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사랑2

아빠가 자꾸 코코아를 줌

람드림 by 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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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카는 이번 주에 벌써 코코아를 세 잔째 마시는 중이었다.
분명 우츠기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텐데도, 꾸준히 "보호자" 노릇을 자처했다. 무언가의 트라우마가 있는걸까 하고 짐작만 해볼 뿐, 세이카는 그의 속을 구태여 들여다 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의 속내를 알아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 또한 없었다.

"보여주지 않는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하고 가볍게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지고천 연구소는 구제할래야 할 수 없는 곳이었고, 제가 맡은 것은 아마 물로서 심판하는 - 방주를 띄우는 역할일테니. 우츠기가 시기 적절히 자신을 사용해주길 바랐다. 수동적으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기에 세이카는 이곳의 삶이 마음에 들었다. 안락한 쓰레기장이 이런거겠지. 치워지지 않길 바라며, 이 상황을 유지한다.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물로 씻어내야 할 세상이라 하더라도, 여기 사람들은 본인들만의 최선을 다했다.

"아이바씨."
"아, 시오미츠님."
"경어는 생략하세요. 그리고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요. 저는 주교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우츠기님의 따님을 쉽게 부르면 곤란하지요."
"... 곤란하다고 하면, 안해주실건가요?"

아이바 유스케는 세이카를 잘 돌봤다. 나이가 비슷한 조카가 있다고 했던가. 세이카는 그런 아이바 유스케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성인 그 이상으로 봐주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아이를 돌보는 것 처럼 무르다. 방금과 같이, 곤란하다는 말 한마디에 호칭에 대한 고민을 해주지 않는가. 세이카는 그런 점이 좋았다.

"좋습니다. 대신, 우츠기님이 계실 때에는 전과 같은 호칭으로."
"그 정도의 융통성은 저도 있어요."

아이바의 결론에 세이카가 작게 웃었다.

"그러고보니 세이카. 혹시 너도 코코아 같은 것을 좋아하니?"
"아니요. 왜 그러세요?"
"저번부터 계속 네 머그컵에서 단 향이 올라와서 말이다."
"아, 이거 말이죠... "

아이바와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그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세이카가 제 머그잔을 바라봤다. 우츠기가 오늘도 순조로운 연구와 신의 사랑을 위하여- 라는 명목으로 타준 코코아였다. 그 속에 있는 것은 마냥 달콤한 감정만은 아니기에, 세이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라는 이름으로 가리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사랑. 고민. 슬픔. 노여움. 정.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간, 달콤하고도 쌉쌀한 맛. 소망을 담아 나에게 주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코코아에 에스프레소를 섞으며 생각했다. 그가 나에게 준 감정은 분명 보호자로서 응당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곳에서 그런 것을 따져보았자 의미가 없었다. 그럼 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세이카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신이라도 상관 없다는걸까."
그는 최후에 자신을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는 없으니까.  결론을 내면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나'를 거의 간파한 것 같은데. 왜 이대로 두는거지?
풀리지 않을 난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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