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서 절 찾아주셨으니, 영광일 밖에요.
영웅과 악당은 한 끝 차이
[궁핍한 괴도는 이상한가요?]
“ 당신께서 날 자랑스러워 하신다면, 손가락질 받을 일조차도 내 기꺼이. ”
외관
무용 님 (@croru321) 커미션
합숙이 끝난 이후로 어언 7년간 꼬박 기른 밀색의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뻗치지 않고 허리까지 굽이친다. 상당히 오랜 시간 머리칼을 기르면서도 상한 끝을 쳐내거나 적당히 다듬기만 했을 뿐인지, 염색이나 펌 따위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고 가는 모에 윤기가 돈다. 숱이 많은 머리카락은 아무 장식 없는 검정 리본 끈으로 느슨하게 내려 묶었다. 리본의 길이는 제법 길어서, 그가 행동을 크게 하자면 그 끝이 옅은 머리칼과는 별개로 나풀나풀 움직인다. 어리고 둥글던 이목구비에는 제 나이에 어울리는 시간이 붙었다. 처진 눈썹이나 벽색의 눈이야 예전처럼 유순한 분위기를 전했으나, 아이홀이 패여 깊은 눈, 불거진 목울대, 가지런한 속눈썹, 또 짙어진 턱선 등이 그랬다. 큰 키에 모자르지 않는 살과 근육도 붙었다. 유약하다는 느낌은 그에게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모자람이 없으니 어른스러워 보이고자 하는 발버둥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버릇이나 부끄러워질 때 귀 끝을 벌겋게 익히는 모습은, 시선이 마주칠 때 눈을 둥글게 휘어 웃어보이는 정도의 행동으로 갈음되었다. 시종일관 존대인 그의 언어는 예의 있고, 취하는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격식이 있다. 인사 대신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거나, 푸른 장미를 상대에게 건네는 행위, 누구든 공평하고 차별없이 '난 널 사랑하고 귀애해.' 속삭이는 양 한결같이 구는 몸가짐들. 혹자는 그러한 그를 매력있다 칭하겠지만, 그의 과거 모습을 아는 이들은 괴리감에 어쩌면 기괴함까지 느낄지도.
전형적인 '괴도' 차림에 어울리는 복장을 입고 있다. 또는 '마술사' 같은 단어도 괜찮을지도. 몸에 딱 맞는 크기의 정장, 한 쪽 어깨를 두른 망토, 인조 보석이 붙은 크라바트, 단단하게 조인 커프스 소매며, 금속 단추, 흰 장갑까지. 전체적으로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화려한 복장이지만, 하나하나를 잘 들여다보자면 관리가 잘 되었다 뿐이지 미묘하게 낡은 구석이 있다. 소매 끝 모서리가 닳아 번들거리거나, 뒷굽이 닳아진 구두, 튿어져 벌어진 옷 이음새를 솜씨 좋게 교묘히 꿰매어 놓은 흔적 같은 것들. 화려한 장신구에 비교적 시선이 쏠리는 까닭에 눈썰미가 아주 좋지 않은 이상에야 알아보기는 힘들다.
시력은 더 나빠졌는지, 둥근 테에 끼워진 안경 알은 더욱 두꺼워졌다. 안경을 벗으면 가까이 있는 이들의 면면조차 구분 못 할 정도이기 때문에, 안경을 잃어버릴까 봐 안경 줄을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는 동일. 허나 화려한 복장에 발 맞춰 안경 줄도 퍽 화려해졌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체인에 걸린 장식 조각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흰 장갑과 의복으로 가려진 손과 팔뚝에는 잔 상처와 흉터들이 많다. 오래 되어 흔적조차 연해진 것부터, 아직 붉은 피딱지가 가시지 않은 것까지 겹치어 있다. 탓에 어지간해서는 걷어올려 보여주지 않는 소매 안에 감겨 있는 실팔찌 여럿은 햇빛 아래로 나가는 일이 드물다. 본래의 색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낡은 것이지만, 세 가닥이 서로 몸을 맡기고 얽혀있는 이유로 용케 끊어지지 않은 듯 하다.
이름
노르베르트 빈터 (Norbert Winter)
나이
24세
소속 진영
빌런
국적
독일계 미국인
성별
남성
키/몸무게
188cm / 77kg (표준 +2kg)
성격
쇼맨십 있는/ 유쾌한 / 정중한 / 예의있는
그는 인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나 파란 장미를 내밀곤 했다. 시종일관 존대를 유지하며 '손등에 입을 맞추어도 되겠느냐'를 묻고, 과장되었다 느낄만치 깍듯한 인사를 건넸다. 상대가 누구든 그러했다, 그것이 설령 저를 쫓는 히어로일지라도. 이목을 끄는 빌런은 마찬가지로 타인의 관심을 요하는 히어로에게도 군침이 도는 대상이다. 빈터는 물건을 훔치기 전에 늘 경고장을 보내고, 또 목표물을 훔쳐 달아낼 때조차 떠들썩하게 자신을 알렸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물론 그의 유쾌한 나름의 예의범절이 저를 조롱하는 것 같다며 더 불타오르는 히어로들 또한 있었고.
목표한 것은 끝끝내 쟁취하는 / 시간 관리가 철저한 / 강박적인 / 과로하는
성실과 고지식함은 인이 배긴 버릇이라, 겨우 7년 쯤 지났다고 해서 달라질 성향은 아니었다. 그 성실함은 어떻게 보면 그저 도둑질일 뿐인 빌런 일에도 해당되는 것이라서, 그는 목표한 물건은 한 달이 되었든 일 년이 되었든 무조건 쟁취하고야 마는 이가 되었다. 언제 들어닥칠지 모르는 괴도를 한 달이고, 일 년이고 막아야하는 대상 또한 고생이겠지만, 성실한 빈터에게도 이 일은 상당한 품이 드는 일이었다. 경계가 더더욱 삼엄해진 대상 주변을 살피고, 또 확인하고, 저가 머문 흔적을 지우고, 실패하면 다른 계획을 세워 또 반복하는 나날들⋯. 그의 강박적인 완벽주의는 어느새 '성실함'이라는 단어를 넘어 '과로함'이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것이 옳을테다. 학생일 때에도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세워 살아왔다지만, 현 그의 일정은 분 단위로 잘 짜여진 그물이나 다름이 없다.
말이 많은 / 하지만 무언가 꾸며낸 듯한 행동 / 돌려말하는 / 솔직하지 못한
누구나에게 존대를 하고, 예의를 지켰으니 본디 많던 말수에 적잖이 군더더기가 달라붙었다. 과거에는 남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잔소리를 즐겼던 탓에, 타인에게 조금 귀찮게 느껴졌을 뿐이지 목적하는 바는 항상 뚜렷했는데, 현재는 귀에 감겨오는 말만 달콤할 뿐 정작 담겨있는 정보값은 극히 적다. 이리 저리 신변잡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며 유들한 낯을 유지하거나, 혹 뜻이 전해져오더라도 비유와 난해한 말을 섞어 돌려말하기가 일쑤다. 이는 과장된 그의 행동과 맞물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숨기고 모든 언사를 꾸미며 살아가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묘한 죄의식을 가진 / 인정 욕구가 있는
'죄스러움을 품은 괴도'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 문장인지. 담긴 것 없는 달콤한 말과 행동 뒤에 근본 모를 죄책감이 배어져 나오는 일이 잦다. 전혀 상관없는 화제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의 깊은 기저 안에서 느껴지는 죄스러움은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 그를 짓눌러 왔는지, 또 그 죄악감이 그를 늘 움직이게 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보였을지. 과거의 친우들에게 인정 받고자 하는 욕심이 있고, 또한 부끄러운 친구가 아니었노라고 듣고 싶어하는 듯 하다.
능력
중력 조작
제 시야 범위에 있어서 인식되는 인간과 사물의 중력 방향을 바꾸고, 또는 그 영향을 가감할 수 있다. 더하여, 짧은 시간이고 멀지 않은 거리라면 시야 안에 들지 않더라도 주변 환경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중력을 조작할 수 있다.
사람에게 강한 중력을 가해 운신조차도 버겁게 만들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의 중력을 감소시켜 쉽게 들어올리는 식의 사용이 가능하다. 그는 대부분 저를 쫓는 히어로의 발목을 잡고, 장물이나 저를 돕는 다른 국가 소속 빌런을 나르거나, 제 몸을 피신시키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능력을 시전할 수 있는 범위는 크게 줄어들었으나, 지면만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사용할 수 있었던 능력이 성장하여 가벼운 물건이라면 저를 중심으로 당기거나 밀어내는 방향의 사용 또한 가능해졌다. 사람을 밀어낼 정도의 수준은 아니기에, 크지 않은 귀금속 따위의 목표 대상을 훔치는 데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
범위는 좁지만 동일 능력을 가진 또래의 능력자 대비, 사용하는 감각이나 노하우는 한 손 안에 꼽을 정도.
기타
그의 집안은 이능력이 생겨난 이후로 백여 년간 대대로 빌런 일을 해온 소위 '명문 빌런 가문에서 태어났다. 도둑질에 잘 쓰일만한 뜻맞는 빌런끼리 정략 결혼까지 해오면서 막강한 부를 축적한 조직형 빌런 가문으로, 일반인에게까지 그 악명이 자자하다.
과거에는 노르베르트의 부모님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매스컴을 타면서, '세기의 빌런 부부'로 집안에서 가장 유명했지만 현재는 그가 그 자리를 갈아치웠다.
창작물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그린듯한 '괴도', 쇼맨십과 흥미를 갖춘 명문 빌런가의 막내 아들. 그럼에도 잡히지 않는 그의 모습, 그를 잡아 화제를 얻으려 혈안이 된 일반 히어로들⋯. 빈터야 말로 세계영웅본부에서 원하는, 아주 정석적인 국가 소속 빌런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훔치는 대상은 선악관리위원회가 요청하는 것들 뿐이다. 가령 꼭 세상을 위해 쓰여야할 물건인데 주인이 팔지 않으려 들어서 최후의 방법을 써야할 때 (⋯), 기밀 물건을 긴밀히 빼와야 할 때, 은닉한 재산이나, 세금 탈루범의 호화품 등을 압수할 때 등. 간혹 일반 빌런에게 붙잡힌 국가직 히어로를 데리고 나오는 일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건을 훔쳐오는 임무를 맡는다.
국가 소속 빌런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져있지 않으므로, 그가 맡고 있는 일의 본질과는 별개로 도둑 빌런 취급을 받으며 일반인에게는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많다.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국가 소속 히어로를 만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그가 한 일은 기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혼자 움직이는 일이 많지만, 큰 규모의 일을 할 때는 다른 국가 소속 사람들과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현장에서 과거 친우들을 만나는 일은 적어서 그것은 항상 아쉬웠던 모양.
가문이 물건을 훔치던 빌런 명가였던 것을 이용하여, 역으로 일반 빌런인 양 괴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장 직업을 가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까닭에 국가 빌런 일로 나오는 임금만으로 살아가느라 '괴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아주 궁핍하게 살고 있다.
부모님과 혈육과의 연락은 뜸한 상태. 일단 겉으로는 일반 빌런과 다를 바가 없고 가문의 명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으니 그의 부모는 그를 제법 자랑스러워 하지만, 빈터 가가 쌓아온 부는 결국 범죄나 다름없는 일반 빌런 일을 해서 축적된 재산이라는 생각에 노르베르트 쪽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바느질과 요리를 잘 한다. 원래 손재주도 나쁘지 않았지만 알뜰하게 살아보려다 자연스레 익숙해졌다고.
합숙은 7년 전의 합숙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참가하게 되었다. 오래 보지 못한 인연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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