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알테르 에고의 규칙 10화

아키라

괘, 괜찮으신가요? 어깨에 이어서 팔까지…

스노우

이 정도는, 찰과상에 불과하다네. …키르슈 페르슈는?

샤일록

보시는 대로. 화이트의 입을 벌려주실 수 있으시겠나요?

스노우

맡겨두게.

…미안하네, 화이트.

스노우는 자신의 팔에서 화이트를 떼어놓더니, 그 입에 손가락을 넣고 억지로 비틀어 열었다.

빨간 눈의 아이

각…… 아…….

샤일록

그럼, 실례합니다.

샤일록이 키르슈 페르슈가 들어있는 유리잔을, 화이트의 입술에 흘려보냈다. 옅은 색의 액체가 줄줄 따라지고 있다.

지체 없이, 스노우가 화이트의 작은 코를 손끝으로 잡았다.

스노우

화이트. 키르슈 페르슈라네……!

빨간 눈의 아이

…으극……읏.

리케

마셨다…!

빨간 눈의 아이

…아…

빨간 빛이 스르륵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건 스노우와 같은, 금색의 눈동자.

금안을 가진 아이

…스노, 우…?

그 이름을 부른 것을 마지막으로, 안도하듯이 얇은 속눈썹이 떨어졌다.

이윽고, 화이트는 평온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키라

……!

미스라

키르슈 페르슈가…

카인

먹힌 건가…!?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의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보석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잠든 화이트의 뺨에 떨어졌다.

아키라

(다행이다, 정말로…)

사정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저렇게나 필사적인 그의 모습을 보고 말았으니까.

검은 흑발에, 금색의 눈동자. 같은 색을 가진 두 사람이 이렇게 평온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광경에, 마음을 편히 놓았다.

아키라

(…하지만…)

샤일록, 리케

……

아서, 히스클리프

……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리케

…스노우.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스노우

뭔가. 승표를 다루는 젊은이여.

리케

그 소년… 화이트는, 뭐하는 사람인가요?

스노우

호호호… 역시, 그 질문에 도달하는가.

체념이 스며든 얼굴로, 스노우는 웃었다.

스노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수도 없겠구나.

카인

읏, 보스…!

스노우

……

카인

정말, 괜찮겠어? 그 이야기는…

스노우

…카인. 지금까지 그대에게는 고생을 끼쳤구나.

그러나, 이 녀석들은 내 소중한 깨어진 한 조각의 은인이라네. 대답하지 않는 것은, 내 인의에 반하는 것.

아끼는 것처럼, 그리운 것처럼. 가슴 속에서 잠든 화이트의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면서, 스노우는 대답했다.

스노우

이 녀석의 정체는 ‘경영자(鏡映子)’라네.

아키라

경영자…?

스노우

인공생명체, 라고 말해야 하는가. 화이트의 유골과 낙월화의 수액 결정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목숨이지.

카인

……

미스라

하아…?

리케

유골이라니…

아서

즉, 화이트는…

히스클리프

이미, 죽은 사람…

샤일록

……

나는, 말을 잃었다.

그야, 그의 가슴 속에서 잠든 화이트는, 우리들과 아무것도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스노우

…어렸을 때 화이트와 이별한 뒤, 나는 공허한 인형처럼 매일을 살아왔다.

아무리 위험한 항쟁에 뛰어들게 되어도, 화이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죽음조차 구원인 것처럼 생각한 게야.

그렇게 해서, 싸움에 전념하고 있는 사이, 조직의 장에 올라가기 시작해…

언제부터인가, 돈 스노우라고들 두려워하게 되었다.

ㅡ그때, 그 남자가 나타난 게야.

아키라

그 남자…?

스노우

검은 실크 해트의 남자였다네.

꼭두각시 인형을 데리고 다니면서, 녀석은 말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주문을 알고 싶지 않은가’……하고.

히스클리프

……

스노우

‘나도 가장 사랑하던 아내와 사별했지만, 이 기술로 인해 재회할 수 있었어’ …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정말 기뻐보여서 말이야.

나도, 제발 그 주문을 알려달라고, 그 녀석에게 매달렸다네.

죽은 자는 되살아나지 않아. 그것이 이 세계의 도리.

…그러나,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네.

설령 속아버리더라도, 화이트를 잃어버린 내게 있어서, 그 이상의 불행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누.

카인

……보스…

스노우

녀석은 ‘경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자의 피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공교롭게도 화이트는 아주 먼 옛날에 뼈가 되었다.

그리하여, 억지를 부려 유골로 만들었지만…

보이는 대로, 훌륭한 성과지 아니한가?

이 녀석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화이트 그 자체라네.

아키라

……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영문을 모르게 되었다.

아키라

(경영자는, 죽은 사람의 일부를 재료로 만들어진, 새로운 목숨.)

(그 아이는, 확실히 화이트다. 하지만, 죽은 화이트와 완전 똑같다ㅡ고도 할 수 있을까…?)

샤일록

…확실히, 평범한 인간과 구분은 안 가지만… 저는, 생전 화이트를 모릅니다.

경영자인 그는, 그렇게나 생전의 그와 똑닮았나요?

스노우

음. 경영자는, 원래 개체의 기억이나 인격, 죽었을 때의 용안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태어나지.

죽기 전후 기억의 누락과, 인격이나 육체 등의 무언가의 근소한 차이는 피할 수 없는 모양이지만…

한 번 더, 화이트와 만난 기쁨과 비교하면, 그 정도의 변화 따위, 중요하지 않아.

우리들 인간이라 하더라도, 살아있다면, 몸과 마음도, 계속 변하지 않는 자는 없으니까 말이네.

샤일록

……

스노우의 말이 끝나자, 주위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어떤 말을 입에 담는 게 옳은 건지, 경영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각자의 고민을 껴안으며, 모두의 시선이 방황하고 있다.

확실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거리에는 인간과 경영자, 두 개의 생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거리를 소란스럽게 만든 의문의 폭한도, 낙월화의 꽃잎을 남기고 실종되는 것도, 경영자라는 것.

미스라

…왜, 말 안 해줬나요?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미스라였다. 어딘가 삐진 듯한 마음을 목소리에 담으며, 스노우에게 질문한다.

카인

잠깐, 미스라.

이런 일,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우연히 마침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고, 다른 벤티스카 녀석들도 아무도…

미스라

목숨이 아깝다면, 입 다물고 계세요.

돈 스노우. 죽은 자를 되살리는 주문이 있다면, 그 사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당신은, 숨겨왔어.

스노우

치렛타를 말하는 건가… 그대는 그 녀석을 되살리고 싶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억지스러운 상담일세. 경영자를 만들 때 필요한 건 죽은 자의 혈액이니까.

치렛타는 아주 먼 옛날에 매장되었네. 혈액을 채취하는 건 불가능 하지 않은가?

미스라

화이트는 뼈로 만들었잖아요? 그렇다면, 그녀도 남아있어요.

스노우

화이트는 특별하다네. 성공할 보장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밀어붙였지.

운이 좋게 생전과 다른 점은, 입맛이 바뀐 정도이지만……

스노우는 한 번 말을 끊고, 화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달프고 쓸쓸한 미소와 함께.

스노우

이윽고, 화이트는 밤이 되면 무언가에 떠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죽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괴로워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지.

그대도 보지 않았는가? 눈동자에 빨간 빛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비통하게 절규하는 화이트의 모습을.

미스라

……

카인

…화이트의 폭주는, 무슨 짓을 해도 억누를 수 없었어.

해가 떠 있는 동안 불법 수면제를 먹이고, 기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스노우

미스라여. 그대도 치렛타에게, 그러한 괴로움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을 터.

미스라

……읏.

미스라는, 어떤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만뒀다. 그대로 우리들 쪽으로 빙글 몸을 돌렸다.

스노우

어딜 가려는 겐가.

미스라

돌아갈 거예요. 더 이상 경영자에게 볼일은 없어서.

아서

배웅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

스노우

미안하구먼. 자네들마저 신경쓰게 해서.

어깨를 숙인 아서에게 미소짓는 스노우는, 손 가까이에 굴러다니는 텅 빈 유리잔에 눈을 떨궜다.

스노우

…그러나, 키르슈 페르슈의 효과는 훌륭해.

우리들이 그렇게나 발버둥쳐도 억누르지 못했던 증상을, 그렇게나 간단히 치유해버리다니.

히스클리프

…샤일록 씨. 당신이나 당신의 패밀리를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키르슈 페르슈는, 정말 평범한 술인 겁니까…?

리케

……

샤일록

…죄송합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보스라면…

키르슈 페르슈를 만들어 낸 무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노우,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

…당신들의, 보스는 어디에?

샤일록

모릅니다. 언제나, 훌쩍 모습을 감추고, 며칠 동안 돌아오고 있지 않기에…

하지만, 짐작이 가는 곳은 한 군데 있습니다.

샤일록은, 각오를 다짐한 듯이 천천히 숨을 뱉고, 앞을 향했다.

샤일록

예전에 한 번 방문했었던, 무르의 아지트.

그쪽으로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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