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얹기
김애기 커미션 夢遺에 숟가락 얹기
Martin Chalfie & Lily Valley
Writer . 擾亂
“…있잖아.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허벅지 사이에서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목덜미의 여린 살갗을 짚어내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보니, 볼썽사납게 두툼히 올라온 둔덕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거냐니까?”
“그, 윽……!”
벙긋, 열렸던 입이 다급히 다물리며 침음을 삼켜낸다. 어찌나 애를 쓰며 참은 건지. 순식간에 목덜미에 불긋한 힘줄이 돋아났다. 과연. 제까짓 것도 남자는 남자라는 건가. 뜨뜻한 열감이 느껴지는 곳을 부러 꾹꾹 누르니 다물린 입술이 열릴 듯. 말 듯. 애처롭게 끅끅거리는 소리가 잇새에서 흘러나왔다.
“저런. 마틴. 눈을 감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텐데.”
질끈 감긴 눈가를 살살 쓸어주자, 파르르. 잔떨림이 일었다. 응? 눈 떠야지. 날 봐야지. 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며 얼추 가늠되는 형태에 맞춰 열이 오른 것을 붙잡았다.
“흑…! 릴, 손… 손 좀……!”
그랬더니, 착하게도 단숨에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걸 보라. 동그랗게 열린 갈색 눈동자에 만족한 웃음이 선명히 비추어졌다.
만족스럽지 않을 리가 있나. 언제까지고 이성적인 척을 하며 계획된 상냥함과 배려만을 일삼던 이에게 현재 상황은 예상을 한참이나 빗나간 것일 테니. 그 속이 얼마나 당혹스럽고, 또 수치스러울까. 아니나 다를까. 눈을 맞추어주니 발갛게 올라서는. 갈피를 잃은 시선이 분주하게 허공을 떠돌았다.
“날 봐야지. 날 보라고 했잖아. 마틴.”
“아…!”
크게 열린 입에서 외마디 신음이 터져 나온다. 본디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성이었으니, 귓가에서 달게 부서지는 잔음殘音마저 지독할 만치 달콤하다. 무릇 사람이라면, 달콤한 것을 섭취하였을 때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지 않나. 청각으로 흡수한 것 또한 섭취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래. 나쁘지 않은 감각이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힘이 들어간 손아귀로 축축이 젖어 들어가는 앞섶을 정성스레 주물러 주고픈 충동이 드는 건.
“헉…! 흐, 잠……. 하지, 말…… 그만…!”
뚝뚝 끊기는 음성을 따라 호흡마저 불안정했다. 크게 삼키는가 싶더니 빠르게 토해내고, 짧게 마시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오래 참아낸다. 늘 진이 빠진 숨소리만을 들었거늘. 이건 이것대로 제법 새로운 재미였다. 말캉하면서도 단단한 게… 손에 감기는 감촉이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처음 네가 발기했을 때. 그땐 있잖아.”
“하, 흐으… 으…! 아……!”
“너무 역겨웠어. 돼지라고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나 헤픈 수퇘지일 줄은 몰랐거든.”
애꿎은 바닥을 긁어대며 기어이 고개를 꺾은 마틴은, 더는 끌어올릴 참을성조차 없는지 움찔, 움찔. 허리를 떨어대기 바빴다.
“그야, 그렇잖아. 나야. 마틴. 상대가 나라고. 그런데도 이게 기분이 좋아?”
“릴, 릴리…. 그, 그마…! 허윽…, 윽!”
“겨우 입 좀 맞추고, 혀 좀 빨았다고. 이렇게나 흥분해서… 네가 받아마신 게 다 독인 줄 알면서도 말이야.”
아, 아닌가. 뱉고 나니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독이라서 그런 건가. 내 독이 드디어 널 망가뜨리고 만 걸까? 머리인지, 몸인지. 알 순 없지만 정말 어디 한 구석이, 이상해지고 만 걸까.
“그만…, 그만…!”
“좋아. 그만.”
비명처럼 터져 나온 소리에 냉큼 손을 물렸다. 뜨뜻한 감촉이 남은 손아귀를 괜스레 쥐었다 펴며 혀를 낼롬, 내미니 힘겹게 고개를 든 마틴이 드물게 성화成火가 가득 찬 눈으로 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려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우습기만 더 우스울 뿐이라. 큭큭, 잔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지도 못하고. 터질 만큼 부풀어 오른 성기의 생김새가 고스란히 내보이는데, 얼마나 좋았던 건지. 끄트머리가 젖어 앙증맞은 얼룩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부러 그곳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의도적으로.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 올리니 아,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얼굴이 펼쳐졌다.
새빨갛게 올라서는. 수치심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갈색 눈이 어찌나 가여운지. 채 가라앉지 않은 흥분에 목이며, 턱까지 핏줄이 불거져서… 이를 악물고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는데… 아……. 정말이지…….
“감히. 역겨운 돼지 새끼가.”
어딜 눈을 부라려. 건방지게.
“…….”
별거 없는 말 한마디임에도. 마틴은 순순히 시선을 내리며 분한 듯 이를 갈았다. 그동안의 노고가 마냥 헛되지만은 않은 모양이라. 시커먼 밑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만족감이 차올랐다. 어디서부터 올라와, 어디까지 차오르는지 모를. 아주 하찮고 미미한 감각. 그럼에도 분명하게 공허한 속이 채워지는 느낌.
“영 학습 능력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아닌가 봐.”
반항하면 더 괴롭혀주려 했더니. 아. 혹시, 읽었어?
“…….”
아니지? 그런데 왜일까. 처진 어깨가 떨린 것도 같은데…….
숨이 벅차서 그런 거겠지?
“……흐.”
응? 마틴.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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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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