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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이내

231029, 커뮤캐 구상하면서 썼던거

씹덕짓 by 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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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현신한 선이라도 되는 양 보편적인 선을 고수하는 사람. 정말로 선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그 개념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우리네 사이에 숨어든 거라면, 겉껍데기를 잘못 고른 게 분명하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흐리멍덩한 눈에 음침한 분위기는 순결한 선의 이미지와는 영 이질감이 드니.

처음부터 그가 선을 추구하는 것을 뒤틀린 속내의 표출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다. 태풍이 부는 것은 나비가 날갯짓을 했기 때문이니 비틀린 성격 형성에 원인을 제공한 사건이 알게 모르게 있긴 하였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부유한 건 더더욱 아닌 집안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때의 이름은 이 선. 경쟁하는 놀이를 하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서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유년기의 전반에 걸쳐서 그런 류의 규칙 위반을 여러 번 저질렀다. 아무도 그런 식의 눈치 없는 선을 강요한 적 없었지만 늘 그랬다. 다른 가르침을 주려고 시도했던 적은 있었다. 그의 천성을 우려한 부모는 그에게 약간의 부조리함과 방관으로 돌아가는 사회생활의 비법을ㅡ밑천까지 까발려 뜯기는 쪽이 되느니 차라리 약자의 피와 살을 뜯어먹고 살아남는 쪽이 되라고ㅡ주입시키려 했지만 아이는 생긋 웃으면서 고개만 살래살래 저었다고. 어릴 때만큼은 흐리멍덩한 두 눈도 세상을 한껏 머금어 빛났다.

그의 천성이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열하나 정도의 나이에 다수에게 구타당하던 아이를 발견하곤 그것을 구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성인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분명하였으나 세상 물정에 무지하던 이내는 집단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을 설득할 수 있다 믿는 실수를 저질렀다. 발길질이 난무하여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내는 아이를 필사적으로 감싸안았으며 아이에 가해진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내었다. 아이는 숨이 붙어 있긴 하였으나 며칠 후 병원 옥상에서 새가 된 양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의 할퀴어진 손가락에 찔리기라도 했는지 사건 이후로 오른쪽 눈의 시력이 극도로 악화되어 왼쪽 눈을 가리면 사물의 명암만 겨우 파악할 수 있다고.

그 사건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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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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