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인간찬가
애기주히 본편 ⓒliaoyiye
이산의 마차는 그들이 도착한 지 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여관 앞에 멈춰섰다. 상단의 짐마차들도 함께였다. 하늘을 가르는 해의 기울기를 가늠하며 시간을 재던 서혜가 담장 너머에서 휘날리는 익숙한 문장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갖가지 장식용 장포에 머리를 틀어올려 비녀까지 꽂았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 마차에 주희를
“오늘도요?” “매일 그렇죠… 하하.” “어휴,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창 어른들이랑 말하기 싫어할 나잇대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조금은 말해주었으면 하는데. 하곡은 말을 덧붙이는 대신 나직히 웃었다. 사천의 관아에서 내어준 마차는 금방 쓰러져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두 시진 즈음 들었을 때 맹가는 가장 가까운 도
낭패다. 실수했다. 하지만 어디부터? 주희는 숨을 삼킨 채 제 손목을 붙든 남자- 하곡을 가만 바라보았다. 산동에서 사천까지 오는 것이 이렇게 빨리 걸릴 줄 몰랐다. 관리 둘이 사천에 왔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나갔어야 했나? 아니, 나가지 못했겠지. 분명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아래서 붙잡혔을 것이다. 그는 일평
하곡은 맹가가 도착한 지 이틀 뒤에야 도착했다. 운성은 연휴가 끝난 탓인지 일련의 사건 때문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 온통 어수선했다. 운이 좋아 하남성 근처에 있어 이틀만에 달려온 것이지, 타지에 있었더라면 합류는 더 늦어졌을 것이다. 역참에 말을 맡기고 안장에서 뛰어내리기 무섭게 맹가가 평소처럼 침착한 낯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곡은 예에 맞는 인
“아이고, 선생 있어서 살았네. 제사 지낼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돈을 써야 하나 싶었어.” “별 거 아닙니다…. 저, 그럼, 단주님. 제가 부탁드린 건,” “아아, 그건 내 힘써보지. 마침 새 무역로를 트긴 해야 했거든.” 타지에서 맞는 두 번째 신년이었다. 북에서 불어온 찬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얼얼한 자국을 남겼다. 주희는 가만히 눈을 깜
“아이고, 선생님! 어디 가셔요? 수업은 어제까지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아…. 저, 사천에, 가려고요. 여비도 어느정도 생겼고.” “하남에서 오셨다고 했나?” “예, 장강 타고 쭉 내려왔습니다.” “장강 타고 광동까지 왔어? 크게 돌아오셨네. 사천엔 무슨 일로 가세요?” 선착장엔 고기잡이배와 빈객용 배가 뒤엉킨 채 떠다니고 있었다. 경매가 있는 날이라
“다산은.” “지금 양명 선생님이랑 같이 있습니다.” “책은?” “오백 권 다 쓴 지가 언젠데요. 다 쓰기 전이었으면 약용이 오기 싫다고 했을겁니다.” “애 나이가 몇인데…. 그래, 됐네. 차는?” “녹차 있습니까?” “바닷가에선 못 마실 품종이 많지. 며칠 전에 상단이 다녀갔거든.” “서호용정도 있습니까?” “수인이 좋아하는 거라서. 안길백차도 있고.”
“아직 다 안 달았으니까 헷갈리거나 잊어버리면 안 된다. 붉은 끈이 있으면 그 앞으로 가면 안 되고.” “녹색 끈만 따라가요?” “그래. 그럼 노란색 끈은 무슨 뜻이지?” “어른들이랑 같이…?” “옳지. 똑똑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얼씨구, 맹자께서 이렇게 팔불출인 거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나 몰라. 의약당 위치는?” “사당 쪽으로요.” “다른
하곡이 어린 아이를 데려왔다. 한껏 당황한 젊은 학자가 어쩔 줄을 모르고 얼르던 품에는 붉은 머리의 아이 하나가 안겨있었다. 다섯 살은 되었나? 충년도 되지 못한 것 같은 낯이었다. 그 머리색이 붉은 색만 아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선산에서 키우네 입양처를 찾아주어야하네마네 소란스러워졌을테다. ‘유’는 새벽녘에 잠든 적이 없었으므로. 혁명 이후, 양명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