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선] 임저글 탈탈 털기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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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글 쓸 시간이 없어서 찾아온 임저글 탈탈 털기

뒤로 갈 수록 예전에 쓴 글들이고

당연히 중간에서 뚝뚝 끊깁니다 

막 두 줄 쓰고 끊길 수도 있음

1. 현실에서 이러면 탈퇴 각

1군 여돌 메인댄서자 센터인 김보영... 엄청난 비주얼과 사람 홀리는 성격으로 온갖 여덕/남덕들 쓸어모으고 있음. 특히 팬싸에서 팬서비스 뒤지게 잘 함. 온갖 팬싸템 다 소화하고 팬들도 잘 꼬셔?서 팬한테 웃어주는 움짤은 알티 3만 탔다;; 이런 김뽀영의 겁나겁나겁나 네임드 홈마 선이,,,, 아이돌판 쫌 아는 사람이면 타팬이어도 아 그 김보영 홈마~? 이렇게 말할 정도의 네임드임,,,팔로워 8만.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시작한 건데 시상식에서 찍은 보영이랑 눈 마주친 영상이 알티 겁나 타고 실트 올라 가면서 갑자기 팔로워 쭉쭉쭉 늘었음 그러다 보니 사진을 3년째 찍고 있고 이제 8만ㄴ...

그럼 선이 돈 많냐고? ㅇㅇ 겁나 만ㅎ음. 그러니까 온갖 팬싸 다 다니지... 아 근데 그 돈 다 주식해서 몇 억씩 벌었다고 하자 그래서 그 돈 덕분에 일 안 해도 생계 유지 어느 정도 될 수준,,, 그리고 선이 부모님이 일단 돈이 많으심.. 아무튼 그런 네임드 홈마 선이!! 그날도 사진 찍은 거 보정하면서 정리하고 있엇음..

근데 이런 선이에게는 비밀 딱 한 가지가 있었지 자기 최애랑 사귄다는 거... 팬싸에서 

2. Drowning

보영이와 선이는 사귀던 사이였어. 그래, 과거형이야. 헤어진 지는 대략 6개월? 헤어진 이유야 뻔하지. 보영이가 친구와 연애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 해서. 선이는 거기에 지쳐서 보영이에게 헤어지자고 했어. 헤어지자고 한 날은 보영이와 선이가 어떻게 날이 맞아서 저녁을 같이 먹은 날이었어. 그래서 

3. Lovestruck!

"언니, 나 기억 안 나요?"

선은 멍하니 있었다. 제 앞에서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자신이 기억 안 나냐고 묻는 저 애도 낯설었다. 그 여자애는 손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설마 내가 기억이 안 나겠어?'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은 머쓱하게 웃고는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오늘 첫 강의를 들으러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여자애를 마주쳤다. 근데 이 여자애는 날 안다. 난 이 여자애를 모른다. 와 진짜 뭐지? 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선이 당황해하는 게 보이자 여자애는 다시, 물었다.

"언니 진짜로 나 기억 안 나요? 진짜?"

여자애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였다. 딱히 악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기에. 선은 뭘 대답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선은 눈알만 떼굴떼굴 굴리다가 저 멀리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선은 손뼉을 탁 치며 급하게 말했다.

"그, 어, 그, 아 맞다! 내가 그 강의를 들으러 가야 되거든. 근데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미안."

선은 여자애의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 하고 급하게 달아났다.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뛰어서 캠퍼스 내에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다 선에게 가는 듯 했다. 선은 텅 빈 강의실에 앉아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니 아까 그 여자애와 단둘이 있을 때도 시선이 자신에게 오는 듯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자애는 선이 보기에 엄청 예뻤다. 키도 크고, 긴 머리에, 옷도 잘 입고, 큰 눈까지. 선은 그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는 줄 몰랐다ㅡ아마 그건 선이 에타나 이런 것들을 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은 그 여자애의 외모에 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그 애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신이 기억나냐는 질문을 솔직히 첫 만남에 할 것 같진 않으니 그 애와는 전에 만났다는 얘기인데. 선의 기억에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뭐지, 뭐지, 나 뭐 잘못했나. 선은 휩쓸려오는 여러 생각들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선은 불안한 마음을 뒤로 다시 자신이 한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있으니 

4. 1994

1.

연대생 김보영과 이선... 컴공과(그때 신소재공학과 잇었는지 모르겟음)94학번 보영이랑 영문학과 93학번 선이. 둘의 첫만남은 놀랍게도 과팅. 컴공과랑 영문학과랑 과팅 하게 됨. 보영이는 사실 별 기대 안 했을 것 같음. 내가 그렇게 과팅 무용과랑 하라고 햇더니 아니 영문학과??영문학과아??? 김보영 딱 이 생각이라서 그냥 맨 끝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을 듯.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 앞에 누가 딱 앉아. 정신 차리고 봤는데 눈 마주쳤지. 선이 놀라서 인사할 것 같아. 아, 안녕하세요....

2. 

보영이 겁나 놀랐을 듯. 아니 영문학과에 이렇게 착하게 생기고 귀여운 사람이 있었어...?? 보영이 그제서야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이러면서 사람 홀리는 웃음 지을 듯. 그러면 선이 얼굴 빨개져서 네,넵... 이러고. 

5. 선이의 짝사랑 일기장 ☆

1. 김보영은 다정하다.

2. 김보영은 예쁘다.

3. 특히 웃는 게 예쁘다.

4. 웃는 게 예뻐서 멍하니 보다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5.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더욱 환하게 웃어줘서 싫다.

6. 김보영은 친구가 많다.

7. 혹시, 혹시, 호옥시 나랑 사귀게 되더라도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8. 김보영은 누구에게나 다정하다.

9. 쓸데없이 모든 사람에게 다정하다.

10. 나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서 혼자 설레이다가도 똑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는 걸 보면 짜증난다.

11. 김보영은 날 너무 잘 안다.

12.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주말에는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다 안다.

13. 그런 사소한 걸 챙겨줄 때면 설렌다.

14. 그런데 쓸데없이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만 모른다.

15. 바보.

16. 김보영은 나와 함께한 시간이 많다.

17. 김보영은 나의 좋은 친구이자 동생이다.

18. 동시에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다.

19. 그래서 고백을 못 하겠다, 두려워서.

20. 그래서 오늘도 혼자 꾹꾹 참는다.

21. 김보영은 

6. 그대를 향한 마음은 외로움이 되고 또 나를 덮쳐온다

"보영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 너무 지친다."

"...알겠어. 정말 고마웠어."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선은 보영에게 헤어짐을 고했다. 뭔가 정돈되지 않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고민하며 쥐어뜯은 듯한 머리와 끝내 보영에게 맞추지 못 하는 시선의 조화가 꽤 볼만했다.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고 핸드폰을 쥔 또 다른 손은 비통함과 시기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 보영은 눈앞에 있는 선을 바라보다 끝내 알겠다고 했다. 뻔한 클리셰 범벅인 웹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질질 끄는 것보다 빨리 끝내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너무 딱 잘라 대답했던 게 문제였을까, 선은 그런 보영의 대답에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뭘 어쩌겠어, 헤어지자고 말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어야 했지. 보영은 늘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었기에 사랑이 멀어지는 순간에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서로의 바쁜 일정들 때문에 한동안 연락과 만남이 뜸했다. 그러던 중 간만에 시간이 돼서 만났는데 그렇게 피폐한 몰골로 전하는 말이 헤어짐이라니. 보영은 선에게서 뒤돌아 걸어가며 생각했다. 뭐랄까, 영화에서나 봤던 것처럼 이별의 순간은 거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별한 것 없이 지나갔고 끝났다. 난 도대체 이별의 순간에 뭘 기대한 걸까. 남들이 흔히 말하는 미련에 젖은 마지막 포옹 또는 가는 상대를 붙잡는 손끝? 아, 다 부질없다. 보영은 생각했다.

어디부터 문제였던 걸까. 갑자기 나타나서 헤어짐을 고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보영이 할 수 있는 건 그 당황함을 숨기려 일부러 담담한 척 하는 것. 보영도 사실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어. 함께한 4년이란 시간이 짧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대학교에 입학하던 순간부터 떠올랐다. 남들이 말하는 CC를 꿈꾸며 들어왔다.

7. 후회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이거는 설명이 필요해서 내용 스포. 배경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입니다)

1.

1952년 어느 따뜻한 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 여자아이가 광주 한 마을에서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3년 더운 여름,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여자아이가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1964년 여름, 대한민국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두 여자아이의 아름답고도 아픈 청춘 이야기다.

2.

서울에서 태어난 김보영은 어려서부터 그런 아이였다.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우뚝 솟아 있었고 누가 뭐래도 햇살처럼 활발한. 이런 보영은 친구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아니, 중요시한 정도가 아니라 조금은 집착이 있는 정도였다. 보영에게 친구가 이렇게나 중요한 이유는 그 누구도 몰랐다. 심지어 보영 자신도. 이렇게나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는 보영이 저 멀리 생전 처음 가 보는 지역으로 이사하게 된 건 그녀가 12살일 때였다.

보영은 이삿짐을 싣고 잘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덜컹대며 가는 차 안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광주에 그가 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보영은 어제 친구들에게 자신이 이사함을 고했던 게 생각났다. 어제 나랑 친구들이랑 서로 울었었지. 보영은 이 또한 추억으로 남을 거란 생각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이런 보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좌석에서는 부모님이 아버지의 직장 승진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광주에 도착해 있었다. 집이 꽤 말끔한 게 자신의 아버지가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부모님이 힘들게 이삿짐을 옮기고 있을 때 보영은 그저 길바닥에 손가락으로 휘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태양 빛이 따갑게 그녀의 피부를 건드렸다. 지루해. 따분해. 친구도 없어. 보영은 이 따위의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그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지만 말이다.

길바닥에 서울에서 친했던 아이의 이름을 끄덕이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치는 게 느껴졌다. 보영은 부모님이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도움의 신호인 줄 알고 그저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시 이름을 적는데 이상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보영은 이상함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려 본 곳에는 자신보다 키가 조금 작아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고 눈은 둥글둥글해서 선해 보였다. 보영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 아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보영은 그 웃음이 기분 나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보영의 키가 그녀보다 조금 컸다. 보영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여자아이는 그제야 말을 꺼냈다.

"너 여기 이사 왔어?"

"안 보이는 거야 혹시? 바로 앞에 이삿짐이 있잖아. 그리고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여자아이가 보영에게 한 말은 의외로 간단한 질문이었다. 보영을 꼬투리 잡으려 한다거나 그런 질문은 전혀 아니었고 그저 이사 왔냐는 질문이었다. 보영은 친절히 대답해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줄 필요가 없다 느꼈다. 첫 만남부터 안 좋은 인상만 남았는데, 쳇. 보영은 그녀에게 날카롭게 대답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집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 보영을 붙잡은 건 그녀의 손이었다. 보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또다시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보영에게 특유의 비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너, 나 싫어하지 마. 난 네 옆집이고 어쩔 수 없이 내가 너희를 많이 도와주게 될 거니까. 그리고 나 열세 살이야. 너보다 언니라는 거지."

보영을 붙잡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를 보고 보영은 놀랍다 생각했다. 어떻게 자신이 그녀보다 어리다는 걸 알았지? 뒷조사가 취미인가? 그리고 사람한테 말하는 말꼬라지가 왜 저래. 보영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이제 보영의 팔을 놓아주고 옆집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막은 건 보영의 물음이었다.

"언니, 이름이 뭐예요?"

"내가 싫어도 이름은 궁금하다 이거야?"

보영이 용기 내 물은 질문에 그녀는 처음으로 비웃음이 아닌 미소를 지었다. 보영은 그런 은은한 미소에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다. 보영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보영에게 돌아와 말해주었다.

"이선. 착할 선이야. 나 이제 간다."

보영은 옆집으로 들어가는 선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토록 자신에게 무안을 준 사람의 이름이 착할 선 자를 썼다니. 참 모순적인 세상이라고.

8. 00대 에타22


익명

23/XX/XX

신소재공학과임 ㅇㅇ 김뿅 관찰한 결과 알려준다

요즘 조별과제 한다고 어떤 남자애랑 조금 친해?보이긴 함 근데 이건 패스

무슨 학과인지 모르겠는데 한 명이랑 되게 친해보이던데? 여자애인데 그 알잖아 술자리 맨날 따라오는 애 ㅇㅇ


댓글 316개

익명1

내가 말했지?? 그 여자애 맞다고??

익명2

아니 그 남자애 존잘임?

작성자

ㅇㅇ 개훈남 진짜 옷 ㅈㄴ 잘 입고 피지컬 ㅈㄴ 좋음

익명3

그 여자애랑 뿅 많이 친함?;;

익명4

ㅈㄴ 친해 보이던데

아니 둘이 친한데 나느ㄴ 도대체 왜 안 친함;;;

익명5

ㅅㅂ 뿅언니 나랑 사귀면 안돼여??ㅠㅠㅜ

익명6

나랑 사귀면 안돼여 ㅇㅈㄹㅋㅋㅋㅋ

익명7

ㅂ뿅 럽스타 안 하자나

익명8

븅신아 럽스타릉 해야 꼭 사귀냐?

익명9

아니 걍 해본 말이잖아 ㅂㅅ아;;

이해력 딸리냐?

익명10

뿅이랑 친한 애 걔임

영문학과? ㅇㅅ

익명11

ㅇㅅ이라고????

둘이 성격 완전 반대잖아...??

익명12

존나 의외다...

익명13

e랑 i가 친할 수도 잇군아...

익명14

ㅇㅅ이 누군데 왜 나만 몰라ㅠ

익명15

실명 언급해도 되ㅏㄴ...

보면 말해 바로 지운다

영문학과 이선

익명16

ㅁㅊ

익명17

영문학관데 선이 ㅈㄴ 조용하고 똑똑함...

익명18

모범생 결국 김뿅한테 물드냐 ㅋㅋㅋ

익명19

뿅한테 왜 구래....

익명20

알겠어 김보영 니꺼 해라 진짜;

9. Say My Name

00대학교는 지금 한창 분위기가 떠들썩하다. 아마 축제 때문일 텐데 이번에는 어떤 연예인이 오고, 어느 학과에서 어떤 컨셉으로 주점을 열고, 그날 날씨는 좋을지. 이런 게 학생들의 최대 관심거리다. 모였다 하면 축제 얘기밖에 안 꺼냈으니 다른 더 재밌을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은 저기 저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있었다. 그리고 이 축제에 남들만큼 관심이 없는 사람이 놀랍게도 한 명 있었다.

이 선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조용하다는 건, 그만큼 남의 눈에 안 띈다는 걸 뜻하기도 했지만 선은 의외로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이유? 단아하게 예뻐서. 아무튼 선은 이 대학에 오기 위해 남들이 놀 때 공부하고, 심지어 대학교에 와서도 조용히 다녔다. 친구는 적당히 괜찮은 사람만 사귀고, 축제 때는 나름대로 즐기고. 아니, 그 모두가 환장하는 축제 때 정작 선은 매번 일이 생겨 여태껏 공연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축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선은 처음으로 완벽히 누리는 축제지만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학과 주점은 우리만 잘 하면 되고, 연예인 오면 보다가 사진 몇 번 찍으면 되고. 아직은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내지 못 했다. 이런 선을 보며 친구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며 그녀에게 작년 축제 얘기를 꺼냈다.

"작년에 되게 춤 잘 춘 애 있지 않아? 아이돌 말고 우리 학교 댄스동아리 있잖아. 키 너보다 클 걸? 아무튼 진심 겁나 예뻐. 고양이상, 알지?"

"뭐, 그것도 예뻐 봤자지."

선의 담담한 대답에 친구는 김이 빠지는 듯 어깨를 축 내렸다가 다시 얘기를 이어 나갔다. 친구는 그 사람의 팬인 마냥 그녀의 춤 선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걔가 글쎄 남자 아이돌 춤을 그렇게 춤 선을 잘 살려. 진짜 걔 실제로 보면 미쳤다니까? 이런 친구의 혼잣말과 다름없는 말을 들으며 영혼 없는 반응을 해주던 도중, 선은 이내 누군가와 부딪혔다. 주위에서는 부딪힌 사람의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선은 그런 말들을 무시하고 부딪힌 어깨를 문지르며 자신을 치고 간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보다 조금 큰 키의 여자인 듯했다. 긴 흑갈색 생머리에 고양이를 닮은 듯한 길게 찢어진 눈매, 오뚝한 코, 게다가 빨간 입술까지. 이런 부분이 작은 얼굴에 다 모여있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할 때쯤 그녀가 선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많이 당황한 듯한 그녀의 표정이 예뻤다. 선은 고개를 조금 끄덕이고는 친구와 그 상황에서 나왔다. 등 뒤에서는 그녀의 친구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야 너 뭐 했냐? 왜 사람을 치고 다녀.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랬냐? 김뿅 싸가지 봐라?

어렴풋이 들리는 친구들의 말소리에 그들이 그녀를 부르는 이름을 알 수가 있었다. 김뿅? 특이하다고 생각할 때쯤 선의 친구가 그녀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쟤야. 매년 축제 씹어먹는 애. 김뿅."

선은 친구의 말을 듣고는 그녀에게 흥미가 생겼다.

Say My Name

W. 은월

선은 수업에 늦지 않고 가까스로 도착했다. 선은 비어있는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선은 전공 책과 필기할 아이패드까지 꺼낸 뒤 핸드폰을 뒤적였다. 친구가 말해준 그녀의 인스타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선이 그녀의 인스타가 궁금했다기 보다는 친구가 일방적으로 알려준 거긴 하지만. 근데 어째서인지 친구도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인스타에도 있지 않았다. 김뿅, 신소재공학과, 22학번, 댄스동아리. 딱히 눈에 띄는 건 그녀의 미친 듯한, 아이돌 같은 외모 그 이상은 없었다. 뭐, 굳이 찾자면 그저 자신과 매우 다른 성격이란 걸 알게 됐을 뿐. 그녀가 방금 전 스토리를 올렸다는 것과 그녀의 팔로워 수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은 그녀에게 맞팔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교수님은 들어오셨다.

평소처럼 출석 체크를 하고 따분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은 굳이 이 수업을 집중해서 들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어차피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으니. 선은 맨 뒷자리고 앞과 옆에 사람도 별로 없고 그들 또한 핸드폰이나 패드로 딴짓을 하고 있었기에 선도 그렇게 했다. 선은 핸드폰에 00대 축제를 검색했다.

스크롤을 얼마 내리지 않아 그녀의 직캠이 있었다. 세상 사람이 그녀의 이름을 안 알려주기로 한 건지 직캠 제목도 '신소재공학과 인간 고양이'였다. 선은 제목 짓는 센스에 감탄해 한번 웃고는 무음으로 그 영상을 봤다. 남들보다 우뚝 솟아있는 키에 하나로 높게 묶은 머리, 눈웃음. 왜 여신이라 하는지는 알겠네. 그녀가 이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긴 팔다리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웃으면서 여유 있게 춤을 추는 게 마치 인생 n 회차 같았다.

계속 그녀의 영상을 보다가 훅 들어오는 교수님의 질문에 선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예습한 내용을 대답했다. 교수는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교수, 단순하네. 과제나 조금 내줄 것이지. 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제는 그녀의 인스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게시물은 대부분 놀러 간 내용이었다. 얼마 전 오픈한 팝업스토어, 인스타 맛집, 학교에서 찍은 사진 등등. 선은 이런 그녀를 보며 열심히 살고 보여주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다지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물론 SNS에서 영양가 있는 게시물이란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선은 꽤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핸드폰을 가방 안 깊숙이 넣었다.

신소재공학과여서 공부하는 사진을 많이 올릴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단정 짓기는 또 그랬다. 그냥 내 편견인가. 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름도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괜히 관심이 갔다. 이름을 꼭 알아내야겠다는 집착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남들도 잘 모르는 우리 학교 인싸 이름 알아내면 꽤 재밌겠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강의는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교수님이 나가자 선은 가방을 챙겨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문 앞에 사람이 막고 있어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사람은 선의 앞길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선도 못 피해가고 있고 선 뒤에 있는 사람들도 못 지나가고 있을 때쯤에 선은 모자를 벗어올렸다. 모자를 올리고 나서 보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까 부딪힌 그 사람이었다. 축제 씹어먹는 '걔'.

선은 그녀를 보고 놀라 자연스레 자리를 옮겼다. 그제서야 선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욕을 중얼거리며 나갔고 그녀는 난처한 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웃음을 보였다. 선은 그녀를 마주친 게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뭐, 그 예쁜 얼굴 봐서 기분은 좋네. 그런데 그녀는 우연히 마주친 게 아니라 진짜 선을 보러 온 것인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선은 이내 짜증이 돋아 그녀에게 말했다.

"왜 오신 거에요?"

"죄송해서요. 혹시 지금 시간 남으시면 카페 가실래요?"

"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카페에 가자고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선은 훅 들어온 그녀의 말에 당황해 멍하니 있었다. 아니, 카페에 가자고? 굳이? 처음 본 사람한테? 미안해서? 머릿속에서 온갖 질문들이 둥둥 떠다녔다. 선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처음에 면전에 대고 짜증낸 게 갑자기 미안해지기도 하고, 아니 그 예쁜 미소에 당한 건가? 선은 외모의 힘이 이리도 큰지 처음 느꼈다. 아무튼, 선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녀는 웃었다.

"왜 웃어요."

"귀여워서요. 왜 대답을 못 해요. 그냥 가요, 저 죄송해서 뭐 사드려야 될 것 같아요."

"...뭐, 네."

첫 만남에 귀엽다고 상대에게 말을 건내는 게 과연 정상적인 사람이 맞긴 한가, 선은 생각했다. 뭐, 사람 나름이지. 결국 선과 그녀는

나름 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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