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우드워드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2023.03.24

인종차별, 계급 차별적인 표현이 직접적으로 언급됩니다.


질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어. 수없이 다른 이름으로. 너희들이 천분의 일, 만분의 일 확률을 뚫고 우리를 끌어내린다 한들 승리는 일시적일 거야. 똑같은 약육강식의 질서가 일어서겠지! 거기 네 자리는 없을 거고! ‘메리 고트버트’는 네가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지점이었어. 그걸 걷어찬 이유가 뭐야? 

사다리의 정점에 오를 수 없는 게 그토록 아쉬웠나?

틀렸어. 싱클레어 시클라멘. 

너는,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야기를 하나 해 볼까. 한 어린아이가 있었어. 아버지는 걔를 가리켜 폴란드 계집애라고 불렀지. 학교에서 걔의 이름은 백인 쓰레기였어. 거기 다니는 애들은 나름 있는 집 애들이었는데, 이 아이는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말투에서 코크니가 배어 나왔거든. 학교를 보내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아이의 가족은 임대주택에서 살았어. 그 또한 아이를 무시할 이유가 되었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선생들은 그 아이를 더 혼냈어. 똑같은 성적을 얻으면, 선생들은 다른 아이한테만 칭찬을 건넸지. 왜? 이유는 알 수 없었어. 어쩌면 그 아이가 문제아였기 때문일지도 몰라. 다른 아이들을 쉽게 때리고 다녔으니까. 걔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거든. 어쩌면 걔의 가정이 엿같다는 사실을 알아서였을지도 모르고. 피곤했던 걸지도 모르지, 그런 애를 상대하는 게. 알 게 뭐람? 이유 따위, 그게 무엇이었든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인데.

그런 삶을 아나, 싱클레어 시클라멘? 집에서는 폴란드 계집애, 학교에서는 백인 쓰레기, 그러다 호그와트에 왔더니 더러운 잡종이라고 불리는 삶에 대해서 말이야. 네가 얼마나 영리하건, 공부를 잘하건, 능력이 있건 아무런 소용 없어. 중요한 건 오직 꼬리표뿐이지. 폴란드 출신이라는, 높은 계급이 아니라는, 순수한 혈통이 아니라는. 네가 한 노력은 네 것으로 인정받지 못해. 심지어는 타고난 마법조차 빼앗았다는 말을 듣지! 

아즈카반에 가본 적 있나? 눈에 닿는 그 어디에도 몸을 데워줄 불은 없어. 있는 것이라고는 한기뿐이야. 창문은 환기창 하나만 겨우 나 있는데, 그조차도 너무 구멍이 적어 제대로 역할을 못 해. 습기 찬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바닥에는 틈 사이로 우연히 들어왔다가 그대로 죽어버린 시체가 썩어 지독한 악취를 풍기지. 돌로 된 벽들 사이로는 디멘터들이 돌아다녀. 그 사람이 한때 가지고 있었을 가장 작은 행복마저도 남김없이 앗아가기 위해서. 

그곳에 갇혔을 한 사람을 상상해 봐. 어릴 적에는 단지 문제아라는 이유만으로 제 잘못이 아닌 것도 전부 뒤집어썼던 아이가, 이제 어른이 되었더니 단지 자신의 혈통이 순수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곳에 갇혔어. 모두가 말했지. 너는 문제아라고. 쓰레기라고. 더럽고, 천박하고, 요란하고, 시끄럽다고. 네 삶에 희망은 없다고. 너는 네 존재 자체로 범죄자라고.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한 가지.

그 모든 취급 아래에서,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대답할 필요는 없어. 이미 그 대답을 너는 보고 있거든.


네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간단해. 너희는 그렇게 날 짓밟아서는 안 되었어. 그렇게 날 얕보고, 무시하고, 경멸해서는 안 되었지. 오히려 나야말로 묻고 싶군. 그렇게 ‘우리’를 죽이고, 감옥에 처넣고, 괴롭혔으면서, 그 수많은 고통을 주었으면서―

정말로, 단 한 순간도,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나?

누군가 너희의 평화에 균열을 내리라고, 질서를 혼돈 아래로 무너뜨리리라고, 지위와 힘을 주저앉힐 것이라고. 그걸 위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리라고.

나는 더러운 잡종, 폴란드 계집애, 백인 쓰레기야. 하층민 노새, 시궁창에서 찍찍거리는 쥐새끼. 너희가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지. 정원에 핀 잡초, 건물 안에 스민 곰팡이, 벌레, 세균, 바이러스. 너희의 아름답고도 찬란한 세계를 위해 그 밖으로 내버린 것. 하지만 너희는 나를 죽이지 못했기에 나는 이곳에 있어. 나를 치우고 이루려던 너희의 그 잘난 행복을 죽여버리기killjoy 위해서.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


아, 그래도 네가 한 가지는 옳아, 싱클레어 시클라멘. 이 세상에 나의 자리는 없을 거야. 우리가 이긴다 한들 그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상관 안 해. 새로운 세상이건, 올바른 질서건, 진정한 정의건 뭐건.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너희들의 파멸.

그것만 이루어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