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11화
협의의 결과, 무르의 아지트에 향하는 건 안내인인 샤일록.
각 패밀리의 대표로써, 히스클리프와 스노우.
…그리고, 루나피에나의 대표로써는, 내가 가기로 했다.
샤일록
……
아키라
…저기, 샤일록.
샤일록
아, 왜 그러시나요?
아키라
정말, 리케가 아니라 저로 괜찮은 건가요?
저는 패밀리의 일원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샤일록
…그럼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죠. 저희들 모두가 키르슈 페르슈의 곁을 떠날 수는 없어요.
게다가, 당신은 보스와 만난 적이 없으니, 처음으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쪽에 와주시는 걸로 했습니다.
싱긋 웃어준 샤일록에게, 나도 미소를 돌려주었다.
아키라
……
왜인지, 아까 전부터 샤일록의 표정이 딱딱한 것 같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것 같은.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지만, 오늘 내 앞에 있는 미소는, 평소대로의 샤일록이다.
아키라
(기분 탓, 이려나…?)
샤일록
……
무르의 아지트는 포먼트 타운의 중심가에 있었다.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가, 지하 미궁처럼 오래된 지하도를 빠져나간 끝에, 별안간에 정리된 모퉁이가 나타났다.
샤일록
…이 문 너머가, 무르의 아지트예요.
모두가 얼굴을 마주보고, 문고리에 손을 걸었다.
…열쇠는, 잠겨있지 않았다.
오웬
드디어 왔네.
엄청 늦으니까, 평생 안 올 줄 알았어.
아키라, 샤일록
오웬…!?
문 너머, 우리들을 맞이한 건 오웬이었다.
바닥 위에 설치된, 침대 만큼의 크기인 금속제로 추정되는 캡슐.
그는 그중 하나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샤일록
당신… 손에 들고 있는 열쇠는…
오웬
여기 열쇠야. 너희들로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오웬은 손가락 끝으로 열쇠를 만지면서, 지루한 듯이 캡슐 위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캡슐의 내용물이 틈새로 보였다.
아키라
(캡슐 안에 뭔가가…)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동시에 흡하고 숨을 삼켰다.
캡슐을 가득 채운 액체는, 노란색과 분홍색의 그라데이션. 키르슈 페르슈와, 같은 색.
그리고, 그 안에, 오웬과 닮은 청년이 있었다.
수술복 같은 옷을 두른 그는, 속눈썹을 닫은 채 캡슐에 누워있었다.
히스클리프
이건…
스노우
오웬이라는 녀석과, 정말 똑 닮은 얼굴이구먼…
오웬
이건 나야. 양쪽 눈이 빨간색이었을 때의 나.
샤일록, 너는 알고 있잖아? 나는 원래부터, 오드아이가 아니었다는 걸.
샤일록
……
오웬
빨간 눈인 나는,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대신에 계속 여기서 자고 있어.
예전에 큰 상처를 입고, 죽을 뻔 했을 때부터, 계속.
빨간 눈동자인 그와, 오드아이인 그. 눈을 뜬 적이 없는 그와, 눈앞에서 고혹적으로 미소짓는 그.
그리고, 키르슈 페르슈와 같은 색의 액체.
모든 사실은, 하나의 진실을 고하고 있었다.
아키라
(조금 다른, 똑 닮은 두 사람. 이 거리에서, 그것은, 둘 중 한 쪽이…)
샤일록
…당신도, 경영자라는 거군요…
오웬
후후, 정답.
두근, 하고 심장이 싫은 소리를 냈다.
아키라
(오웬이, 경영자…)
…나는 알고 있다. 이외에도, 한때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던 사람을.
오웬
너도 재회하고 오면 어때? 다른 한 명인 자신을.
오웬의 손가락이, 캡슐 중 하나를 가리킨다.
그 안에는ㅡ.
샤일록
…읏.
부드러운 흑발이 흔들거리며,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잠든, 샤일록이 있었다.
아키라
…그, 런…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샤일록이 얇은 입술을 깨물었다. 일순간 새하얗게 된 입술은, 금세 붉은빛을 되찾았다.
그는, 살아있다. …하지만, 캡슐 속의 그는, 숨을 쉬고 있지 않다.
문득 눈을 피하려고 옆의 캡슐을 시야에 넣었다.
그곳에 잠들어 있던 것은, 금발의 소년ㅡ 리케, 였다.
스노우
그것은… 그대들도 경영자였다는 겐가?
화이트의 일이 있었던 탓인지, 스노우의 이해가 빨랐다.
히스클리프는 새파래져서 캡슐 속의 샤일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그럼, 샤일록 씨는… 역시 그 때…?
샤일록
…네… 그런 것 같네요.
잔혹한 진실을 앞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샤일록은 히스클리프의 질문에 굳세게 대답했다.
오웬
뭐야, 모두 의외로 침착하네.
샤일록, 너도. 네가 자신이 두 사람 있다는 걸 알고, 상처받지 않았어?
샤일록
…경영자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뭐어, 눈치를 채고 있어도, 막상 현실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역시나 조금, 견딜 수 있었지만.
…하지만, 사실은 아주 예전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저,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지.
샤일록은 중얼거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웬
흐응. 알고 있었구나. 그럼, 이건 어때?
낙월화는 우주에서 온 식물일지도 모른다고 해.
그래서 무르는, 낙월화에 미지의 힘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연구를 시작했어.
그 과정에서, 뭘 해도 융해되지 않던 낙월화의 수액 결정이, 특수한 알코올에는 녹아든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그 술이, 키르슈 페르슈.
말하면서, 오웬은 캡슐을 쓰다듬는다.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액체도, 아마 키르슈 페르슈겠지.
샤일록
오웬. 당신은 보스의 사정에 꽤나 자세하시군요.
오웬
뭐 그렇지. 무르에게는 여러가지 뱉어내게 했으니까.
샤일록
뱉어내게 했다? 그 무르가, 당신의 협박에 굴복했다고요?
오웬
내가 협박하기 전에, 죽어가고 있었으니 말이지. 너에게 덮쳐져서.
샤일록
……네……?
눈을 크게 뜬 그의 곁으로, 오웬은 천천히 다가섰다.
오웬
너도 폭주했어. 지금, 포먼트 타운을 시끄럽게 하는 녀석들처럼 말이야.
눈을 빨갛게 빛내고 무르에게 덤벼들어서, 그 하얀 피부에 무르의 피가 팟, 하고 튀었어.
샤일록
…제가, 무르를…
아키라
샤일록……읏.
나는 바로 샤일록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작게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자, 그의 얼굴은 잔혹할 정도로 창백했다. 내가 손을 잡았다 한들, 분명, 그 색은 변하지 않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의 마음마저 꽃잎처럼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샤일록의 입술이 떨리고, 숨을 내쉰다. 내 손을 약하게 잡아준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샤일록
그건... 언제적 이야기죠?
오웬
헤에, 알고 싶구나.
오웬은 유쾌한 듯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벽가의 책장에 다가갔다.
연구 자료처럼 보이는 파일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그곳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고, 샤일록에게 던졌다.
샤일록
이건...
오웬
그 때에 대한 것도, 경영자의 진실도, 자세한 건 그 노트에 있어.
알고 싶다면,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아.
샤일록은, 받아든 노트를 내려다본다.
스노우, 히스클리프
......
아키라
저기... 혹시, 샤일록이 괴롭다면, 제가 필요한 부분만, 읽어볼까요...?
샤일록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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