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윤힐

- by Lio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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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번쩍대며 빛나는 대리석 바닥 위를 새까만 구두가 경쾌하게 두드리며 나아간다. 짙은 피부 위로 쏟아진 새하얀 머리를 하나로 묶은 금안의 남성과 눈동자와 머릿결 모두 윤기 없이 새카맣게 가라앉은 남성. 검은 정장을 격식 있게 차려입은 모습이 몹시 눈에 띄었다. 화려한 천을 휘감은 사람들을 지나치는 두사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이목을 피하며 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풀썩, 고급스러운 소파가 가라앉으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골라 들어온 제일 으슥한 휴게실은 창문조차 없이 테이블과 소파 몇 개가 늘어진 단조로운 공간이었다. 최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고는 재떨이를 끌어당겼다.

"시가가 없어서 아쉬우시겠습니다?"

"윤, 존댓말 쓰지 말아주십쇼. 제발!"

서늘한 분위기를 온몸에 두른 채 서 있던 힐데베르트의 무표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윤 역시 입꼬리를 가볍게 비틀어 올리며 웃음을 표했다. 후-, 뱉어지는 연기 사이로 힐데베르트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 거지 같은 공간도 조금 즐거워져 유쾌한 마음이 되었다.

"어르신이 쓰실 방에는 시가를 준비해 뒀을 텐데 말입니다."

"윤-, 제발..."

범접하기 어려운, 한 종족의 우두머리의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는 순식간에 신입 막내의 얼굴이 되었다. 일부러 안 쓸 만한 곳을 골라 들어왔잖습니까- 하고 투덜대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꼴을 보고 있자니 장난기가 삐죽 고개를 들었다.

"담배는 안 피우냐?"

"그건 좀, 너무 심심해서."

까딱이는 손짓에 딸려 와 옆자리에 내려앉은 힐데가 머쓱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자 연초의 끝이 새빨갛게 타들어 갔다. 폐부 깊숙이 연기를 머금은 채로, 손을 뻗어 얄미운 신입의 턱을 움켜쥐었다. 제 사람에게만은 지나치게 무방비한 이 성격. 그것을 증명하듯이 멀뚱히 바라보는 그 얼굴을 즐겁게 바라보며 입술을 겹쳤다.

"?!"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던 어깨는 곧 입 안으로 파고드는 혀에 딱딱하게 굳은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질끈 감긴 눈, 열기가 오르는 귓가를 탐욕스레 바라보며 폐부에 머금고 있던 담배연기를 뱉어내었다. 맞물린 입술 틈새로 희미한 연기가 흩어졌다. 쿨럭-, 쿨럭-!! 얌전히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던 힐데베르트는 호흡이 꼬였는지 잩은 기침을 뱉으며 입술을 떨어트렸다. 일그러지는 미간, 붉게 달아오른 입술. 그런 것들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벌어진 입술에서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안 심심하겠네."

애써 호흡을 정리하는 힐데베르트가 뾰족한 시선을 보내오며 제 입가를 훔쳤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타액으로 범벅이 된 것을 닦아내는 힐데베르트는 억울하게 중얼거렸다.

"이건 담배가 아니라 윤 때문이잖습니까..."

"평소에도 키스하면 숨 막혀 넘어가면서?"

재떨이에 대충 비벼 끈 담배꽁초를 내려놓고 나른하게 몸을 기댄 최윤은 시종일관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조금만 놀다 나가자고. 밖에 있는 놈들이 궁금해서 문에다 귀를 갖다 댈 만큼."

힐데베르트는 대꾸하는 대신 최윤의 목에 팔을 둘렀다. 소파가 남성 둘의 무게를 얹고 깊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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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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