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14화
술집의 개장이 결정된 이후부터는 빨랐다.
뭐라고 해도, 판테라와 벤티스카, 거리의 양대 세력인 패밀리가 협력해줬기 때문이다.
히스클리프
후우… 제 시간에 무사히 프리 오픈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키라
네! 여러분, 여러가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완전히 술집처럼 되어서… 아니, 돌아왔다, 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스노우
면식이 있는 자들이 모여서 각자 즐기고 있는 모양이구먼. 저쪽은 묘한 조합이긴 하지만.
아키라
묘한 조합? 앗…
시선의 끝에는, 카운터에 턱을 괸 오웬과,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카인의 모습이 있었다.
카인
너, 오웬이라고 하지. 한 잔 마시자.
오웬
잠깐… 멋대로 옆에 앉지 마.
카인
아, 미안. 안 되는 건가…?
오웬
……
지금 얼굴, 쓸 데 없고 재밌었으니까, 특별히 용서해줄게.
카인
에에……
뭐 됐어. 그것보다, 지금의 너, 정말 나와 같은 오드아이구나.
설마 눈알이 똑같아져서 재회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오웬
정말, 경영자가 된 탓에 최악이야. 눈동자 색이 바뀌다니.
카인
아아, 예의 부작용이라는 건가. 인격이나 육체나, 어딘가가 조금씩 변화한다는 그거.
…… …있지, 오웬.
오웬
뭐야.
카인
경영자가 되어서, 그렇게 변해버린 건, 설마 너, 내 오드아이를 동경했다던가…?
아팟! 왜 차는 거야!
오웬
네가 실없는 말을 해서잖아. 내가 너를 동경하다니, 있을 수 없으니까.
카인
그렇게 화내지 마. 그야 너, 그때 내 눈을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말야…
다리를 가볍게 문지르면서 풀어내는 카인의 변명에, 오웬은 불쾌한 얼굴로 침묵한다.
오웬
…젠장. 어째서 이 기억은 남아있는 거야.
카인
응? 뭐라고?
오웬
별로. 마지막에 드문 걸 봤다, 라고 생각한 것 뿐.
아키라
(저 두 사람,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나 할까…)
(어쩌니저쩌니 사이 좋게 잘 할 수 있을, 지도.)
나는 흐뭇한 기분으로 점내를 둘러본다.
두 사람을 시작으로, 그곳에는 조직을 넘은 교류가 펼쳐져 있었다.
리케
…맛있다! 이거, 뭔가요?
미스라
새끼양 소테예요.
남의 패밀리 술집에 초대받으면 선물을 하나라도 들고 가라고 네로가 말해서, 만들게 했어요.
뭐, 메뉴를 고른 건 저니까요. 제 공적이에요.
리케
그렇군요…? 네로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요리를 잘 하시는 분이네요.
먹는 손이 멈추지 않아요!
아서
아아, 리케. 입가에 소스가 묻어있어.
자, 잠깐 가만히 있어봐.
리케
와…… 감사합니다, 아서.
……
미스라
뭡니까, 저와 아서를 힐끔힐끔 보고.
리케
두 사람 다, 나이프와 포크를 잘 사용하시네요.
저는, 그런 식으로 예쁘게 쓸 수 없어요. 입가에 소스도 묻혀버리고 마는데다…
아서, 미스라
……
미스라
흐흥, 그런 거라면 제가 알려줘도 괜찮아요. 나이프와 포크 사용법.
아서
나도. 리케가 알고 싶다고 생각하면.
리케
…! 정말인가요? 부디, 부탁드려요!
아키라
…앞으로, 포먼트 타운은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대립해서 싸우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같은 카운터에서 웃는 얼굴로 대화를 하고 있어.
이건, 엄청난 거겠지요.
히스클리프
네, 정말로……
저도, 설마 그 돈 스노우와 술잔을 부딪힐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스노우
호호호, 그건 이쪽이 할 말이라네.
이 나에게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거래를 시도한 희한한 젊은이여. 그대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우.
두 사람은 멋쩍은 듯이 마주 웃자,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고개를 젖히고 단숨에 들이켰다.
샤일록
아키라, 유리잔이 비었네요. 여기에 와서 주문하시죠.
아키라
샤일록! 감사합니다, 지금 갈게요.
샤일록은 금세 술집 주인다운 분위기로, 형형색색의 술병을 뒤로 하고 우리들을 맞이해주었다.
샤일록
자, 주문은?
아키라
그러네요… 모처럼이니까, 점주님의 추천으로!
샤일록
후후, 알겠습니다.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한 잔을 만들겠습니다.
나는, 기대하며 스툴에 앉았다. 카운터 위에서 샤일록의 손이 가볍게 흔들리고, 쉐이커와 술병을 나란히 세웠다.
은색의 쉐이커에 들어가는 건, 오렌지, 레몬, 파인애플 쥬스. 마지막으로 짤그랑 하며 얼음이 소리를 냈다.
샤일록은 가볍게 쉐이커를 흔들고, 카운터 위 유리잔에 칵테일을 부었다.
순식간에 점주가 추천하는 한 잔이 완성되었다.
아키라
(마치, 마법같아. 신기하고, 숨이 트이는 일이 일어나는, 기적처럼…)
샤일록
여기, 기다리셨습니다.
아키라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유리잔을 가득 채운, 상냥한 옐로. 적당한 산미와 후르츠의 향.
최고의 한 잔을 맛보고 있자, 카운터 너머의 샤일록이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입이 열렸다.
샤일록
아키라. 무르의 아지트에서 잠들고 있던 저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키라
물론이에요. 캡슐 안에 있던, 다른 한 명의 샤일록을 말하는 거죠.
샤일록
네. 이건 어젯밤, 제 앞에 불쑥 나타난 무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연구 결과, 원래의 제가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지만 나오기 시작했다고 해요.
아키라
엣!?
그거 괜찮은 거예요? 그… 여러가지로…
샤일록
후후, 걱정시키고 말았네요.
당신과 만나기 전의 저라면, 당황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저는 괜찮습니다.
이 세계에 샤일록이 몇 명이 있더라도, 저는 저니까요.
아키라
그런, 가요. …그렇죠.
(그랬지. 샤일록은 이제, 괜찮아.)
내가 안심한 듯이 숨을 내뱉고 있자, 샤일록은 가볍게 몸을 앞으로 내밀고 악당처럼 속삭였다.
샤일록
게다가, 당신에게 있어서도 샤일록은 저잖아요?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보여주는 윙크. 내 심장은 재미있을 정도로 뛰어올랐다.
아키라
네, 네…! 그건, 당연히…!
리케
아키라! 샤일록!
뒤에서 날아온 기운찬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찾고 뒤돌아보았다.
아키라
리케, 무슨 일이에요?
리케
들어주세요. 지금부터 여기에, 미틸도 와준다고 해요!
아키라
미틸?
리케
네! 제가 아파서 누워있기만 했던 때, 창문 밖에서 언제나 말을 걸어주었던 친구예요.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부터 계속, 재회할 수 없었지만… 그는, 사실 판테라 패밀리의 일원이었던 거예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니까, 아서가 눈치를 채고 만날 수 있게 해줬어요.
리케는 흘러 넘치기 직전의 웃음으로 말하며, 샤일록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리케는, 아직 자신이 경영자인 것을 모른다. 아직 어린 리케에게 짊어지게 하기에는 가혹하니까, 라고 샤일록이 진실을 숨긴 것이다.
언젠가, 리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어질 그때까지.
샤일록
…리케. 당신은, 미틸과 어째서, 언제, 헤어지게 된 건지 기억이 나지 않으시죠?
만약, 자신의 기억이 확실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지면, 사양말고 저에게 물어봐주세요.
그때에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얘기할 테니까요.
리케는 신기한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샤일록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실날 같은 미소를 띄웠다.
리케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미틸은 지금의 저와 만난 것을 기뻐해줬어요. 그런 제가, 저는 좋아요.
그러니까, 걱정은 필요 없어요.
샤일록
…그런가요. 그렇다면 안심했습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샤일록의 배려에, 자신의 정체에. 혹시 리케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의 미소는 그렇게 보였다.
샤일록
검은 실크 해트의 남자는 루나피에나를 시작으로 판테라와 벤티스카, 세 개의 패밀리가 총력을 다해서 찾고 있습니다.
이 포위망은 상당한 겁니다. 꼬리를 잡는 것도 시간 문제겠죠.
아키라
다행이다… 그럼 의문 투성이었던 이 거리의 소동도, 무사히 종결될 것 같네요.
샤일록
네. 남겨진 의문은… 아키라가 어떤 사람인지, 뿐이네요.
아키라
아하하… 그랬네요. 그건 결국, 알지 못하고 끝나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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