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회전목마

단편

목화_솜 by 모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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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버월드 자유 이용권. 인하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종이에 적혀 있는 9글자. 인하는 벌써 10번 넘게 그 이용권을 들고 회전목마 줄에 서 있었다. 

 네버월드는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놀이기구들이 가득한 놀이공원으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놀이공원들이 다 거기서 거기이지만 한 때 네버월드는 완벽한 컨셉을 잡고 어린이 손님들을 정말 동화 속 주인공처럼 대한다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회전목마 실종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회전목마에 아이를 태워놓고 부모님은 바깥에서 운행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회전목마에 타고 있던 아이가 사라졌다는 내용이 주가 되었던 그 사건은 많은 부모들로 하여금 비난을 받았고, 이로 인해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네버월드는 곧 문을 닫았다.

 인하는 네버월드 회전목마 실종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사실, 피해자라고 하기엔 약간 어폐가 있는 것이 인하는 회전목마가 자신을 잡아간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자신을 회전목마에 태우고는 그대로 버리고 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인하가 회전목마에서 내렸을 때 부모님은 온데 간데 없었고, 인하는 부모님의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기억해 그저 끝도 없이 회전목마를 탔었다. 놀이공원이 폐장할 때까지 회전목마를 타고, 또 타던 인하의 사정을 알아챈 것은 다른 아이의 부모도, 캐스트도 아닌 회전목마였다. 회전목마는 인하가 마차에 앉았을 때가 되어서야 말을 걸었다. 

 “회전목마가 재밌니?”

 “아니. 공중그네가 더 좋아.”

 “근데 왜 계속 타고 있는 거야?”

 “엄마가 길 잃었을 때는 움직이지 말랬어.”

 회전목마의 마차 속에 앉아있는 왕자님 인형은 인하의 말에 난감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마차 너머 울타리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주욱 보았지만 인하의 부모님이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 인하도 그걸 어렴풋하게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았다. 왕자님 인형은 조심스레 인하의 눈치를 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모님 보고 싶어?”

 인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보고싶긴 했다.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인하는 아직 12살 아이였고, 부모가 필요한 나이였다. 하지만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부모가 인하를 버리고 간 지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응어리져 있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렀다. 어린 마음이 기어코 상처 입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에 왕자 인형은 애써 울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인하를 달랬다. 

 “그럼, 부모님을 찾으러 가자. 내가 도와줄게. 회전목마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줄게. 그러니까, 거기서 부모님을 찾자. 네가 부모님을 찾을 때까지 내가 계속 돌려줄게.”

 그러니까 울지마. 다정한 목소리가 마차 안에 내려앉았다. 회전목마가 천천히 돌았다. 눈물 범벅이 된 인하가 바깥에서 부모님을 찾을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돌았다. 인하는, 벌써 스무번째 돌아가기 시작한 회전목마의 마차 안에서 아직도 부모님을 잃어버렸던 그날을 찾고 있다.

 네버월드 회전목마 사건으로 사라졌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회전목마가 부모님을 찾아주었노라고. 경찰 당국은 회전목마 사건 조사중에 캐스트에게 보고 받은 실종자 중 일부가 부모에게서 실종 신고가 없었음을 주목, 이에 그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사결과 공통적으로 아동 학대, 방임 등의 정황이 보였음을 발표했다. 결국 그 실종자들은 몇 년이 지나도록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편이 행복하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하는 여전히 회전목마 안에 있었다. 회전목마는 아직도 돌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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