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죄인과, 조금은 다정하게 자리잡길 바라는 업보의 양상에게.
죄의 업보는, 과연 어떤 형태의 양상으로 죄인 앞에 내비치는가. 듣는 것조차 불가능에 섭렵할 언어? 손으로 아무리 헤치고 목 죄이듯 죄여도 사라지지 아니하는 미무? 아니면, 무엇이라 치부하기엔 한없이 주저스러울 따름의 형태인가.
무색으로 남은 잔향을 폐 안쪽까지 깊게 들이쉬며, 사내는 제 손으로 굳게 쥐고 있던 붉은색의 우산을 푸른빛의 파랑이 일렁이는 수륜으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죄의 업보를 피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스라져버린 죄인이 남긴 유일한 부산물. 그 유일한 부산물을 삼족오가, 가냘프기 그지없는 그 사내가 직접 손으로 쥐고 있었다.
대체, 죄인은 무슨 양상의 업보를 보았길래 그리도 외면하고 도피하고 방황하다 아스라이 바스라졌어야 했나. 그리 생각하며 붉은 우산을 쥐고 있는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니, 우산의 붉고 불쾌한 잔향이 맞닿은 손을 통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 환각이 보이는 건 단순 기분 탓일까. 사내는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왠지, 방금 본인이 생각하고 읊조렸던 구절의 해답을 조금이나마 알아버릴 것만 같아서.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이상하리만치 소름 돋아서.
상당히 익숙한 감각이지만, 외려 상당히 익숙하기에 꺼려질 따름이더라.
사내는 미약히 무색의 잔향을 내쉬고, 처음 그 부산물의 주인과 대면했던 길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채 내딛지 않았음에도, 발을 내딛는 그 한 걸음조차 힘겨웠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어느새 다다른 길목의 벽에 자신이 쥐고 있던 부산물을 조심스레 내려놓고선 두 손을 모아 두 눈을 감고 누구에게 전하려는지 모를 예의상의 작은 기도를 하니, 그제서야 몸의 어느 한구석이 후련해질 것 같은 미묘 복잡한 느낌이 사내의 몸을 스치듯 쓸어주는 것 같았다.
물론 단순 예의상으로 한 작은 기도였기에, 죄인을 향한 사내의 마음 역시 한없이 작고 얄팍할 터. 그럼에도, 그 얄팍하고도 작은 마음속에 이것 하나는 명확하고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비록 삼족오의 시선으론, 사내의 시선으론 볼 일도 없고 없을 테고 보고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겠지만 부디, 죄인을 향한 업보의 양상이 조금은 다정한 형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다정하게 자리 잡아서, 이리 방황하다 아스라이 바스라지는 결말을 맺는 이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러하면 좋겠다는 것이 크고 명확하게 자리잡아서, 그런 미묘 복잡한 느낌이 제 몸을 쓸어주고 간 걸까. 싶었다.
물론 그렇게 야기한 이유는 한없이 불투명했기에,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은 없었다. 다만 사내가 확실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사내가 떠난 뒤에도 붉은색을 띈 부산물과 사내의 얄팍하고도 조그마했던 그 기도만이 그곳에서 줄곧 잔존하고 있게 될 광경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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