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고급 연산 - 좌표편 (1, 2강)
2020.03.29
“순간이동 마법이라는 것이 막 간단하게 손을 딱 튕기면 되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야. 엄청난 고도의 기술이라고! 물론 마법 중급 연산 과목에서 다루기는 하지. 너희 나름 이해도 했다고 생각하겠지. 대상 공간 격리, 이동 공간 파악, 위치 안전 확보, 이동, 격리 해제, 끝. 대충 이렇게 배웠겠지? 근데 그게 다가 아니라고.
이동 부분을 보자. 좌표를 받아서 해당 좌표로 이동하지? 그런데 그 좌표라는게 어디서 나오냐, 이거 너희들 알아?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공간마다 숫자 매겨졌다고 멍청하게 생각한건 아니겠지? 세상은 그저 존재하는거야. 그리고 좌표는 사람이 임의로 구역을 나눠서 배분한 것이고. 시에란 들판은 그냥 들판인데 인헨 왕국과 유피룬 왕국이 구경선 이리저리 나누듯이 말이야. 어이구, 귀찮게 두 왕국이 주고받고 하는 바람에 우리 집이 여름에 가면 인헨 왕국에 들어있고 겨울에 가면 유피룬 왕국에 들어있고 그런다.
마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옛날에는 좌표가 없었어. 그거 나름 최신 기술이라고. 물론 그것을 포함한 각종 여러 가지 연산도 없었지. 지금 너희들이 알면 기겁을 하더라. 연산 없는 마법이라니. 자칫하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하면서 말이야. 맞지. 그때 그러면서 많이 왕왕 죽었고. 그런데 어쩌겠어. 그때는 마법을 분석할 수준이 안되었거든. 그냥 여러 시도에 의해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정도였지. 스승이 경험을 쌓고 모아서 제자에게 전달하고 그러는게 고작이었지.
어쨌든, 그때도 순간이동 마법은 있었어. 물론 좌표가 없다 보니까 좀 허술했지만 아무튼 시전하는 마법사들이 있었어. 눈 깜짝할 사이에 궁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하는 대현자 이르난이나 신출귀몰한 유령 페히킨이나 다 그때나 신기한 술수였지 지금 생각하면 고작 순간이동이다. 어쨌든 그때의 마법은 원점을 자기 자신으로 두고 이동해야 할 장소를 자신 주위로 지정해서 이동했겠지. 물론 세밀한 계산은 못 하고 지팡이로 가리켜 일적선에 해당하는 곳, 아니면 눈에 보이는 장소, 뒤로 열 발자국, 이런 정도였어. 그 정도는 가능했지. 원점을 자기 자신으로 두니까 이동할 곳의 위치를 가늠하기도 쉬웠고. 다만 멀리 못 간다는 단점은 설명 안 해도 알아듣겠지?
그리고 마법이 개인의 눈속임 영역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이 대제국 피르칸나인건 알지? 이때 순간이동 마법이 대대적으로 쓰이게 되었어. 이때도 좌표는 탄생하려면 아직 먼 시점이었지. 그럼 어떻게 했느냐, 피르칸나는 주요 지점에 마법 거점을 세웠어. 피르칸나가 탄생했던 서녘의 산맥서부터 나아가 동쪽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대제국은 거의 온 대륙을 점령했고 점령하는 즉시 마법 거점을 세웠지. 그게 130여개에 달했다니. 무지막지한 대제국이어서 가능했지. 돈이며 인력이며, 말이야. 지금 마법사들이 전부 손을 잡아도 그렇게 세울 수 있을련지 몰라.
마법 거점이라는게 순간이동 가능지점이야. 순간이동을 위한 설비를 전부 갖추어 놓고 해당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지. 위치가 마법 거점이 세워진 곳으로 명확하니 계산은 필요 없고, 거점마다 마법사들이 들러붙어 있었으니 오히려 사고는 거의 없었대.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그 당시에는 마법 거점 이외의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대. 마법 거점이 마법 장을 펼치고 마법의 흐름을 끌어당기거든? 그래서 마법거점의 생기면 근방의 민간 마법사들의 순간이동은 전부 실패하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아예 불가능하는 인식이 펼쳐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지. 그냥 황제가 마법에 대해 제대로 몰라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도 있고, 아니면 알고 제국 소속 외의 마법사들을 전부 말살시키기 위해 그랬다는 의견도 있고. 그래도 그때 제국 소속 마법사들은 대우가 참 좋았다던데 아쉽네. 내가 그때 태어났으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 마법 거점들은 피르칸나 제국이 멸망하면서 대다수 붕괴되었어. 제국의 멸망 원인은 마법사와는 관련이 없으니까 넘어가고, 새로 제국을 침략해서 영토를 먹은 국가들이 제국의 군사가 그 거점으로 갑자기 순간이동 해 올 줄 알고 때려 부쉈거든. 웃기는 일이지. 고작 한두 사람만이 이동 가능한데 어떻게 군사를 보내? 여하튼 안 부수고 남아있는 것도 마법의 흐름을 꼬아놓는 일 때문에 나중에 마법사들이 시설 작업을 벌였어. 주요 시설만 해제하고 건물은 그대로 두어서 유적으로 가끔가다 볼 수 있다더라. 나중에 한번 심심하면 보러가봐.
그 다음에 제국이 사라지면서 주변에서 전부 땅 차지하겠다고 나서서 대혼란이 일어났거든. 그러는 바람에 한동안 마법의 발전은 중단되었지. 창병기가 득세하는데 어디서 마법을 지원할 수 있겠냐? 아, 그때 공격 마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는 했다. 근데 순간이동은 아니야. 그건 주술 수준을 못 벗어났어. 말했지? 그건 좌표가 필요하다고.”
"좌표 설정이 가능해진 건 수학이 학문의 궤도에 오른 다음이었어, 알지? 그 전까지는 상인들이 두루 쓰기는 했어도 학문으로는 안 쳤잖아. 오히려 상인들이 쓴다고 안 썼지. 상인들을 천시했던 풍조가 학문에도 영향을 끼친 거야. 그런데 점점 상인들이 돈을 벌면서 권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변했거든.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게 여기 모르톤이라는 사람이 역사에 등장했을 때야. 이 사람은 원래 상인이었다가 나중에 디칸국의 재상이 되었거든. 그러면서 상업을 장려했어. 지금 같으면 자기 출신들 뒷배 챙긴다는 말이 나와서 욕을 바가지로 들었을텐데, 그때는 달랐나, 아니면 권력으로 눌렀나 모르겠네. 어쩌면 정말로 공익을 위해서 그런 투자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다른 의견도 있어. 이 사람은 머리가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는데 국왕의 생일 때 복잡한 숫자 문제를 풀어내는 묘기를 보인적이 있거든. 그때 젊은이들이 그걸 보고 감명받아서 수학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좌표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기술을 갖춰졌어. 그런데 좌표는 아직이었어. 그렇게 이끌어 올려진 수학이 다른 나라로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거든. 적어도 삼십년? 그때는 휙휙 이동할 수가 없어서 그게 당연했다고. 그리고 또 하나, 디칸국이 학문의 유출을 막은 건 아닌데 다른 나라들이 안 받아들였어. 말했잖아. 상인들을 무시했다고. 디칸국이 무역으로 온 대륙을 한번 휘어잡고 나서 눈이 조금씩 달라졌지. 그 다음에 그게 마법으로 흘러들어서 마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건축이나 공업도 발전하고.
이제 좌표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이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전쟁이 발발했거든. 디칸국이 무역으로 휘어잡은건 맞는데 그 과정에서 좀 과하게 굴었대서 다른 나라가 반발을 했지. 디칸국은 나머지 나라를 끌어당겨서 전면전에 돌입하고 말이야. 뭐야, 왜 다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야? 너희 대륙 역사 어떤 교수님에게 배웠냐? 아니다, 말하지 마라. 대신 나중에 마법 수업 나한테 들었다는 소리도 하지 마라. 쪽팔린다 이것들아. 어쨌든 잘 들어라. 그 다음에 전쟁이 발생했거든.
너희도 얼추 배웠으면 알텐데 공간과 관련된 마법은 시전할 공간에 가서 조사하고 이것저것 설치하고 그래야 하잖아? 나중에야 자유롭게 쓰더라도 처음에는 그래야 하잖아? 이것도 모른다고 하지 말고. 모르겠다는 사람 있으면 나와라, 없군, 그래, 좋아. 그리고 순간이동 마법도 마찬가지이거든. 근데 전쟁이 났단 말이야. 그래서 마법사들이 함부로 얼쩡거릴 수가 없게 되었단 말이야. 이상한데 들어갔다가 적으로 몰려서 붙잡히지, 자기네 국가라도 첩자로 몰려서 심문받지. 국가별로 맺은 마법 협약들도 깨졌고. 당장 전쟁이 급한데 마법에 대한 지원할 여력도 없고, 공격 마법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은 불려나가고 이런 부차적인 문제도 있었는데, 기본은 저거야. 공간은 조사할 수가 없었다는 것. 별 수 있나, 전쟁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지.
이게 지금 교수님들의 교수님 세대여서 웬만한 교수님들은 그때의 분위기를 알고 있어. 아주 다들 답답해하셨어. 기본 공식은 완성이 되었는데 정작 이런저런 문제로 실행을 할 수가 없으니. 녀석들 놀란 표정이네. 역사에서 갑자기 현실로 넘어왔지? 엄청 먼 옛날 일이 아니야. 이제부터 너희가 졸업하면 직접 투입되어서 연구할 분야이니까 잘 들어라. 물론 졸업을 무사히 하는 녀석들이 있다면 말이지.
순간이동 체계는 크게 두 부류가 있어. 첫 번째로 배울 것은 베틀 법칙이야. 네리온 학자가 개발에 크게 공헌했어. 그래. 베틀. 베 짜는 틀. 그분이 실제로 그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고안해내셨대. 몇몇은 직접 봤지? 가로로 늘어진 실이 있고 세로로 실이 쌓이잖아. 여기서 우리 집은 그렇게 안 한다고 말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 그래서 베가 어디에서 사용되냐고? 베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그러면 거기에 가로 선과 세로 선들이 있겠지? 체스판처럼? 그렇게 세로 선과 가로 선으로 대륙을 나눈 거야!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 단위로 딱딱 나눈 틀을 만들고 그 이후에 땅을 할당시킨 것이야. 이해가 안돼? 체로 빵 반죽을 찍어눌렀다고 생각해봐. 네모난 무늬가 새겨지겠지? 바로 그렇게 말이야. 그리고 교차점마다 숫자를 새기면 위치를 나타낼 수 있지. 예를 들어. 거기 졸고 있는 놈을 0점이라고 하자. 그래 너, 인마, 너.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애는 1이 될 거야. 그 다음 자리에 앉은 애는 2. 그럼 거기 모자 쓴 애. 너. 그럼 너는 몇 번이겠어. 맞아. 5야. 그럼 같은 줄에 앉은 애들은 다 표현할 수 있겠지? 앞뒤로 앉은 애들은? 숫자 하나를 더 붙여보자. 아까 원점으로 삼은 애를 0 그리고 0 이라고 하는 거야. 앞의 0은 가로용, 뒤의 0은 세로용. 그럼 다시 해보자. 옆에 앉은 애를 1 그리고 0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그 다음은 2 그리고 0. 원점, 네 이름 그냥 원점 해라. 원점 뒤에 앉은 애는 뭐가 될까? 0 그리고 1이 되는 거야. 그 위에 앉은 애는? 0 그리고 2. 그럼 그 옆이 짝궁은? 1 그리고 2가 되는 거야. 그럼 거기 너. 너는 몇 번일것 같아? 맞아. 3 그리고 4. 쉽게 파악 가능하지? 직접 적용할때는 길이로 바꾸지만.
이게 좋은 게 뭐나면 꼭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않아도 거리 재서 쓰는 마법들에 활용가치가 높아졌단 말이야. 그 후로 전투 마법사들은 간격을 가늠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마법들에도 큰 도움이 되고. 원점만 정해지면 내가 어디인지, 이동해야 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릴 수 있는거야.
그런데 이게 적용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더라는 거야. 바로 대륙이 평평하지 않다는 것."
출처: https://leavinggarden.tistory.com/66 [방치될 정원:티스토리]
출처: https://leavinggarden.tistory.com/65 [방치될 정원: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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