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사랑3
아니 그러니까 일부러 친게 아니라 놀라서 쳤다니까요.
지고천 연구소는 항상 바쁘게 돌아다닌다. 그래 당장 오늘만 해도 특히 바쁜 날이었다. 게다가 오늘 오후 업무는 정말로 다이나믹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을 나가던 순간이었다. 창문 너머로 벨소리가 들려왔는데,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세이카는 누군 연구소 뒤편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바깥으로 나가 휴대폰을 수거하러 갔다. 하지만 거기 있던 것은.
...양아치인가?
훤칠한 키에 검은색 점퍼. 양아치인가? 담배를 피러 온건가? 아니면... 같은 생각들이 세이카의 머리를 떠돌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파이프를 들기 충분했다. 이곳은 들키면 곤란한 곳이고. 저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근처를 방문한다면 더욱이 곤란했다. 게다가 저 남자가 지나온 길. 사람의 백골 같은 것들이 잔뜩 깔린 길이 아니었던가.
‘곤란해. 전파가 잘 터지지도 않는데 이곳까지 온 것을 보면 분명 목적이 있을거야... 취재일까? 어떡하지...’
남자가 휴대폰을 들었고. 세이카가 그것이 ‘누군가의 전화’ 라는 것을 분간했을 쯤에는 이미 파이프로 남자의 머리통을 내려친 뒤였다. 남자는 힘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다행히 머리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듯 깨끗...
“아니잖아. 피가 났는데 상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돼.”
남자의 휴대폰을 본다. 그리고 세이카는 수신자 불명의 공중전화의 전화를 받았다. ‘그 사람’은 상대가 남자가 아닌 것을 알았는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잠깐의 정적 후. 세이카가 입을 연다.
“당신이 보낸건가요.”
“막으려고 보냈지. 결국 그곳에 도착했군.”
“이것 또한 운명이겠지요. 신의 사랑이겠고.”
“사이비 행색은 그만하는 것이 좋을텐데. 네 본분을 잊지 않았겠지. 아토 하루키를 내보내.”
“하.”
세이카는 전화를 끊고, 전원을 끈다.
아토 하루키. 아토 하루키. 이곳에 도착한 재앙... 시오미츠 세이카가 아토 하루키를 옮긴다.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하지만, 몸에는 상처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보면 지나온 길이 붉은 카펫 같아보인다. 지고천 연구소가 걸어온 길이 저 모양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카는 다음 실험을 준비해야 했다. 빨리 옮기지 않으면 늦을지도 모르고, 혼날지도 모르니까. 서둘러야지.
무언가를 이루든. 되찾든. 끝나던간에. 지고천 연구소가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을 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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