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개쩌는인외남
다른데서 썼던걸 백업했던걸 다시 백업하는거라 날짜미상(오래됨) 제목이 현타옴. 미완임
목 뒤 어딘가쯤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꾸역꾸역 밀고 올라왔다. 반쯤 떨어져 나간 머리가 보였다.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왜? 왜 그들이 나에게 이런 짓을? 분노와 당혹스러움이 차올랐지만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길게 늘어진 손가락이 몇 번이고 바닥을 움키려 했다.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무른 조직은 움직이는 대로 이리저리 찢겼다.
온몸이 투명해지고 지나온 경로대로 미끈한 것이 묻어났다. 모노톤의 커튼 뒤에 가까스로 숨어 온 힘을 다해 헐떡거렸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물.
투명하게 가득 고여 찰랑거리는 물을 떠올렸다. 눈을 감으면 그 모습은 더욱 선명해진다. 아아, 보인다. 비릿한 향기가 느껴진다. 눈을 떴다. 내 앞에 보인 누군가만 아니었다면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것이다.
" 천사에요? "
커다랗고 또렷한 얼굴. 잠에 겨워 몽롱하지만 호기심이 드러나는 목소리. 분홍빛으로 상기된 두 뺨.
신선하고 깨끗한 피에 흠뻑 젖어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피라도 좋아, 제발...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길게 뻗어 아이를 옭아매지만 물컹거리는 살결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한다. 아이는 간지러운 듯 까르르 웃는다.
물...
아이가 용케도 물을 두어 모금쯤 건넨다. 다급하게 그것을 빨아들이지만 부족하다. 더. 더. 아이는 바닥에 조금씩 점점 더 많이 물을 흘린다. 길이 마침내 욕조에 다다르고 아이는 짧은 팔을 뻗는다. 욕조 가득 고인 물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아이는 자랑스럽게 웃는다.
" 제 소원 들어줄 거예요? "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르게 목 주변 조직만 움직일 뿐이다. 천천히 그리고 다급하게 휴면 상태에 빠져든다.
문득 정신이 깨어난다.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로도 때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바라볼 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투명했던 피부가 옅은 옥색으로 변하고 점성 있는 액체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완벽한 재생. 나는 걸작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눈이다. 흉하게 일그러진 자국이 남은 눈을 느낀다. 눈이 없어진 것에 조금의 당혹감을 느끼고 있자니 어젯밤의 기억이 해답처럼 떠오른다. 간밤 죽기 직전의 상태에 놓였을 때도 눈은 또렷하게 느껴졌고 제 기능을 했다. 필요로 할 때만 나타나는 눈이라니.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눈이 빛나기라도 한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나는 욕조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사방이 매끈한 콘크리트로 막혀 있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바깥의 기척을 주시한다. 눈이 주변을 읽어내듯이 느끼고 있다. 아이가 문 밖에 잠들어 있다. 아이의 부모는...
끔찍한 혐오감이 느껴져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이의 부모는 죽었을 것이다. 확신이 든다. 나는 걸작이니까. 하지만 저 아이는 어떡하지.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며 날카로운 부분 하나 없는 육체를 원망한다. 구멍이라도 뚫고 시원하게 그 액체를 들이킬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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