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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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있느냐?” 낯선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명하십시오.” 차분하고 잔잔한 목소리가 답을 했다. “불을 올려라. 어둡구나.” “예.” 이런 말투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강혜성은 스스로 원하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의 차가운 말투에도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은 혜성의 말을 듣고 방 안을 밝혀 주었다. 점점 걷어지는 어둠
- fin - (한서한 사랑해)
* “네 맘대로 갖고 놀 거라. 아, 사지 멀쩡히 살려두는 건 잊지 말거라.” 기어코 나올 말이 튀어나온다. 강혜성의 몸이 힘 없이 바닥에 내던져진다. 강혜성은 청화람을 노려보았다. 그의 앞으로 명령을 받은 이가 천천히 걸어온다. 아무리 눈을 마주치려 해도 마주칠 수 없는 자. “...배희야.” 강혜성은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한들 돌아오는
“앞으론 여기서 쉬세요. 그 빌어먹을 교주 옆에서 또 고생하고 계시지 말고요.” 회귀로 다시 돌아와 작아진 동백한이 제 처소의 방 하나를 강혜성에게 내주었다. 늘 사택청화람과 같은 처소를 쓰는 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난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서 그렇습니다!”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꾸하는 작은 동백한이 퍽 귀엽다고 생각한 강혜성은
“배희야, 날 봐야지. 어딜 보는 거야?” “지랄 났군.” 강혜성의 짧은 한마디였다. 강혜성은 그리웠던 친우와의 짧은 만남을 한 곳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이가 잘 지내고 있었는지, 또 가는 길에 위험이 생기진 않을지. 얼굴을 보고 나니 그런 마음에 차마 발길을 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
강혜성은 결심했었다. 절대 이들에게, 다른 이들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다만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보라빛 머리칼의 사내와 신교도의 사이를 갈라선 강혜성이었다. 신교의 교도는 강혜성의 기세를 어림잡더니 가능성이 없다 판단하여 자리에서 물러났다. “괜찮으십니까?” 강혜성은 등 뒤의 사내에게 물었다. 쓰고 있는 검은 멱리가 바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