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유라] 썰 모음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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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호 X 임유라

1. 첫만남+고백

유라랑 지호 둘 다 인문계 일반고 다녀. 유라는 부동의 전교 1등, 지호는 또 부동의 전교 2등. 둘이 1학년이랑 2학년 때는 그냥 서로 쟤가 1등/2등 걔구나 이 정도로 알고 지내는 사이. 그러다가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거야. 유라는 진짜 반에서 제일 먼저 등교해서 책 읽거나 공부하는 성격이라서 개학식 때도 처음 와서 문 열고 들어오는 애마다 유심히 봤을 것 같아. 그렇게 종례 시작 1분 전에 지호가 마지막으로 등교해. 그러면 유라는 자연스럽게 문 쪽 보면서 지호 들어오는 걸 봐. 그리고 생각해내지. 아, 쟤가 걔지? 전교 2등 권지호. 그때 지호랑 눈이 마주쳐. 지호는 유라랑 눈이 마주치고 잠깐 멈칫해. 유라는 ?뭐야 이 생각하고 다시 책 보겠지. 그러는 동안 지호는 남자애들 사이에 껴서 얘기하고 있어. 지호는 인싸거든.

아무리 1등과 2등이 같은 반에 있긴 해도 솔직히 접점은 없었어. 시험 기간이 되도 애들은 그냥 다 알고 있었거든. 어차피 1등은 임유라, 2등은 권지호. 변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해 애들은. 왜냐면 지호 걔 머리가 선천적으로 미친 듯이 좋아서 대충 1~2주만 공부해서 나오는 성적이 2등이거든. 근데 거기서 더 공부할 생각은 딱히 안 해. 그래서 직접적인 접점은 없었어.

근데 유라는 지호를 엄청 의식하고 있었어. 가뜩이나 전교 1등 타이틀이 부담스러운데 같은 반에 2등이 있으니, 멘탈 관리가 안 되는 거야. 물론 그 걱정도 개학한 지 한 달이 지나니까 다 사라지긴 했어. 근데, 그게 아니어도 되게 의식이 되더라고. 그냥 호감의 의식 말고 순전히 성적 때문에 하는 의식.

반면에 지호는 조금 달랐어. 진짜 유라한테 첫눈에 반했거든. 사실 지호는 인기는 많은 거랑 별개로 여자애들한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 물론 여자애들한테 인기 엄청 많지. 키 크고, 잘생기고, 공부 잘 하고, 게다가 점심시간에 맨날 농구 하면서 골 넣잖아. 여자애들이 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야. 그래서 여자애들이 고백할 때마다 다 거절했어. 관심 없어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러다가 고3 돼서 반에 들어왔는데 유라한테 반한 거야. 유라랑 눈이 마주쳤는데 일단 너무 예뻤어. 무심한 듯 대충 묵은 듯한 머리랑 단정한 교복, 그리고 안경까지. 거기에다가 다른 여자애들처럼 화장을 굳이 안 해도 예쁜 외모에 그냥 반했어. 진짜로. 그래서 멈칫 했던 거야.

열아홉, 평생 여자랑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지호의 첫사랑이 시작됐어.

솔직히 여자애들이랑 대화를 해봤어야 알지, 맨날 남자애들이랑만 붙어 다니니까 어떻게 다가가야 될지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그냥 냅다 쉬는 시간에 혼자 책 읽고 있는 유라한테 다가갔어. 유라는 지호가 옆에 와서 앉았는데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읽던 책을 계속 읽었어. 지호는 괜히 뻘쭘해서 말을 걸어봤어. 저기, 나 있는 거 알고 있지? 유라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지호의 눈을 보고 말해. 어, 알아. 너 권지호잖아. 유라는 무심하게 대답하고 다시 책을 읽다가 형광펜으로 찍찍 줄을 그었어. 지호는 그 와중에 유라가 자기 이름 안다는 걸 알고 속으로 신난 상태야. 

지호는 그 날부터 유라랑 친해지는데 힘 쓰기 시작해. 쉬는 시간은 몰라도 점심시간에 농구를 안 하고 유라랑 얘기를 하기 시작하지. 아니면 앞자리에 앉아서 책 읽거나 공부하는 유라를 구경하기도 하고. 유라는 그런 지호가 조금은 귀찮았지만 그냥 내버려뒀어. 그냥 다른 애들처럼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애가 궁금해 순간의 호기심으로 붙어다니는 거라 생각했거든.

둘이 나누는 얘기는 대충 이랬어. 오늘은 읽는 책 바꼈네? 이걸 알아봐? 당연하지. 너는 좋아하는 책 있어? 불행해지는 방법들. 오, 왜? 제목 재밌잖아. 유라는 제목이 재밌다는 말에 얼굴을 조금 찌푸렸지만 다시 표정을 풀고 책을 읽었어. 지호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진짜 이유를 말한 건데 유라는 가벼워 보이는 사람을 싫어했거든. 아무튼 그렇게 얘기하면서 조금 친해졌던 것 같아. 유라도 이제는 학교에 지호랑 대화하려고 오는 느낌도 조금 있었고.

그러다가 사건은 터져. 그날도 평범한 점심시간이었어. 교실에는 유라와 지호밖에 없었지. 당연히 유라는 무의식 중에 철벽 아닌 철벽을 치고 있었고. 지호가 그런 무심한 유라를 보고 그냥 농담 삼아 말을 해. 야 근데 너는 1등 하는 방법이라도 있냐?ㅋㅋㅋ. 유라는 그 말에 움찔해. 유라는 엄청난 노력파였거든. 유라는 표정을 싹 굳히고 지호한테 싸늘하게 말해. 권지호, 친해졌다고 선 넘는다? 너 사람 조롱해? 지호가 그 말 뜻을 파악하기도 전에 점심시간을 끝마치는 걸 알리는 종이 울리고 지호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아.

지호는 집 가서 멍하니 누워 있다가 자기가 한 말이 어떻게 들렸을지 깨닫고 벌떡 일어나. 와 ㅁㅊ 나 아까 뭔 말 했냐 권지호 머리 박자 진짜... 그래서 직진남 권지호 전화 갈김. 전화 연결음 한 5번 울리다가 유라가 받았지. ...왜 전화 했어. 만날 수 있어? ...지금? 어,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냥 카톡으로 해, 뭘 또 만나. 너희 집 앞으로 간다. 너가 내 집을 어떻게 알아ㅡ 지호 바로 끊고 냅다 유라 집으로 갔어. 유라 집 어떻게 알았냐고? 임유라가 지 입으로 00아파트 산다고 말 함. 임유라 바부.

유라는 집에서 공부 하다가 엄마 심부름 하러 잠깐 집앞 슈퍼였는데 전화 오길래 받은 거였어. 그래서 유라 전화 끊김 당하고 바로 계산하고 집 앞으로 갔지. 지호가 후드티에 그냥 편한 바지 입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유라는 지호 기다리는 거 보고 바로 뛰어가. 지호 그런 유라 발견하고 씨익 웃어. 둘이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 벤치 앉아서 얘기할 듯.

한다는 얘기가 뭔데. 미안. 응? 아까 학교에서 너한테 1등하는 방법이라도 있냐고 물은 거, 그거 미안해. 아 그거... 너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많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 쉽게 해서 미안, 내가 더 친해지려고 한 말이었는데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할게. 유라는 이 말 듣고 조금 놀랐어. 마냥 가벼워 보였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서 말한다는 게 조금, 아니 많이 놀라웠거든. 그래서 유라는 지호 쪽으로 고개 돌려서 잠깐 봤다가 고개 끄덕이면서 다시 바닥 봐. 어엉 아니야 나도 아까 말 날카롭게 해서 미안.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지호는 질문을 해. 너 노력파야? ...응. 이러면서 유라는 자신의 속 깊이 묵혀뒀던 이야기를 시작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유라의 피나는 노력들을. 유라는 얘기를 끝내고 괜히 조금 민망해서 웃음으로 마무리해. 아니, 뭐 그렇다고 하하. 지호는 유라의 말을 듣고 생각을 조금 하는 것 같더니 유라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어. 고생했어, 진짜로. 나한테 그런 얘기 해줘서 고마워. 지호는 그 얘기를 하고 환하게 웃어. 이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유라는 그 웃음과 세심한 말을 듣고 괜히 설레. 유라는 빨갛게 달아오르는 귀를 감추고 지호를 보내. 아, 뭘 새삼스럽게; 빨리 가 빨리 부모님이 걱정하셔. 지호는 유라에게 등이 떠밀리며 갔어. 멀어진 후에는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것도 깜빡하지 않고. 유라는 떠나는 지호를 보며 빨리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어.

지호와 유라의 관계는 다음 날도 비슷해 보였어. 지호가 유라 곁에 들러붙어서 들이대고, 능글맞게 말하고. 그러면 유라는 무심하게 리액션하고. 근데 유라의 마음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지. 둘은 어느새 하교 메이트가 되어있었어. 왜 등교는 따로 하냐고? 맨날 첫 번째로 등교해서 공부하는 유라의 패턴까지 맞추기에는 지호가 조금 버거웠거든. 

아무튼 그런 일상적인 나날들이 있었어. 지호는 시간이 지날 수록 불안해졌어. 자신은 분명 유라한테 마음 표현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유라는 그런 지호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았거든. 지호가 유라가 좋아하는 간식을 기억해두었다가 사줘도 유라는 그저 '오, 기억해준 거야? 고마워 잘 먹을게' 이 말만 할 뿐 감정의 동요가 얼굴로 드러나지 않았거든. 그래서 지호는 이 짝사랑이 너무 힘들어서 끝내려고 마음 먹었어. 그냥 짝사랑 끝내고 친구로 지내려고.

짝사랑을 끝내려 고백을 하기로 다짐한 날에는 잠에 쉽게 들지 못 했어. 분명 10시에 만나자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안 다잡아지더라. 그래서 한참을 서성이고 고민하다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유라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 반이었어. 유라는 전화를 걸고 조금 있다가 받았어. 여보세요? 지금 집 앞 공원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까? 그래, 나 지금 바로 나갈게.

지호는 유라를 기다리면서도 초조했어. 혹시 내 고백을 바로 거절하면 어떡하지. 더이상 친구로도 못 지내면 어떡하지. 유라는 지호의 전화를 받고 공부하던 거를 멈추고 얇은 가디건만 입고 나갔어. 뭐지, 이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유라가 공원으로 나가니까 지호가 기다리고 있더라. 지호는 유라를 발견하고서도 손을 흔들거나 그러지 않았어. 유라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지호가 서있는 가로등에 가까이 갔어. 그러고는 묻지.

왜 전화했어? 할 말... 있어서. 항상 유라에게 보이던 지호의 능글맞고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소심해보이는 지호가 서있었어. 유라는 그런 지호를 보고 뭘 잘못 먹었나 생각하고 있었지. 그때 지호가 말해. 유라야, 나 너 좋아해. 지호의 말에 유라는 지호를 올려다봤어. 많이 포기한 듯한 표정이었고 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었어. 유라는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었거든. 유라도 지호를 좋아하는 것 맞았어. 다만 이 말을 어떻게 해야 예쁘고, 조금이라도 더 진심이 담기게 표현해야할지 몰랐을 뿐이야.

유라가 한참을 있다가 입을 열었어. 알아, 너가 나 좋아하는 거. 그래서 항상 내 앞에 오면 웃고, 안절부절 못 하고, 볼이 빨개지는 거잖아. 책상 위에 누군가가 두고 간 사탕도, 나 아플 때 사물함에 몰래 약 두고 간 사람도, 모두 다 너였잖아. 솔직히 처음에는 너를 향한 두려움이었고, 두 번째는 호기심이었어. 쟤는 뭔데 저렇게 날 챙겨주고 달라붙지? 목적이라도 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 그건 너가 나를 향해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세 번째는 호감이었어. 그냥, 알잖아. 쟤 괜찮다, 좋은 것 같다라는 느낌의 불확실함과 마음 속의 불안정. 그리고 지금은, 나도 너 좋아해. 

지호는 유라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놀랐어. 날 좋아한다고? 지호는 푹 떨구고 있던 고개를 올려 유라를 쳐다봤어. 유라의 얼굴에는 확신이 차 있었지. 지호는 그런 유라를 향해 또 한 번 물었어. 나랑 사귈래? 유라는 손을 내미는 지호를 보고 피식 웃고는 손을 올리며 대답했어. 응, 좋아. 대답을 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던 환한 미소를 보여줬어. 지호도, 유라의 미소를 보고 웃었어. 유독, 새벽 공기가 따스했던 날이었어.

2. 스킨십

평소에는 미친 듯이 능글맞은 남자 1위 권지호... 스킨십은 완전 유교보이였으면 좋겠다. 아니, 유교보이가 아니고 싶어도 유교보이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평생을 남자애들하고만 놀았던 애여서. 그래서 사귀기 시작했는데 애가 손도 안 잡는 거야. 그래서 유라는 처음에 ?뭐야 왜 손 안 잡지 일종의 배려인가 이러고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는데... 아니 시간이 지나도 발전이 없는 거야. 심지어 유라 눈에 애가 손 잡고 싶어하는 게 보이는데 안 잡아. 그래서 유라는 슬슬 어이없어지기 시작. 아니 얘 뭐지;

밤 산책하고 있었어. 지호가 얘기하다가 유라가 그냥 손 낚아채서 잡았어. 지호 놀라서 손 빼려고 하니까 못 빼게 더 꽉 잡고 눈 마주보면서 말할 것 같다. 이렇게 손 잡고 싶었던 거 아니야? 왜 말을 안 해. 유라가 보니까 지호 얼굴 빨개져서 하는 말이 뭐냐면ㅡ유라야, 그, 나 지금 너무 부끄럽거든. 그니까 조금만... 유라 또 어이없음22 너 여자랑 손 안 잡아봤어...? 고개 끄덕끄덕. 유라는 헛웃음 치고 그냥 걸으면서 특유의 무심한 말투로 말할 것 같다. 스킨십 하고 싶으면 말해. 괜히 눈치보지 말고.

3. 읽는 책

유라는 2주에 한 번씩 읽는 책이 바뀔 것 같아. 그럴 때마다 그걸 다 알아보는 눈썰미 좋은 지호. 그래서 지호가 유라한테 이번에 읽은 책은 어땠어? 물어보면 문학 소녀 임유라... 은근 신나서 쫑알쫑알 말할 듯. 이 책은 어쩌고 저쩌고 작가의 의도가 어쩌고 주인공의 말투가 어쩌고 필체 어쩌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지호는 고개 끄덕여주고 리액션도 해주면서 들어줄 것 같다. 아잇참 스윗한 남자 권지호 어쩔 건데ㅠㅠㅠ

4. MBTI 정반대

유라의 성격 때문에 아 임유라 T; 이러고 지호 말 하는 것 때문에 아구 말 하는 거 예쁜 지호 F.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입니다. 유라는 그냥 기본 성격이 무심+무던인 거지 실제로는 감정에 있어서 조금은 서툰 편이야. 지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서는 머지... 이러고 있고 감동적인 거 보면 흐느끼는 거 없이 그냥 눈물만 또르륵 흘리는 편. 지호는 반대로 슬픈 거 봐도 오 감동적이다 이러고 끝나고 그런 걸 봐도 몰입이 잘 안 되는 편이야. 그래서 유라는 지호가 막 생일 때 편지주면 울 듯. 지호는 편지 받고 감동 받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유라 보니까 진짜 아무 소리 없이 눈물 한 두 방울씩 떨어져서 당황할 듯. ㅇ,유라야 나 뭐 잘못했어...? 아니 감동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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