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OWEEN!
[원신 데인슬레이프 HL드림] 할로윈 특집.
두 술잔이 챙 하는 소리를 내며 서로 부딪혔다. 프레이야는 제 술잔에 조금 남아있던 ‘오후의 죽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찰랑이는 액체로부터 달달한 과실주 향기가 그녀의 코 끝을 찔렀다. 프레이야는 자신의 몸을 자꾸만 간지럽히는 지루함을 차마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옆자리에 늘 함께 앉아있던 데인슬레이프는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그래서 프레이야는 결국 술김에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출입문을 열고선 천사의 몫의 야외 공간으로 나오자, 그녀는 술집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했던 젊은 여인에게 요란스러운 파티 분위기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꽤나 술에 취해 있던 상태였지만, 그녀가 늘상 간과하듯이,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의 호기심을 차마 억누르지 못하였다.
사람이 많이 몰려있던 그 거리는 마치 축제 분위기와도 유사한 수준이었다. 어째서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이게 된 걸까. 프레이야는 그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가만히 서 있던 채로, 그곳의 축제 거리에서 신나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들은 모두 그녀에게 초면인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그들에게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프레이야는 마치 그녀가 과거의 어떤 시점에서 그들을 마주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축제가 열리고 있던 그 거리 안쪽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갔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한 순간 스쳐 지나갔다. ‘내가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왔나?’ 하지만 여전히 그 길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계속해서 축제의 현장이 이어지고 있었고, 프레이야도 차마 그 장면을 무시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마침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대로 다시 술집에 복귀한다면 아무런 수확도 없이 아쉬움만 남지 않을 텐가? 그녀는 분명하게 그렇게 될 것이라 스스로 확신했다.
“트릭 오어 트릿!” 프레이야가 그곳의 번쩍이는 축제의 현장을 이곳저곳 구경하고 있던 찰나에,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며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여기, 이거 한 번 드셔보시고 가시죠!” 의문의 상인은 그녀에게 이런저런 홍보를 하던 동시에 그녀의 한쪽 손 안에 어떤 의문의 봉지 사탕을 가득 쥐어주었다. “이게 뭐죠?” 프레이야가 정신을 차리고는 그 상인에게 사탕의 정체를 물어보려던 그 순간, 상인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녀의 손에는 그 이상한 사탕만이 여럿 들려 있었다. 프레이야는 이 축제의 골목이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이 일을 방금 막 겪게 되자, 그녀의 추측은 곧 사실로 변하게 되었다.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녀는 이곳이 이제 정상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과거의 자신이 벌인 행동에 정말로 크게 후회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봉지 사탕들을 근처에 전부 버려두고는, 발걸음을 가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제발… 이곳에 온 것이 내 인생 최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프레이야는 달렸다, 길의 반대편으로 되돌아 가기위해 다시 달리고 또 뛰었다. 숨이 점차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
“누나…”
프레이야는 분명하게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해보았다. 이 소리는 분명… 켄리아 대재앙 시기에 목숨을 잃은 제 남동생의 목소리임에 분명했으니. 프레이야는, 이 순간에 환청이 들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소리를 차마 못 들은 채 할 수 없었다. 대재앙 이후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분명히 반복적으로 죄책감을 느껴오고 있었으니…
그녀는 자신의 동생이 죽은 사건을 잊을 정도로 동생과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제 인생에서의 첫번째 ‘살인’ 행위를 잊을 정도로 양심이 무책임한 여자도 아니었다. 켄리아 기사단에 입단하고 싶어 하였던 그녀의 남동생은 켄리아에 대재앙이 일어난 그 날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누나에게 평생 아껴오던 단검을 건네주었다. 그의 하반신은 벌써부터 저주에 받아 점차 마물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고 판단한 그는 서둘러 프레이야를 재촉했다.
“누나, 날 죽여. 어서…”
이것이 프레이야가 제 손으로 남동생을 죽인 일화였다. 프레이야도 이 ‘살인'의 시초가 분명하게 제 남동생의 부탁이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그녀의 남동생의 죽음에 어느정도 자신의 책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매년 티바트에 할로윈이 찾아오는 때마다 프레이야가 바깥을 떠돌지 않고 그저 몬드성의 술집 한 구석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냈던 이유였다. 그녀는 혹여나 할로윈에 제 동생이 자신이 찾아오더라도, 자신에게 그를 맞이할 용기가 없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가 생긴 셈이었다.
프레이야는 어느 방향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온 것인지 찾기 위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몇 백 년 만에 듣는 제 남동생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려 퍼졌다. 정신이 아찔했다. 자신이 지금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게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한 발자국, 또 다시,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널 만날 수 있을거야…
“더 이상은 안 돼, 프레이야.”
묵직한 힘이 갑작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녀도 분명하게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프레이야는 반복해서 들려오는 자신의 남동생의 목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데인슬레이프의 저지에 정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들려온 목소리는 전부 다 환청이었던 걸까. 데인, 내가 환청을 들은 걸까? 프레이야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그에게 그렇게 질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질문의 답은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이야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움에 터져나온 눈물이었던 걸까. 아니면 죽은 동생을 차마 따라갈 수 없었던 억울함에 눈믈을 흘리는 것일까. 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었다. 시트로 호수에 반사된 달빛이 반짝이며 수면에 일렁였다. 프레이야는 지금까지의 일이 전부 자신의 환각과 환청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제 동료에게 돌아가야 할 때임을 알렸다.
“응, 데인. 이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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