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열 (단편)

[백호열] 사랑은 인형과 함께

* 성인

* 느바 🌸 x 직장인 🌊

* 고로 롱디컾

* 느바 선수 굿즈 있는지 없는지 몰라용 비공식은 있지 않을까 …

* 보고싶은 구간만 쓰는 거라 짧음!

* * *

- 이것봐, 백호야! 귀엽지?

“뭐냐?”

- NBA 활동하는 선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비공식 굿즈라지 뭐야. 이거 봐봐. 넘버링된 유니폼 키링도 있고, 농구화 키링도 있고… 여기. 인형도 있어! 정말 별의별 게 다있지 않냐?

“어엉…?”

백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공유된 화면 너머로 호열의 방이 비쳐졌다. 남자 중에 남자 호열의 방이 답지 않게 아기자기한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빨간 털을 가진 원숭이 인형도 있고, 자신이 활동하는 팀의 유니폼, 그러니까 자신의 등번호가 프린팅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빨간 머리 인형도 있었다. 인형의 크기도 각양각색이라 손바닥만한 크기도 있고 제법 커서 책상 위에 버젓이 자리한 녀석들도 있었다.

“그것들… 다 이 천재님의 굿즈냐…?”

- 응! 농구 천재 강백호의 미국 진출! 이 성공적인 건 좋지만, 같이 못 있게 된 시간이 그만큼 길어져서… 하하. 나도 이런 취미가 생길 줄은 몰랐어.

“흠…….”

큰 손을 들어 턱을 쓰다듬던 백호가 호열에게 방구경을 더 시켜달라 요청하자, 호열이 신나서 제 방을 비롯해 거실도 보여준다. 백호가 쓰는 것과 같은 유니폼과 농구화도 있었다. 아크릴 케이스에 소중히 장식된 것을 보는 백호의 눈이 일렁인다. 거실 소파 위로 백호를 모티브로 한 빨간 원숭이와 빨간 호랑이 얼굴 쿠션이 거대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호열이 호랑이 얼굴 쿠션을 끌어안았다. 화면 너머로 얼굴이 싱글벙글하다. 백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한번씩 네가 없는 집이 허전하고 외로울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공식 굿즈도 나오는대로 직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비공식 굿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허전할 틈이 없어졌다. 하하.

“그럼 나는?”

- 응?

호열이 화면을 보았다.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얼굴을 하고서. 백호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그렇게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그 굿즈라는 것들로 집을 채워놓아서 외롭지도 않고 좋겠지만, 그럼 나는?”

- 아.

백호가 몸을 슬쩍 비켜내 제 방을 비추었다. 운동기구와 농구공, 진열장의 농구화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한쪽 벽에 걸린 호열과 둘이 찍인 액자 하나와 백호 군단이 모여 찍은 액자 하나, 그리고 북산 농구부원들과 찍은 액자 하나가 늘어서 있는 것만 제외하면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한테도 네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거 하나 보내봐라.”

- 어?

“그 인형 같은 것들, 제작해서 나오는 거 아니야?”

- 어어… 그렇…지?

“그걸로 너를 모티브로 한 인형 만들어서 나한테 보내라고. 네가 직접 가져와도 되고.”

호열이 손을 들어 본인을 가리켰다. 백호가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난처하게 웃던 호열이 말했다.

- 나도 그러고 싶지만… 미국까지 가려면 휴가 빼야하는 거 알잖아, 백호야. 내가 너를 두고 너무 들떠서 기분 상했어? 미안해. 인형은 내가 한 번 알아볼게. 나를 닮았다 싶은 동물 혹시 있어?

“…양 같은 거?”

- 내가?

“토끼도 좋고.”

- …내가?

“닮았어.”

백호가 언급한 동물과 자신에게서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 위해 호열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해는 못 하겠지만 백호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는데 화상 채팅창의 알림 메시지가 떴다.

이용팔 : 어휴 진짜 커플 사이에 껴가지고 못 살겠네.

[SYSTEM : 이용팔(이)가 ‘백호군단’ 채팅방(에)서 퇴장하셨습니다.]

노구식 : 얘들아 너희가 지금 염병첨병하는 곳이 어딘지는 알지? 좋은 사랑해라.

[SYSTEM : 노구식(이)가 ‘백호군단’ 채팅방(에)서 퇴장하셨습니다.]

김대남 : 양호열 네가 정리되는대로 방 다시 파라.

[SYSTEM : 김대남(이)가 ‘백호군단’ 채팅방(에)서 퇴장하셨습니다.]

- 아.

호열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호는 호열에게 인형 꼭 보내라고 신신당부나 하고 있다.

“양호열! 내 말 듣고 있지!?”

- 하아… 백호야…….

그로부터 약 2주 뒤, 호열이 다시 만든 단체채팅방에 백호가 찍은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팀 멤버가 찍어줬는지, 흰색 양과 까만색 토끼 인형을 양쪽 옆구리에 끼고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백호의 사진이었다. 염장이라며 우우, 야유하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백호 군단의 반응을 즐기는 백호는 정말로 기뻐 보였다. 용케 그 사진 속 백호의 손 안에 쥐어진 제 사진이 숨겨진 것을 눈치챈 호열이 조용히 웃었다. 휴대폰을 보던 호열의 시선이 백호의 굿즈로 가득찬 방을 향했다. 가까이 있던 백호가 자주 짓는 표정을 귀엽게 표현한 빨간 아기 원숭이 인형에게 입 맞추며 중얼거렸다.

“다시 만날 때까지 백호가 덜 외로워했으면 좋겠네. 지금의 나처럼.”

- 사랑은 인형과 함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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