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8화
아키라
오웬……!
내 눈앞에 착지한 것은,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오웬이었다.
그는 긴 창의 끝에 칼이 붙어있는 무기를 한 손에 들고,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
카인
읏, 뭐야? 저 은발의 남자…… 대도를 다루나?
미스라
아, 카인. 저 사람이에요. 여기저기에서 악평을 흩뿌리고 다니는, 당신과 같은 오드아이.
카인
에?
카인은 눈을 둥글게 뜨고, 오웬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 얼굴은 금세 놀라운 기색으로 물들었다.
카인
너, 살아있었구나!
오웬
……
미스라
어라? 지인이었나요?
카인
지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만난 적이 있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으니까, 암의사에게 데려가도 되냐고 하니까 거절당해서 말이야.
그래도 너, 분명 그때에는 양쪽 눈 다 빨간색ㅡ.
오웬
……칫.
나는 너 같은 거 몰라.
그 말을 끝내자마자, 오웬은 무기… 대도를 고쳐잡고 카인에게 달려들었다.
카인
어이쿠.
오웬
왜 막았어? 놀이는 긴 편이 좋으니까?
카인
죽고 싶지 않으니까야. 너도 그렇잖아?
아키라
(굉장해… 맞부딪히면서, 대화하고 있어.)
오웬은 자신의 신장만큼의 대도를 가볍게 휘두른다. 마치, 참격의 춤을 추는 것처럼.
카인은 잇달아 덮쳐오는 그것을, 애도를 써서 자유자재로 튕기고, 치고, 재빨랐다. 마치, 그 검이 자신의 손과 발인 것처럼.
미스라
……
두 사람의 전투에 자극을 받은 건지, 장난감을 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근질근질한 모습으로, 미스라가 검에 손을 올렸다.
오웬
날래네. 아프게 죽게 될 거야.
카인
…읏. 나는 살육전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키르슈 페르슈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로 충분해.
오웬
하하… 그렇게나 그걸 원해?
카인
알고 있어?
오웬
알고 있어. 숨길만한 일도 아니니까, 알려줄게.
그건 리큐어야.
우리들 루나피에나가 달에 한 번 있는 의식에 사용하는, 술의 이름이지.
카인
술…!? 키르슈 페르슈가!?
미스라
약이 아니었나요?
스노우
……
카인과 미스라가, 놀란 목소리와 함께 오웬을 본다. 리케와 싸우고 있던 스노우의 움직임도, 일순 멈춘 것 같았다.
아키라
(오, 오웬, 사실을 말해버렸어…!)
내가 당황하고 있자, 뒤꿈치에 무언가가 캥하고 부딪혔다.
그것은 곧이어, 자욱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키라
우왓! 뭐, 뭐야…!?
카인과 미스라가 등을 맞대며 주위를 경계한다. 스노우가 화를 내듯이 목소리를 뱉어냈다.
스노우
연옥인가… 약아빠졌군.
모두가 경계하는 사이, 연기 속에서 누군가에게 손이 잡혔다.
리케
아키라!
아키라
리케…!
간신히 보인 새잎색의 눈동자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리케
시야가 차단된 지금이 기회예요. 철수하죠!
아키라
알았어요. 하지만, 오웬은?
리케
그는 괜찮아요. 분하지만, 저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게다가, 그는 조력을 좋아하지 않아요.
자아, 이쪽으로…
그렇게 연기 속에서 앞을 응시하며 필사적으로 달리던 때였다.
???
리케, 아키라.
아키라
……!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에 이름이 불린 직후, 누군가에게 팔을 잡혀 끌어당겨졌다.
리케
엣…?
정신을 차리니 주위에서 연기는 사라지고, 나와 리케는 뒷골목에 있었다. 눈앞에는, 본 적 없는 금발의 남자가 서있다.
히스클리프
갑자기 미안하군. 나는, 판테라 패밀리의 히스클리프.
너희들 편이야.
히스클리프라고 소개한 남자가 안내한 곳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호화로운 건물이었다.
샤일록
리케! 아키라!
리케
샤일록!
아키라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샤일록
당신들이야말로.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샤일록이 팔을 펼치고, 리케와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들을 끌어안은 샤일록의 온기는, 끝없이 상냥해서.
히스클리프
……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우리들을 지켜보는 청년의 존재를 떠올렸다.
리케
당신은……
히스클리프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줘… 라고 해도, 어렵겠지.
샤일록 씨에 대해서도, 너희들에 대해서도, 갑자기 데려와서 미안해.
샤일록 씨에게는 신사적인 대화를 한 결과, 여기에 와달라고 했어.
샤일록
판테라 패밀리는 무리하게 키르슈 페르슈를 뺏지 않겠다고 맹세해주셨습니다.
게다가, 지키는 것도 협력해주시겠다고. 이야기를 한 결과, 키르슈 페르슈와 함께 이곳에 피난하기로 했습니다.
리케
키르슈 페르슈와 함께…
샤일록
도박이에요, 리케. 벤티스카의 움직임은 상정했던 것보다도 격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저희들로만은 어금니를 세울 수 없어요. 그렇다면, 협력자를 구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히스클리프
그렇게 된 거야. 이해해 주겠어?
아키라
그렇군요… 확실히, 히스클리프는 신사적인데다가, 별로 난폭한 인상은 없을지도……
리케
그러네요… 샤일록이 신용한 사람이니까, 협력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히스클리프는 어째서 저희들에게 손을 빌려주는 건가요?
판테라와, 우리들 루나피에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히스클리프
…그렇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샤일록 씨는 소중한 사람이야.
그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니까.
아키라
샤일록이, 당신의…?
샤일록
……
리케
…그랬나요?
리케의 질문에, 샤일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파란 눈동자를 내리 깐 히스클리프가, 소중한 보물을 보여주는 것처럼 천천히, 온화하게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나는 이 거리 출신이야. 어렸을 적, 커다란 항쟁에 휘말렸어.
피와 초연의 냄새. 노성을 주고받는 남자들의 목소리. 도망가야지, 하고 생각한 그 순간…
그늘에서 아기 고양이를 발견해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해버렸어.
정말 바보같았지. 싸울 힘도 없는데, 무리를 해서. 어린 고양이에게 손을 뻗은 순간, 총성이 들렸어.
눈치챘을 땐, 나는 누군가의 팔에 안겨있어서…
떨면서 눈을 뜬 그곳에는… 깊은, 와인 색의 눈동자가 있었어.
아키라
그건…
순간적으로, 나는 샤일록을 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눈을 감고 있다. 하얀 이마에 어렴풋한 고뇌를 일그러트리고,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따뜻한 눈동자였어. 우연히 만난 샤일록 씨에게 도움을 받고,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어.
히스클리프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감사와 사모하는 마음이 번져있는 듯 했다.
샤일록은 아직도 눈을 감고 있다. 어째서일까, 하고 내가 생각한 직후, 히스클리프가 말을 이어나갔다.
히스클리프
하지만… 그때, 나를 감싸준 탓에 샤일록 씨는 엄청난 상처를 입었어.
어렸던 나에게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중상으로 보였어. 점점 의식이 옅어져가는 그를 앞에 두고, 어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울부짖을 뿐이었지.
샤일록
……
리케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샤일록은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누군가 도와준 건가요?
리케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숨을 죽이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히스클리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샤일록 씨의 친구라고 소개한 남성이 나타났어.
그는 샤일록 씨에게 달려와서 말했어. ‘그는, 멀지 않아 죽을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울고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소원을 늘어놓았어.
…지금 생각하면 엄청 지독했네. 마치, 죽은 자를 되살려라, 고 하는 듯한 말투야.
그 사람은, 샤일록 씨를 데리고 자리를 떠버렸지만…
히스클리프가 샤일록을 본다. 그 얼굴에는, 소년의 웃음이 띄워져 있었다.
히스클리프
이렇게 다시, 당신과 만났어. 그 사람이 당신을 구해주신 거군요.
그것은, 흘러 넘칠 것처럼 진심이 담긴 목소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재회한 그의 기쁨이 강하게 전해졌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시선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샤일록은 면목 없는 듯이 눈을 피했다.
샤일록
죄송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때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키라
(그러고보니… 샤일록, 큰 상처로 기억이 애매한 시기가 있다고 말했었지.)
(그건 설마, 히스클리프를 도와줬을 때의 일이려나.)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제가 멋대로 감사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샤일록 씨. 저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히스클리프는 어른의 표정으로 돌아와 웃으며, 우아하게 경례했다.
샤일록은 히스클리프를 바라보고, 가볍게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
샤일록
…아무래도, 과거의 저는 훌륭한 행동을 한 모양이군요.
당신이 구해져서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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