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13화
오웬
ㅡ있지. 이 이상은 재미있어질 것 같지 않으니까 그만 끊을게.
스노우
끊는다? 무엇을 끊는다는 겐가.
히스클리프
…앗, 저기. 전화기가 있어요.
히스클리프가 가리킨 앞에, 방구석에 숨겨진 듯이 작은 데스크가 놓여있었다.
아키라
대체, 누구와 연결된…
오웬
글쎄, 누굴까.
나는 단지, 내 몸을 멋대로 만진 복수를 위해 흐트러진 친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질린 장난감을 버리는 것 같은 말을 남기고, 오웬은 냉큼 방을 나갔다.
샤일록
…설마…
얼굴색이 변한 샤일록이 데스크에 달려가, 수화기를 잡는다.
샤일록
무르. 당신인가요?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여어, 샤일록.
요술의 비밀을 밝힌다고 해도 절차라는 게 있는데. 전부, 알아버리고 말았구나.
샤일록
…읏. 지금, 어디에 있나요?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어. 그야, 술래잡기 도중이니까 말이야.
내가 큰 상처를 입었을 동안, 경영자의 생성 기술을 훔쳐서 이 거리에 퍼트린 범인을 찾고 있어.
3년의 타임 리밋. 키르슈 페르슈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해도, 불완전한 기술을 유포당하는 건 바라던 바가 아니니까.
샤일록
그랬군요. …조심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으시겠죠.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잘 알고 있네. 역시 ‘샤일록’이야.
샤일록
……
잠잠히 가라앉은 조용한 방에, 수화기에서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샤일록의 눈동자는, 복잡한 색이 펼쳐지더니 흔들리고 있었다.
샤일록
…한 가지,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무르 하트라는 사람은, 위기에 처한 저를, 기껏해야 별을 관측하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어째서 저를 만들어낸 겁니까?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부탁받았으니까. 히스클리프 아가한테.
샤일록
……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렇군…
그때까지, 어떤 위기에 처해도 살아서 돌아오던 네가, 어찌할 도리 없이 차가워져.
그 광경을 눈앞에 두고… 막상, 이제 두 번 다시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외로운 기분이 들었어.
샤일록
……
그렇게 저를 만들어내고, 막상 말을 나누어보니…
당신이 원하는 샤일록과 달라서, 실패했다?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맞아. 실패는 했어.
나 자신에게.
샤일록
당신 자신에게…?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너는, 내 안색을 살피고 말을 고르는 버릇이 있었어.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샤일록이 아닌데다, 샤일록도 그런 자신을 바라지 않을 테지.
그러니까 실패했어. 내가, 있는 그대로의 네 형태를 바꿔버리고 만 것이라고 말이야.
샤일록
…그렇군요…
그렇게 말을 끊고, 한 번 심호흡을 한 샤일록은…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샤일록
저는, 경영자 샤일록. 당신이 원한 저는 아닐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저는, 이 세계에 태어난 저를 사랑합니다.
당신이 원하지 않으니까. 과거의 저와 다르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저는, 제가 아니니까요.
…당신도 그런 저를 사랑해주시겠죠, 아버지?
지적인 남자의 목소리
…하하! 너한테 아버지라고 불릴 줄이야.
하지만, 대답은 하지 않겠어. 너도 그런 나를 좋아하잖아?
샤일록은 후련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키라
…이제, 괜찮은 것 같네요.
샤일록
네. 여러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가볍게 인사한 그는, 무르에게 들은 진실을 포함해서 이야기를 정리해주었다.
스노우와 화이트를 만들어 줬다고 하는 검은 실크 해트의 남자가, 아마도 무르에게서 경영자의 기술을 훔쳐 이 거리에 퍼트린 범인이라는 것.
무르는 지금, 그 남자를 쫓고 있으며 결착을 낼 생각이라는 것.
경영자는 키르슈 페르슈를 섭취하지 않으면, 태어나고 3년 후에는 야간에 폭주를 시작해버리고 말아…
그대로 아무런 수도 쓰지 않으면 이윽고 낙월화의 꽃잎이 되어 사라져버린다는 것.
샤일록
…그리고, 경영자인 저희들을 폭주시키지 않기 위해, 무르는 붕배의 의식을 만들어낸 것이겠죠.
아키라
…그 의식에는, 그런 의미가…
서로 뒤얽힌 의문이 풀리고,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그래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히스클리프
…진실을 알게 된 지금, 이후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키르슈 페르슈 없이는 모든 경영자에게 폭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라는 거지요?
샤일록
유감이지만, 그렇게 됩니다.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은 경영자가 존재하고 있고, 언제 3년의 타임 리밋을 맞이할 지, 모르는 경영자가 대부분이겠죠.
본인들은 눈을 뜨기도 전에 그 몸에 시한폭탄을 껴안게 된 것과 같아요.
스노우
하지만, 폭주만 막는다면 경영자와 우리들의 공존은 가능할 것이야.
정기적으로 키르슈 페르슈를 마시게만 한다면…
이 거리에, 얼마나 존재하고 있는지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영자들.
아키라
(그들 전원에게 키르슈 페르슈를 정기적으로 마시게 하는 방법이라니, 그런 거…)
…아.
샤일록
왜 그러시나요, 아키라.
아키라
한 가지, 생각났을지도 몰라요. 경영자 모두에게 키르슈 페르슈를 마시게 하는 방법.
스노우, 히스클리프
!
샤일록
그건 대체…
아키라
키르슈 페르슈를 메뉴로써 내놓을 수 있는, 술집을 여는 건 어떤가요?
이쪽에서 경영자를 찾는 게 아니라, 거리중에 술집의 소문을 퍼트려서 경영자들 쪽에서 오게 하는 거예요.
히스클리프
그렇군… 확실히, 일리 있을지도 몰라요.
스노우
문제는 누가 그 술집을 운영하냐는 건데…
아키라
…그건…
샤일록. 당신은 힘들까요…?
샤일록
저?
샤일록은 의외인 듯 했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아키라
멋대로 말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술집 주인으로써, 샤일록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한 허브티나 키르슈 페르슈를 준비해주거나, 허브 와인을 만들거나…
당신에게는, 카운터와 술이 잘 어울리니까요.
게다가…
아키라
(안에 들어가면, 샤일록이 미소 짓고 있고…)
그건... 저라도 선전할 것 같아요. 이렇게나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한 잔, 마셔본 적 없다고.
아키라
저, 샤일록이 술집 주인이었다면… 하고, 상상한 적이 있어요.
그저 상상인데도, 확신할 수 있었어요. 분명 그 술집은,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될 거라고.
샤일록
아키라…
히스클리프
샤일록 씨. 만약 받아들여주신다면, 저희들도 전력으로 서포트하겠습니다.
가게에 무언가 필요한 게 생긴다면,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술집의 소문도.
스노우
우리 벤티스카도 총출동해서 퍼트리겠네. 환상의 아름다운 술, 키르슈 페르슈가 마실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술집이라네, 하는 평판을 말이야.
그 다음엔, 심한 건망증이나 기억상실에 짐작이 가는 자에게도 추천이라우, 라고도 더해둘까.
고마운 제안이 계속계속 들어온다. 나는 두근거리면서, 샤일록의 상태를 살폈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팔팔 끓는 와인과 같은 열을 품고 있어ㅡ
샤일록
…해보죠. 시작의 경영자이기도 한 저이니까 더더욱,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경영자와 인간이 함께 사는, 이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제가, 저이기 위해서.
엄청난 한 잔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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