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알테르 에고의 규칙 9화

샤일록과 재회할 수 있어서 안심한 것일까, 밤은 금세 찾아왔다.

리케

히스클리프, 이 테이블은 룰렛 테이블이죠?

히스클리프

맞아. 카지노 게임 경험은?

리케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는 있어요.

아서

그럼, 나와 한 가지, 도박을 해보지 않겠어.

리케

아싸!

샤일록, 아키라

……

나와 샤일록은 안쪽의 소파에서 쉬면서, 눈을 빛내는 리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키라

리케, 즐거워보이네요. 히스클리프의 부하… 아서도 상냥한 사람처럼 보이고.

샤일록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세계일 테니까요.

당신도, 카지노에 가본 적 없다고 하셨죠. 함께 놀고 오시는 건?

원하신다면, 제가 상대해도 괜찮답니다.

아키라

정말인가요? 모처럼이니까, 부탁드리고 싶ㅡ.

전원

…!

창문 건너편에서, 성대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에서 비명이 울렸다.

실내에 있는 모두가, 일제히 밖을 본다. 달빛이 어렴풋하게 비춰진 길거리에, 검날의 반짝임이 흘끗 보였다.

리케

항쟁인가요?

샤일록

그 정도의 인수로는 보이지 않네요. 저건, 대체…

히스클리프

벤티스카가 키르슈 페르슈의 냄새를 맡게 한 건가. 아니라면, 그 폭한이…

아서

상황을 보고 오죠.

샤일록

저도 가겠습니다.

리케

저도!

아키라

저도 갈게요…!

아서를 선두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밤이 드리운 길거리에 바람이 불고, 꽃잎이 흩날린다. 희미하게 피냄새가 났다.

빨간 눈의 남자

으라아아아아아아!

빨간 눈의 아이

가아아아아앗……!

남자가 내리친 나이프를, 작은 체구의 인형이 단검으로 받아쳤다. 싸우고 있는 건 두 사람 뿐이었다.

아키라

나, 남자랑 아이가 싸우고 있어…?

샤일록

두 사람 다, 눈이 빨갛게 빛나서…

히스클리프

…! 저건, 그 남자와 같은…!

빨간 눈의 아이

…없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읏.

아이는 흑발을 마구 헝클이더니, 단검을 고쳐잡았다.

빨간 눈의 남자

악, 아아아아아아! 죽어어어어어어어!

나이프가 빛나고, 남자가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샤일록이, 히스클리프가, 리케가, 아서가, 금세 무기를 손에 쥔다. 하지만, 늦는다.

아키라

(안 돼…!)

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을 감았다. 그 때ㅡ.

???

ㅡ화이트!

어두운 시야 속에서, 어딘가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날카로운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겁내면서 얼굴을 들자, 검으로부터 감싸려는 듯이, 아이를 끌어 안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키라

돈 스노우…!

스노우 대신에 검을 받아낸 것은, 카인과 미스라다. 그들은, 번견처럼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스노우

카인, 미스라.

눈보라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스노우는 그 이름을 불렀다.

다른 말은 필요없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카인

예……!

미스라

……흥.

눈을 깜빡일 새도 없이, 카인은 칼집에서 칼을 빼고 휘둘렀다. 남자의 나이프는, 하늘 높이 튕겨 날아갔다.

그것을 신호로, 움직인 것은 미스라다. 그는 사냥감을 사냥하는 짐승처럼, 한순간에 남자를 베어넘겼다.

빨간 눈의 아이

아아아아아아아!!!

놔, 이거 놔아아아아아아!!!

스노우

…읏. 괜찮아, 이제 괜찮다네. 화이트…

그대는 살아있어. 이제 두 번 다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아이를 끌어안은 스노우의 표정은, 마피아 보스의 그것이 아니었다. 매달리는 것처럼, 기도하는 것처럼, 애지중지 하는 것 같은…

그런 그의 말을 거절하는 것처럼, 아이는 세차게 몸을 비틀며 외친다.

빨간 눈의 아이

싫어, 싫, 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아…… 아아아아아아아!

리케

앗…!

아키라

스노우, 피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뜬 내 앞에서, 스노우의 어깨에 천천히 빨간 액체가 번져간다.

그곳에는, 화이트라고 불린 아이가 내리꽂은 단도가 꽂혀있었다.

빨간 눈의 아이

…아…

새빨갛게 빛났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리더니, 검을 잡은 손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절규할 정도의 아픔을 겪고 있을 텐데도, 스노우는 성모처럼 미소를 띄우며 화이트의 등을 쓰다듬었다.

스노우

착하지… 괴로웠구나. 이런 것, 그대의 괴로움과 비하면…

카인

보스…!

카인이 안색을 바꾸고 스노우에게 달려갔다.

미스라가 그 뒤를 따르며 문득 무언가에 눈치챈 듯이 뒤돌았다.

미스라

어라…?

이끌려서 미스라의 시선을 쫓자, 그곳에는 아까 전의 남자가 쓰러져있을… 터인데.

그의 윤곽은, 하늘하늘 무너지기 시작해, 이미 절반도 남지 않았다.

아키라

…거짓말…

샤일록

사람이, 꽃잎이 되고 있어…?

바람이 싸아아, 하고 불고, 꽃잎이 눈앞에서 흩날린다.

정신을 차리자, 남자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남은 것은 분홍색 꽃잎의 산과, 주인을 잃은 옷가지 뿐이었다.

카인

꽃잎과, 옷을 남기고, 사람이 사라진다…

아서

이건, 마치…

히스클리프

포먼트 타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종 사건과 똑같아……

의문의 폭한의 말로가, 이것인가…?

아키라

읏, 그렇다는 건ㅡ.

나는, 앗, 하고 뒤돌아본다.

빨간 눈의 아이

…우, 아…

스노우

…착한 아이구나, 착한 아이야. 화이트…

스노우는, 필사적으로 화이트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온기가 있는 것을 확인하는 듯이.

아키라

(…이 아이도, 언젠가, 저런 식으로 사라진다는 거야…?)

침묵 속에서, 시간만이 지나간다. 1초, 1분.

낙월화의 꽃잎이 밤바람에 덧없이 흩날렸을 때, 샤일록이 오도카니 입을 열었다.

샤일록

키르슈 페르슈.

아키라

에?

샤일록

마시게 하지 않을래요. 그, 화이트라는 소년에게.

히스클리프

…괜찮나요?

샤일록

네. 제 판단으로, 나눠드리는 거랍니다.

빼앗긴 게 아니니, 보스의 지령을 깨트린 것은 되지 않겠죠.

미스라, 카인

……

스노우

하지만… 키르슈 페르슈는, 묘약이 아니지 않은가.

평범한 술이라고, 그대들의 동료에게서 들었다네.

샤일록

그러네요. 저희들은 그런 생각으로 보관하고 있었지만…

당신들도, 어떠한 근거가 있어서, 화이트를 위해서 키르슈 페르슈를 원하시던 게?

스노우

……

샤일록

당신도, 알고 있겠지요. 이대로라면 그가 도달한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어차피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선 한 잔, 어떠신가요?

스노우의 눈동자가 희미한 빛을 품고, 흔들렸다.

돈 스노우로서 다른 자에게 빚을 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저 스노우로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화이트를 구하고 싶다.

어금니를 깨물고 입을 다문 그의 내면속에서, 두 개의 생각이 대항하며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빨간 눈의 아이

읏, 아, 아아아아아!!!

전원

……!

스노우

…읏. 화이트……

다시금 팔 속에서 날뛰기 시작한 화이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스노우는 얼굴을 묻었다.

스노우

……

천천히 고개를 든 스노우의 눈동자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스노우

…샤일록이라고 했나.

부탁하네. 화이트에게, 키르슈 페르슈를, 마시게 해주게…

샤일록

주문, 받았습니다. 서둘러 준비하도록 하죠.


우리들은 판테라 패밀리의 조리실을 빌려서, 서둘러 키르슈 페르슈를 준비했다.

알코올을 날린 그것을 손에 들고 안쪽에 있던 방으로 향하자, 우리들을 기다리는 스노우의 커다란 등이 보였다.

화이트는, 신음을 흘리면서 그의 팔을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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