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16회차, HBD
B에게 by 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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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복도에 있다
그것들은 사람보단 장막과 더 유사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눈이 없는 아이들은 영원히 복도를 맴돌거나 뛰어다니거나 걷거나 그 위로 넘어져서 웃는다 긴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높게 묶은 여자아이가 내게 말한다 너도 이 복도를 마음에 들어 하게 될 거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조용히 신발주머니를 챙긴다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에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도로에는 차들이 지나가지 않고 있고
가게의 조명은 소등되어 있고
바람이 부는 빌라 단지는 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춥고 서늘해서
학교로 돌아가 보면 아이들이 복도에 있다
모두들 그 위로 누워서 잠에 빠져 있고 더는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잖니, 너무 상심하지 말렴
그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낭패인걸, 우산이 없잖아
실내화 한 켤레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누군가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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