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작

절제와 소년

스터디 02_ 꼭두각시가 되다 (쿠죠 텐)

아이나나 by 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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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02_꼭두각시가 되다 (쿠죠 텐)

나나세 텐은 삶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에게는 아픈 남동생이 있었다. 텐의 유년 시절은 곪아오른 기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좋아하는 동생을 잃지 않게 해 주세요. 죽음이 제 집의 문을 두드리지 않게 해 주세요.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썩어버린 판자 같았다.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에게 죽음과 사신이라는 존재는 매사 두려운 동반자였다. 불안한 줄타기 속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느 날 흘러나온 의학 다큐를 보고 이 불행이 자신이 태어난 탓일 수도 있다며 스스로에게 의심의 화살을 당기는 것이 다였다.

그는 자신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초콜릿들이 빼앗기는데도,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매일 나가서 노는 것이 당연하지만서도 텐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마땅히 누려야 할 욕심을 제거해 가면서 자신을 삼켜가는 불안 속에 안주하기를 선택했다. 도망치지 않았던 이유를 댄다면 그래, 분명,

시선을 떼는 사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그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땅을 적시고 있었다. 발걸음이 끊겨 가게로서 죽어가는 쇼 클럽의 입구 앞에서 텐은 가만히 비를 맞고 있었다. 리쿠라면 몰라도 자신은 이 정도 비를 맞아도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가족 모두가 리쿠를 챙겨야 하니, 텐은 통 아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비를 맞곤 자신의 건강함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는 했다. 그때마다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텐은 자신 대신 하늘이 울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롯되기를 그의 이름이 하늘이지 않은가.

“이곳도 이제 명운이 다했다니까.”

쇼 클럽에서 나온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 그 가게의 아들이라는 것도 모른 채 자기들끼리 떠드는 데에 바빴다. 우산을 팡 펼치며 나누는 담소란 여기보다는 사거리 건너편의 다른 지점이 더 낫다거나, 이 집은 이제 갈 가치가 못 된다는 식의 농담 따먹기다. 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이 길을 건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몸이 식어가는 것을 느껴가며, 텐은 끓어오르는 분노의 칼날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슬프지 않고, 부모님과 리쿠가 매도당하는 일도 없다. 자신이 행동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부풀어 오르는 감정들을 있으면 안 될 것으로 규정하여 잘라낼 때쯤, 텐은 비가 더 이상 안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고개를 들면 검은 우산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너, 저 쇼 클럽의 아들이지?"

검은 사내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 어린 텐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창백한 피부와 온통 새까만 정장, 색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검은 머리와 퀭한 눈. 책에서 읽은 사신과 똑같은 그 모습에, 기어코 죽음이 찾아온 걸까 생각한 텐의 눈이 흔들린다. 숨이 거칠어지고, 몸이 떨린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이 흘러나오려 하고 있었다.

“리쿠를...”
“응?”
“...리쿠를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쥐어짠 간절함에도, 남자는 잠깐 갸웃거린다. 이내 그가 웃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착각한 모양이구나. 리쿠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그 아이를 데려가지 않아. 내가 용건이 있는 건 너란다, 텐.”

그가 말을 이어나가면, 감정이 잘려나간 자리에 검은 실이 묶이기 시작한다. 무게를 가지고 답답하게 짓누르는 운명 속에서도 텐은 덤덤했다. 자신이 그의 꼭두각시가 되면, 완전한 것을 연기할 수 있다면, 모든 게 끝나지 않아도 된다. 자신만이 자리를 비우면 리쿠도 아프지 않고, 가족들도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저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바치는 것만으로… …

“… 하겠어요.” 약속의 말을 내뱉을 때 쯤 묶인 실이 매듭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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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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