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네로오죠] 무제

크리미날레! 아이돌AU / 2015. 11. 10

  •  아이돌 네로 X 팬 오죠

  • 함께 얘기 나눠주셨던 ㅎ님 감사합니다.





 [미안한데, 지금 너희 집에 가도 될까?]

 발신인에 보란 듯이 ‘네로’라고 새겨져 있는 그 문자를 봤을 때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방문 요청일까. 사실 문자는 그가 내게 보내는 전언에 불과했다. 그는 나의 승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문자 발신 후 수 분 이내에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곤 했다. 필경 오늘도 마찬가지이라.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내가 문을 열면 그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이었다. 네로가 찾아오기 전에, 나는 스스로 문을 열어버렸다.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일 있어? 문도 먼저 열고…”

 문을 열자마자 네로가 보였다. 손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 두드리기 직전이었던 듯했다. 그의 얼굴은 오늘도 붉었다. 나를 만나러 올 때만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에는 항상 그러했다. 자연스럽게 틈을 비집고 집으로 들어오는 그가, 유난히 어렵게 느껴졌다. 비릿한 맛이 어렴풋이 올라왔다.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뜯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어째선지 긴장하면 입술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저기, 이제 이렇게 찾아오는 거 그만했음 좋겠어.”

 나는 네로를 등지고 서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이리 편안한 일이었구나. 상황과 어울리지는 않았으나 새삼 그런 생각을 했다. 네로는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넌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불안해. 나는 네가 기삿거리 되는 건 싫어. 지금까진 괜찮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난 네 팬으로서 혹시라도 나 때문에 네가 피해 보는 건 정말 못 보겠어.”

 네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답이 없으니 나는 무대 없이 펼쳐지는 1인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상대역의 모습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지만 배우는 홀로 그에게 전하는 대사를 내뱉는다. 나의 상대는 비록 눈앞에 있으나 그에게 할당된 장면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 시나리오의 극본가는 누구인지, 나의 대사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우는 그것에 따라 대사를 읊어야 한다. 나는 극을 매듭지으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말아줘.”

 그제야 네로는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을 도통 읽을 수 없었다. 그래, 이게 원래 너였지. 요즘 지나치게 표정이 풍부해져서 그만 잊고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난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 게 바로 너였다는 것을.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게 그리 웃어주던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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