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알테르 에고의 규칙 12화

샤일록

감사합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얼마나 잔혹한 것이라 하더라도, 저는, 이 눈으로 진실을 확인하겠습니다.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요.

아키라

어째서…

샤일록

제 마음속 목소리가, 상처받는다고 하더라도, 두렵더라도, 진실을 움켜쥐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 마음속 목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제’가 정말로 ‘제’가 아니게 되어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샤일록은, 확실하게 내 손을 잡고, 미소지어주었다.

그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그것은 온기를 되찾고 있어서.

샤일록

…당신과 함께라면, 이 공포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기억이라는 지주를 잃어버려도, ‘당신’답게, 그 다리로 제대로 서있어서…

저와는 아주 닮았고, 정말 닮지 않은, 아키라와 함께라면.

아키라

샤일록……

샤일록

함께, 이 페이지를 넘겨보지 않겠어요? 진실을 움켜쥐기 위해서.

아키라

…네. 물론이에요.

눈과 눈이 마주치고, 끄덕인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천천히 노트에 손을 올렸다.

그곳에는 이지적인 필적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아키라

이건… 수식? 화학식 같은 것도 있네요.

샤일록

틀림없어. 분명 이건, 보스의 필적이예요.

…아…

넘긴, 다음 장. 그곳에는 이 노트의 주인에 의해 수기처럼 보이는 내용이 써져있었다.

샤일록

…‘샤일록이 빈사가 되었다. 어떤 꼬마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지만, 손상이 심각하다.’

‘치료 끝에, 기적적으로 위기는 넘겼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

아키라

…읏. ‘부상을 입은 샤일록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것도 실험이다. 자신을 그리 타일렀다.’

‘키르슈 페르슈 안에서라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는 상태여도 생명만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낙월화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연구를 이어가야만.’

‘오늘도 샤일록은 눈을 뜨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가 입은 부상의 심각함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아키라, 샤일록

……

그곳에서부터는,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난해한 수식이나 화학식, 전문 용어가 휘갈겨진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고……

‘드디어 해냈다. 완수했다.’

‘필요한 것은, 그의 혈액과 낙월화 수액의 결정이었던 거다.’

‘이 생명은, 거울에 비쳐진 생명… 경영자로 이름을 붙이자.)

아키라

…이건, 즉…

샤일록

경영자를 만들어 낸 건, 무르였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샤일록은 페이지를 넘겼다.

오웬의 경영자가 태어난 날. 리케의 경영자가 태어난 날. 다양한 기록이 써져있었다.

그 다음, 공백의 페이지가 이어져 수기가 끝난 줄 알았던 그때…

샤일록

……읏.

마른 피같은 것이 얼룩진 페이지에 도달했다.

샤일록

…‘경영자가 태어나고 3년. 샤일록의 상태가 이상하다.’

‘밤이 내려옴과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는 빨간 빛이 켜지고…’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스노우

……

아키라

‘그의 예상외의 습격에 의해 입은 상처로, 나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것만큼은 기록해두자.’

‘키르슈 페르슈를 섭취시키는 것으로, 증상은 진정된다.’

‘아마도 그 폭주는, 그의 체내에 있는 낙월화의 결정…… 그곳에 포함된 특수한 성분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 원인이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누군가, 그에게, 그들에게, 결정이 녹아든 키르슈 페르슈를……’

샤일록

…무르…

그것은, 그의 예전 친구로써의 전언인가, 그를 탄생시킨 연구자로써의 전언인가.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이 말을 남겨두었다는 것.

스노우

…그렇군. 화이트의 폭주 증상이 나오기 시작한 건, 태어나고부터 2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네.

그 차이가, 혈액이 아니라 유골에서 경영자를 탄생시킨 대가라는 것인가.

히스클리프

아뇨… 대가라고 한다면, 경영자 모두가 지불하고 있어요.

스스로의 의사에 반해서, 소중한 사람을 상처입힐지도 모른다니……

아키라

……

샤일록

…정말로, 제가 무르를 죽기 전까지 몰아세운 거군요…

확실히 이전, 갑자기 무르가 큰 상처를 입고 암의사에게 신세를 진 시기가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취미로 하던 연구에서 무리를 했다, 고 웃을 뿐이고…

아키라

…샤일록…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그의 옆모습에는, 그런 자책의 생각이 번져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그가 상처받지 않고 그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걸까.

아키라

(나와 함께라면, 이라고 말해주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 입이, 매우 원망스러웠다.

오웬

화가 나지. 우리들은 키르슈 페르슈를 마시지 않으면 3년만에 괴물처럼 변해버리는 몸이 되어버린 거야.

샤일록

……

오웬은, 샤일록의 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감정을 읽지 못하는 손끝으로, 다른 한 명의 자신이 잠들어 있는 캡슐의 윤곽을 더듬는 듯이 쓰다듬었다.

오웬

…그래도, 나는 그 녀석을 용서하기로 했어.

그야, 만약 이 몸이 죽어도, 그 녀석에게 새로운 경영자를 만들게 하면, 다시 ‘오웬’은 되살아나.

키르슈 페르슈만 있다면, 몇 번이고 죽을 수 있는 몸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잖아?

목숨을 건 싸움을 몇 번이나 즐길 수 있으니까.

순진하게도 보이는 그의 웃음에, 키르슈 페르슈의 색이 반사되었다.

샤일록

…하지만,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태어난 당신은, 정말 ‘당신’이라고 할 수 있나요?

히스클리프

…샤일록 씨…

오웬

하하. 그거, 너한테도 돌아오는 말인데 괜찮아?

내가 노라고 말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너도 ‘샤일록’이 아니게 돼.

샤일록

그건…

아키라

…읏, 샤일록은, 샤일록이에요.

눈치를 챘을 때에는, 내 입에서 말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대답이 막힌 샤일록을 보면서, 방금 전까지 망설이고 있던 게 거짓말처럼 계속.

전하고 싶은 게, 마음 속에서 넘친다.

아키라

거기 잠들어 있는 샤일록과 달라도, 같아도, 저한테는 관계 없어요.

곤란해하던 저를 구해줬어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저에게, 흥미를 가져줬어요.

돌아갈 장소도 없던 저에게 있을 곳을 줬어요.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안아줬어요……

떠올릴 때마다, 말할 때마다, 내 마음이 확신이 생긴다.

나는 샤일록을 본다. 샤일록도, 나를 본다.

아키라

저에게 있어서, 당신이 샤일록이니까.

나의 말을 쫓아가는 것처럼, 히스클리프도, 한 발짝 앞으로 나온다.

히스클리프

제가 알고 있던 건, 예전의 당신이에요. 그런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당신을 곤란하게 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전하게 해주세요.

…당신이, 아키라와 리케의 무사를 확인하고, 두 사람을 껴안았을 때의 웃음……

그 표정은, 예전, 저를 안아주며 웃어주셨던 그 사람과, 정말 똑같았어요.

당신은 틀림없이, 저를 구해주신 ‘샤일록’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러자, 입을 다물고 듣고 있던 스노우가, 조용히 눈동자를 감았다.

스노우

…본인은, 경영자로써 되살아난 화이트를, 화이트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생전 좋아했던 시나몬 츄러스가 아니라, 슈가 츄러스를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화이트도, 나의 소중한 화이트라네.

예전과 달라졌다고 해도 좋아. 한 번 더 만났다는 것이, 남겨진 자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의 행복은 없으니까 말이네.

샤일록

…여러분…

꽃망울이 부푸는 것처럼 천천히, 미소지은 샤일록이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봄의 햇살처럼 따뜻해서.

샤일록

감사합니다.

지금의 말은, 다시 태어나도 잊어버릴 것 같지 않네요.

손을 놓은 샤일록은,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오웬을 향했다.

샤일록

오웬. 저라는 사람이, 우문을 하다니 실례했습니다.

당신이 믿는 이상, 당신은 오웬. 그리고 저는 샤일록이에요.

오웬

흐응… 재미없는 대답.

샤일록

이런, 엄격하시네요.

그럼, 당신의 대답은 또한 다른 것일까요?

오웬

별로, 같지도 다르지도 않아.

예전의 나와 어딘가 다른 점이 있어도 상관없어. 지금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야.

뭐, 눈의 색이 바뀐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오웬은 작게 어깨를 움츠리고, 방 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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