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톡

갈라하이_뜨뜻미지근

오랜만에 생각났도다

협탁 위에서 휴대전화가 징징 울렸다. 오늘처럼 야간근무가 잡힌 날은 알람을 진동으로 해두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이웃집에서 소리가 넘어오는 걸 보면 반대의 경우도 가능했다. 하이드를 깨우는 것도 싫고 말이다. 물론 늑대인간만큼 예민하고, 그 누구보다 까탈스러운 그이기에 쉽지 않았다. 곤히 자려거든 아예 여기에 없어야 했다. 카페에 나타나는 건 또 별개의 이야기였다.

역시나 옆에 하이드가 누워 있었다. 옆이 맞을까. 착 붙어서 내 배에 손을 얹기까지 했다. 손을 살짝만 움키면 날카로운 손톱이 배를 가를 것 같았다. 이미 깼을 테지만 숨을 죽이고 일어나 티셔츠부터 꺼내 입었다. 하이드가 오리라 알았다면 반나체로 잠들지 않았을 터였다. 며칠 전부터 이렇게, 내가 잠든 사이에 카드키를 찍고 들어왔다. 앞으론 조금 갑갑하더라도 참아야겠어.

주방이라도 불을 켤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꼭 보름달이 뜨지 않더라도 어둠 속에서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오밤중에도 야경이 반짝거렸다. 예전엔 이 시간이면 암흑천지였다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눈을 휘둥그레 뜨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공감 내지 동감을 원하거든 뒤에 덧붙여야 했다. 그렇지 않나, 하이드.

미리 만들어둔 샌드위치와 우유를 마셨다. 커피나 차라면 카페에서 마실 생각이었다. 순전히 잠을 깨는 목적이라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 되고, 집과 사무실에 쌓여 있었다. 몇 년만에 찾은 커피톡은 내 기억보다 특이한 곳이었다. 재료만 있다면 무엇을 주문하든 같은 값에 내어주는 바리스타라니. 그것부터 이야깃거리인데, 바처럼 앉아 이야기를 듣거나 들려주었다. 손님끼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듣고 정말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이자 단골도 있었다. 해가 질 때 개점한다는 걸 차치하더라도 유명해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들 안락함을 위해 비밀에 부치는 걸까. 내 경우엔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 하이드 말고는 영…. 애초에 그와 재회하지 않았다면 다시 발을 들였을지 모르겠군.

집을 나서기 전 침실을 쳐다봤다.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혹 꿈이었나. 방 안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이드가 바로 누워 있었다. 다시 주방으로 나왔다. 전기 주전자를 켜고 냉장고에서 비건 혈액팩을 꺼냈다. 주문한 적이 없는데 배달 온 물건이었다. 받는 사람이 하이드길래 받아두었다. 혈액팩만이 아니었다. 차, 생강, 세탁물, 심지어는 망측한 속옷과 장난감… 까지. 널찍한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혈액팩을 담갔다. 뱀파이어들은 갓 뽑아낸 피를 좋아한다기에 이렇게 준비해두곤 했다. 정말로 마음에 들어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이드에게 직접 물어봤지만 그 치의 좋아한단 말은 헷갈렸다. 매번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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