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톡

갈라하이_한여름 조합식

아주 따듯하게 하는 것 잊지 말고.

그 말에 바리스타가 분주해졌다.

라고 임시저장이 되어 있고 공책엔 아래 토막글만 남아 있당. 마저 쓰지 않을 것 같아서 이쯤 올림

얇은 커튼은 해를 막는 데 별 소용이 없었다. 또 반투명하니 안팎을 가리는 용도론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따지자면 장식이었다. 해질녘 특유의 주홍빛이 투과해 벽지를 곱게도 물들였다. 여느 가게라면 파장이겠으나 이 특이한 카페에게는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어둠이 주홍을 거둬내면 막이 오르고 가운데 선 바리스타 앞에 손님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나는 나이트 근무이기에 오늘 등장순서는 조금 뒷순서였다. 커튼이 푸르스름하고 창백한 운치를 줄 즈음이었다. 이런 여름엔 밤이 늦게 와서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그런들 여름밤은 식는 법을 몰랐다. 늘 마시던 짜이라떼를 마셔도 나른할 뿐 더위에 잠을 설쳤다. 이제는 지끈 거리는 머릿속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내성이라 하기엔 라떼에게 억울한 면이 있었다. 제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해결하겠는가.

하이드는 고약한 구석이 있었다. 바리스타에게 마시고 싶은 차의 이름을 대지 않고 스무고개를 한다거나, 토마토 주스를 두고 섬뜩한 농담을 했다. 가관은 차가우면서 뜨거운 차였다. 저만 아는 것. 이 경우에 맞는 말로는 바리스타는 알 리 없는 주문이었다.

뱀파이어는 다른 종족에 비해 수명이 월등히 길다. 그래서 철이 드는 속도까지 더딘가. 하이드를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날이 섰을지언정 조언이랄 걸 잘하는 둥 어디로 튈지 모를 재미가 있는 친구였다. 튄다는 걸 알되 그 방향이며 정도를 모르니 재미가 있는 친구. 그렇다고 선 바로 앞에서는 점잔을 빼는 친구. 물론 그가 가끔 보여주는 충동적인 모습도 좋아했다.

좋아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아’라고 해서 모두 같은 ‘아’가 아니었다. 그날은 하이드와 한낮에 만났다. 단골 카페 주인장은 무얼하고 있을지 모를 시간인지라 우리는 오래된 카페에 갔다. 하이드의 해장커피를 책임지던 곳이었다. 머리가 희끗한 바리스타도 이젠 자리를 물려주고 없었다. 맛이 조금 묽어졌지만 하이드가 쏘아붙인 대로 아주아주 뜨거웠다. 내것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식히는 동안 하이드는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뱀파이어는 혀도 대지 않는지, 순식간에 아무는지.

신인류의 노래 ‘한여름 방정식’을 모티프로 잡은 데까진 기억이 난다. 특히 “차갑고 뜨건 너의 입술은 여름이 되어 내 마음을 적셔”라든가 “오늘따라 뭐가 그리 어려운가요” 같은 가사에서 많이 내용을 따왔다. 대강… 게임 안에서 하이드가 뜨거운 걸 자주 주문하는데 뱀파이어니까 몸, 그러니까 입술은 차갑겠지 싶었다. 위에 나오는 ‘그날’ 하이드가 충동적으로 갈라에게 입을 맞추고 잠적하고, 갈라는 그 일을 떠올리는 게 줄거리던가. 아무튼 이어 쓸 것 같지 않아 공책에 남은 글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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