땐 도망갈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 사령관이 친히 제 칼을 꺼내든 것일 테다. 칼을 휘두르기는커녕 쥐는 법조차 모르는 어설픈 주군에게 최소한의 무장을 시켜주고자.
칼과 마주하기 위해선 저 역시 칼을 드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쭙잖은 방패로는 사령관의 날카로운 검을 상대할 수 없었다. 이블린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심문관님께는 그런 비정함이 필요합니다. 살면서 그런 게 필요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이기기 위해선 제 수족도 기꺼이 잘라낼 수 있는 잔인함 말이다. 그렇지만 삶이란 건 원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고, 특히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불평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살아오며 얻은 격언을 곱씹던 이블린은 곧, 카산드라가 제게 건넸던 칼을 다시 꺼내 들었다. 먼지가 좀 쌓이긴 했으나 칼날은 여전히 예리했다. 지금은 연민에 빠질 때가 아닙니다. 카산드라의 흔들림 없는 눈은 사령관의 눈과 꼭 닮아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가르쳐준 대로 칼을 휘두를 수는 있을 터였다. 이블린은 — 심문관은 다시 고개를 들어 사령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염두에 두도록 하죠.”
“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사령관은 그제야 안도한 듯 옅게 미소 지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결국 심문관이 쥐는 칼은, 그의 명에 따라 그 앞을 막는 것들을 망설임 없이 베어내는 사람은 자신이므로. 제 주군은 그저 그 칼에 본인이 상처를 입거나, 끝내 검 자루를 놓쳐버리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칼을 쥐는 법을 알게 되셨으니 이제 주군께서 휘두르는 칼에는 막힘이 없으리라. 사령관은 제 주군의 뜻대로 기꺼이 휘둘러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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