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헌] 드랍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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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글은 안 들고 오고 드랍만 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머리 박을게요 진짜 

미치겠네, 겁나 아프다 진짜... 도헌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끙끙 앓고 있었다. 운이 안 좋은데 이렇게 안 좋은 날도 없을 것 같다 진짜. 일단 첫 번째, 어제 애인 이재현과 싸웠다. 그냥 원래는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커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싸우게 됐다. 싸우다 지쳐서 혼자 집에 왔던 도헌이다. 그런데 어제 재현과의 약속에 너무 춥게 입고 나가서인지 몸살이 돌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재현한테 문자가 안 와 있어서 짜증났고, 몸을 일으킬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서 짜증났다. 

그렇게 아팠는데 결국 학교는 왔다. 그냥, 이재현한테 '나 너랑 싸운 거 하나도 신경 안 쓰이거든'과 같은 허세를 부리려고, 자존심을 세우려고 학교에 온 건데. 더럽게 아팠다. 뭐 앞서 말했듯이 싸운 애인한테 자존심 부리려고 한 것도 있지만 전공이라서 꼭 들어야해서 온 건데 정작 너무 아파서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처음 몇 분은 꾸역꾸역 필기를 하며 대답도 억지로 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엎드려 있었다. 뒷사람이야 잘 보이고 좋네 뭐. 도헌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엎드려 누워서 교수의 나긋한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앓고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미친. 나 형이랑 같은 과지. 불현듯 밀려온 생각에 도헌은 고개를 들어 뒤를 획 돌아보았다. 이재현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잘생겼네. 이런 생각이 떠오른 도헌은 자신이 짜증나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앞을 보기로 했다. 아까 이재현과의 눈맞춤은 별로였다. 가뜩이나 예민한데 싸운 애인이랑 눈 마주치는 게 별로 기분이 안 좋더라. 

평소라면 다정해서 어디 아프냐고 물어봤을 이재현인데 오늘은 아무 말도 없는 게 짜증났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언제까지 저렇게 삐딱하게 날 쳐다보는지 봐보자. 

(여기서부터 썰체)

강의 끝나자마자 재현이는 도헌이 옆에 와서 앉았어. 도헌이는 재현이가 옆에 앉은 걸 알았는데 싸웠고 괜히 그러기 싫어서 그냥 머리 파묻고 있었지. 뭐야... 또 다정한 이재현으로 돌아왔나... 재현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아픈데 왜 왔어. ...전공이잖아. 아픈데 왜 말을 안 해. 형 우리 싸운 거 잊은 거 아니지? 싸운 거랑 너가 아픈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게. 그니까, 아프면 말하고. 싸웠잖아. 싸웠, 아니 도헌아 고개 들어봐. 도헌이는 재혀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어. 재현이가 있더라. 걱정하는 표정 짓고. 도헌이는 입술을 잘근 깨물고 재현이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어. 

미안해. 형이 미안해. 재현이가 한 말은 의외였어. 어제 너랑 싸웠는데 너 집 들어갔는데도 문자랑 전화 한 통 안 한 것도 미안하고, 어제 약속 나왔을 때 너 얇게 입고 나온 거 보고도 뭐라 걱정 안 해준 거 미안해. 형이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내가 미안.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가 전날 싸웠든 어쨌던 간에 너 아프면 얘기 해줬으면 좋겠어. 너가 얘기 안 해주면 너무 불안해. 그니까, 너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도헌이는 재현이의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괜히 울컥해졌어. 그래서 참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재현이는 그런 도헌이를 안아주면서 말했어. 울지 마, 머리 아프잖아. 약 챙겨왔으니까 먹고 그냥 집 가자. 형, 내가 진짜 사랑해. 나도. 그렇게 둘이 있다가 약 먹고 재현이네 집 가서 하루 푹 쉬었다는 얘기.

근데 형 약은 왜 챙겨왔어?

너 어제 얇게 입었잖아. 그래서 너 아플 것 같아서 그냥 챙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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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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