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목소리
스터디 01_능력이 사라지다 (플라웨)
01_ 능력이 사라지다 (플라웨)
“나,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나 봐.”
나나세 리쿠가 그렇게 운을 띄운 것은 어느 여름밤이었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밤을 지내도록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머물던 밤, '할 말이 있다‘ 라면서 이오리를 방으로 부르고 나서였다. 주체가 없는 발언에 이오리는 먼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뭘 못 느낀다는 겁니까?”
“영靈.”
“영?”
고개를 주억거린 리쿠가 제 방 책상에 앉아 허공을 바라본다. 초점이 담기지 않은 시선이 방을 훑다 이오리에게로 멈춘다. 이즈미 이오리는 이럴 때마다 어쩐지 나나세 리쿠가 자신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고 저 모르게 생각해 버리고는 했다.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능력도 그렇고, 더 이상 현세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도 그렇고. 전부 타 버리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이오리는 당연히, 그런 건 싫었다. 그가 없으면 아이돌리쉬 세븐은 곤란해져 버린다는 생각도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것보단 조금 더 원초적인…
“그렇다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닙니까?”
모르는 새에 목소리가 흘러나와 버린다. 이즈미 이오리는 어린 동시에 현실적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은 없는 것이 더욱 낫지 않냐는 감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를 신경 써 보았자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이미 삶이 끝난 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릴 때 읽은 책에서 귀신이라는 족속들은 자신을 볼 수 있는 자에게 더욱 해코지한다는 내용을 본 것 같다. 나나세 씨가 혹시라도 그런 일에 휘말려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면, 곤란한 것을 넘어 자신은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일이 될 테니까. 리쿠는 이오리의 그런 원초적인 질문에도 잔잔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목소리를요.”
그것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자 어떤 이득이 있는 걸까. 보통 하는 소리라곤 ‘숙원을 갚아줘’ 혹은 ‘장난칠래’ 같은 부류가 아닌가. 프렌즈 데이 합숙 때 당했던 장난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처사다. 제 멋대로 움직이는 기구들과 목덜미에 부는 한기와 같은 것들은 이오리에게는 불쾌한 종류임은 당연하다. 직접 볼 수 없고, 예상할 수 없고, 그러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류니까.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말 같은 건, 슬프잖아…”
그런 이오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쿠는 중얼거린다. 붉은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다.
이오리는 그제야 무언가 깨닫게 된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나나세 씨야말로 어떠한 영혼이 씌인 게 아닐까.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한 그에게 리쿠는 그저 눈웃음을 지어 보인 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답지 않게 열려 있는 커튼 너머로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문득 나나세 리쿠가, 주변의 령들이, 이 세상이 사무치게 외로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느낌만인 걸까. 아니면 분명히 그런 걸까.
하지만 분명 하나만은 알 수 있다. …영원히 닿지 못하는 목소리라는 것은 아득하게 슬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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