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사랑

우리애는 신의 사랑 같은건 모르는데 아빠가 신의 사랑에 맹목적임

람드림 by 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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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랑은 언제나 폭력으로 다가온다.

꼭 폭력일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것은 신의 입장이다. 받는 자가 어떻든, 주는 자가 ‘신’이기 때문에 폭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령, 가뭄이 극심한 인간들을 위하여 신이 주는 은혜는 비가 아니라 홍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그 모든 ‘사랑’은 감히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을 두 눈으로 목도한다면. 아, 이것이야 말로 전지전능한 신의 사랑이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된다면 분명 무사하지 못하겠지. 기이하게 다가오겠지. 사람이라 불리지 못하겠지. 지고세포가 숨을 쉬는 것 같다. 분명 평범한 사람 마냥 살아간다 생각했는데, 세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이것이 수신기라면. 저는 언젠가 신의 사랑을 받아들여야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은 자비로운 분이시니, 원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요...”

 

그는 우츠기 노리유키의 새카만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빛나는 것이 별인지, 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야, 신의 사랑은 나의 ‘의지’ 와는 관계 없다고 누군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는 분명 하츠토리님의 목소리라 생각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세포의 일부분이 남의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가끔 헛구역질을 유발했다. 누군가는 신의 파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라고 했지만, 나는 분명하게 느꼈다. 이건 그런게 아니야. 생리적인 거부감. 나의 일부가 다른 것으로 구성됨에 명백히 불쾌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입꼬리를 한 것 끌어올리고, 불안을 감춘 목소리로 다음 실험을 진행하자고 재촉하는 것이다.

 

“있잖아. 왜 주교가 되지 않는거야?”

“전 종교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요. 노아 언니. 이런 제가 주교를 맡는다면 저희 교단의 위상이 더 떨어지기만 할걸요.”

“후후, 거짓말이 늘었네.”

 

에노모토 노아가 팔짱을 끼며 웃었다. 나를 나무라는 것이 아닌 것 같아 가만히 바라만 보았더니. 가보아도 좋다며 손을 휘저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이곳에 올 때부터 묘하게 나를 챙겨주던 사람이다. 처음에는 어째서 주교가 되지 않느냐며 언성을 높였으나,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것을 알고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아쉬움인지 이따금 장난으로 저렇게 물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하츠토리 하지메의 지고세포를 받아 일상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그 얼굴 앞에 말할 용기는 애석하게도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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