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단편)

[우성태섭] 난 널 유혹 하는 거란다

업로드 2023.12.26

* 제목은 특정 노래와 관련 없습니다.

* 의식의 흐름 / 캐붕 주의

* 미국 우태

* 모바일작성

***

우성은 태섭이 좋았다. 태섭 역시 우성을 좋아했다. 그래서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산왕공고와 북산고의 매치에서 처음 존프레스로 맞닥뜨린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 했다. 미국에서 농구로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지면서도 다시, 계속 일어섰다. 한국에서 슈퍼에이스였던 이는 기어코 미국에서도 슈퍼에이스가 되었다. 

와도 자신과 일대일로 붙었던 서태웅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한 것이 존프레스로 만났던 송태섭이라는 것에 놀란 감정은 곧 우성에게 호기심, 관심, 애정이라는 것으로 변했다.

태섭보다 먼저 미국에서 생활한 우성은 미국문화에 훨씬 익숙해져 있었다. 무슨 뜻이냐면, 한국에서도 마음을 연 사람들에게 원래 치댔던 것이 미국에서는 더 스스럼 없는 스킨십을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감질맛나게 손 잡고 데이트를 다니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진도를 나가고 싶다고.

태섭은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담백하다고 해야할지, 나아가 그냥 사람이 무심하다고 해야하나 싶은 수준으로 스킨십을 먼저 하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목석같다는 건 또 아니었다.

가장 큰 예로 농구할 때가 그랬다.

미국에 와서 포인트가드로 전향해 플레이하면서 알게 된 건데 태섭은 포인트가드여서 그런지 시야가 무척 넓었다. 패스를 보낼 시기와 선수를 보는 눈이 정확했다. 공이 원활하게 경기장을 돌 수 있도록 필요로하는 곳에 항상 먼저 와 있었다. 주변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고, 적재적소에 공을 돌리는 판단력이 좋았다. 경기의 흐름을 예리하게 읽고 격려할 때는 격려를, 일침을 가할 때는 따끔하게 얘기할 줄을 알았다. 볼을 스틸하거나 지킬 때는 자신보다 배는 크고 두꺼운 상대 선수와 몸을 부딪혀가며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골을 넣은 선수에게로 뛰어올라 거칠게 머리를 헤집기도 했고, 볼을 놓치더나 골을 허용해 의기소침해진 팀원의 등을 두드리며 부드럽게 달래주기도 했다.

한 마디로 농구할 때 만큼은 몸과 입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경기를 끝나고 경기장을 나서면 목석이 되는 게 얼마나 억울하냐고.

우성은 태섭의 상대팀으로서, 같은 포인트가드로서 정면에서 마주한 경기중의 송태섭이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를 알았다. 그 밝게 빛나는 게 자신의 앞에서도 빛나길 바랄 정도였다.

시합을 하면서, 하다못해 훈련이나 연습 시합에서도 밝게 빛나던 태섭은 끝나고 나오기만 하면 불이 틱 꺼졌다. 부드럽게 달래주는 것도, 따끔하게 혼을 내는 것도, 세상 행복하게 활짝 웃는 것도 없었다.

연인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스킨십이 없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담백을 넘어 무심했다.

같은 팀원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 네가 그만큼의 어필이 안 되는 거 아냐? 정의 트윙클-코트에서 반짝반짝 빛난다고 우성이 지은 애칭. 태섭이 알면 날아차기감이라 팀원들과 있을 때만 말함-이 알고보면 무성애일 수도 있고. 일한다고-선수라고 하면 다들 찾아볼테니 직장인이라고 했다- 에너지를 거기에 다 써서 집에 가면 방전되서 그런 거 아닐까? 어쨌든 정에게서 매력을 느꼈다면 사랑이 샘솟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니겠어? ,정 네 트윙클에게 유혹 좀 해보는 게 어때?

말이 그럴싸해서 그렇지 팀원들은 우성을 대놓고 놀리고 있었다. 우성이 싸늘하게 변하는 걸 보고도 낄낄댄다. 산왕공고 때 만큼은 아니지만 우성은 지금의 팀에서도 귀여움을 받는 편이었다. 피지컬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농구할 때는 농구살육머신으로 미쳐 날뛰는 주제에 농구가 끝나면 이렇게 웃기고 귀엽게 말랑해지니 누가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시안이라고 무시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성의 내재된 센스와 무시할 수 없는 연습량, 시합을 향한 오기와 열정이 인종차별을 딛고 일어서 팀원들의 인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성은 결국 정, 네가 그만큼 매력적인 게 아닌가봐 라는 웃음기 어린 말만 실컷 들어 기분이 상한 채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

내가 매력이 없다고? 흥! 다들 코트에서의 내 모습만 보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우성이 먼저 집에 도착해 옷을 거칠게 벗어던졌다. 따뜻한 물을 쏟아내는 샤워기 밑에서 복숭아향이 가득한 샴푸를 턱턱 짜내곤 머리를 문지른다.

우성을 놀려대던 목소리 속에 걸려있던 우려를 떠올린다. 직장에서 에너지 소비를 심하게 하면 집에서는 방전되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경우가 있대. 우리 누나가 그렇거든.

그래, 맞아. 태섭이는 경기 전에 헛구역질을 몰래 하고 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그걸 남들 앞에 보이지 않기 위해 숨기기를 아주 잘 하는 녀석이라고. 분명 시합과 훈련마다 긴장이 심해서 모든 걸 쏟아내서 지쳐서 그런 걸 거야!

달큰한 복숭아 향 샴푸질을 끝낸 우성이 복숭아 향이 나는 바디워시를 듬뿍 짜냈다. 샤워실이 복숭아 향으로 가득 찼다.

태섭의 팀은 원정 경기 중이었고, 이번 경기가 끝나면 하루 이틀 쉬는 날을 받을 것이다. 비장하게 샤워를 마친 우성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 옷을 보았다.

두고봐. 태섭이가 나에게 홀딱 빠져서 먼저 달려들게 하고 말 테니까!

우성은 상상한다.

자신을 본 태섭이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다가오는 것을.

우성은 상상한다.

제 유혹에 속절없이 빠져 제 밑에서 쾌락과 매력에 허우적 거리는 태섭의 모습을.

우성은 상상한다.

우성의 밑에서 얼굴도, 몸도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자신을 보채오는 태섭의 모습을.

상상한다.

자신의 외모, 몸매, 눈빛, 미소, 손짓으로 함락되는 태섭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는다.

승리자가 되어.

***

- 지금 뭐하는 거야? 그 포즈는 뭐고?

- …….

그리고 지금.

태섭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한 채 우성에게 말했다. 우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포즈를 풀지도 않았다. 시합하는 동안 입었던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돌아온 태섭이 그 자세 그대로인 우성에게 다시 물었다.

- 뭐하는 거냐고.

우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태섭을 볼 뿐이다. 뭔가 이글이글한 눈빛에 태섭이 무언가 질색한 표정을 짓더니 우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입을 막고있던, 아니. 그가 입에 물고있던… 장미 한 송이를 조심히 집어들자 대답을 하지 못 했던 우성이 말했다. 도도하게 턱을 치켜세우면서.

- 어때? 매력적이지? 유혹적이지?

- 어디서 또 이상한 소릴 주워듣고온 거야? 이 꼴은 대체….

고민이라고는 전혀 없는 질문을 한 태섭이 말을 이었다. 리키야? 맥스? 팀도 웃긴 소리 자주 하긴 했는데. 조지인가? 태섭의 입에서 자신의 팀원들 이름이 줄줄이 소시지로 튀어나오자 우성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 걔들 이름을 왜 네가 다 아는거야!

- 경기하는 선수들 이름은 다 알아야지!

또 틀린 말이 아니어서 우성이 댓발 튀어나온 입술을 꾹 깨물었다.

태섭의 눈이 우성의 여기저기를 훑다 눈이 마주치자 휙 딴 곳을 본다. 울컥한 우성이 외쳤다.

- 왜 내 눈 피해? 내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래?

- 뭔 소리야 진짜! 진짜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듣고 와서는,

- 이상한 소리 아냐!

태섭이 깜짝 놀랐다. 우성이 와다다 쏟아낸다. 설움을 쏟아낸다.

- 태서비 네가 너무한 거잖아! 시합할 때나 훈련할 때는, 그렇게 잘 웃고 팀원들이랑 하이파이브도 잘 하고! 스킨십도 하면서! 팀원들이랑은 잘도 하는 거 왜 나랑은 안 하는데? 나는 네 팀원들보다 더 너랑 가까운 연인 사이인데! 왜 내 앞에서는 그런 모습도 안 보여주고 자꾸 딱딱하게 구는데! 팀원들이 내가 매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고 막 그러는데! 내가 어디가 매력적이지 않아? 내가 매력이 부족해? 매력이 없어? 왜 나한테만 그래? 태서비 너 미워…….

말을 쏟아낼 때도 이미 서러웠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쪽팔리고 더 서러웠는지 우성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리면서 막판에는 끝내 눈물까지 글썽인다. 놀라고 당황했던 태섭이 손을 들어 그의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방울을 훔쳐냈다.

- 그… 미안.

- …됐어.

- 그치만 우성아…….

- …….

네가 팀원들에게 무슨 조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키와 덩치로 금발 가발을 뒤집어쓰고 섹시산타걸 의상 입고 한 손을 문 위까지 뻗어서 골반 씰룩거리는 상태에서 장미까지 물고 있으면 당연히 뭐하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겠어? 같은 거 달린 남자랑 사귀면서 여장을 한다는 발상 자체도…….

- …….

그랬다. 

우성은 남자. 태섭도 남자. 

사귀면서 한 번도 여자가 아니라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섹시산타걸 의상에 금발 가발을 뒤집어쓰고 어설프게 화장까지 해놨으니… 그걸로도 모자라 긴 팔다리를 환상적으로 뻗어 문을 제 덩치로 가득 채워놓고 태섭이 올 때까지 그 자세로 장미꽃을 물고 있었으니 태섭의 입장에서 팀원들이 무슨 바람을 넣었길래 이러나 싶을 수 밖에 없에.

심지어 자신을 보는 이글이글한 눈빛 속에서 이미 내가 예쁘지? 섹시하지? 매력적이지? 당연히 그렇지?! 하고 외치고 있으니 뭔가 헛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우성이 쏟아내는 서러움 가득한 말. 목소리. 끝내 솟은 눈물방울을 보고나서야 깨닫는다. 우성이 왜 이렇게 헛바람이 들었는지를.

태섭이 우성이 뒤집어 쓴 가발을 조심스레 벗겨냈다. 긴 금발 가발이 바닥에 툭 떨어져 옆으로 스크래치 낸 까만 빡빡머리가 드러났다. 주머니에 넣어놓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 걸린 속눈썹을 문지르자 손수건에 검은 물이 묻어나온다. 우성의 눈가가 검게 물들었다. 엄지 손가락 끝으로 눈가를 쓸어내리던 태섭이 우성이 입은 옷은 차마 벗겨낼 수 없었는지 상체 가까이 올렸던 손을 내렸다가 우성의 양 뺨을 감싸쥐고 제쪽으로 당기면서 발끝을 세웠다. 입술이 촉 하고 맞닿았다 떨어졌다. 우성의 입술에 발렸던 붉은 루즈가 태섭의 입술에 묻어나왔다. 복숭아 맛이네. 너랑 참 잘 어울리는. 태섭이 혀를 내어 자신의 입술을 훑었다. 우성이 침을 삼켰다.

- 나한테 그렇게 서러웠어? 미안. 내가 우성이 너한테 너무 무심했나보다. 나는 그냥 네가 편해서 편한 모습으로 있는다고 그랬던 거였는데.

여전히 문 위로 쭉 뻗어있는 팔뚝을 잡아 천천히 내리고, 반대쪽으로 쑥 뺀 엉덩이도 바로하게 한 태섭이 우성을 올려다보았다.

-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시 서러워지지 않도록 내가 노력할게. 

팀원들은 볼 수 없는 자상하고 상냥한, 그리고 자신 한정으로 약한 모습의 태섭을 본 우성이 욕망과 욕심으로 가득했던 속을 까맣게 잊은 채로 웅얼거렸다.

- 나에게 더 상냥하게 대해줘.

- 응. 그럴게.

- 나한테만 더 많이 웃어줘.

- 응. 그럴게.

- 내 손을 더 많이 잡아줘.

- 응. 그럴게.

- 나만 많이 안아줘.

- 응. 그럴게.

- 나만 사랑해줘.

- 응… 그럴게.

우성아.

- 웅?

- 더 원하는 게… 있어?

태섭이 우성의 팔을 잡았던 손을 스르륵 내려 우성의 손을 잡고 이내 깍지를 꼈다. 우성의 얼굴이 붉어진다. 태섭을 내려다보는 눈빛에 잊었던 욕심과 욕망이 들어차고 있었다. 우성이 입술을 달싹였다.

- 키스해줘.

달콤한 키스를 해줘.

너의 입술을 내게 줘.

나한테만 너의 모든 것을 줘.

너를 안게 해줘.

나만 아는 너의 모든 것을 안게 해줘.

우성의 말에 태섭이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너와 사귀는 순간부터 이미 나의 모든 것이 전부 네 것이었어, 우성아.

너에게 사랑을 느낀 그 순간부터 나는 너라는 유혹에 빠져버린거야.

-fin.

*유혹하는 우성이 포즈 (feat. 그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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