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곶의 수기
뱃사공에게
※ 1차.
※ 허락 없는 발췌를 금합니다.
모래곶의 수기
나다.
너야 어디에 떨어지든 제 밥그릇 못 챙길 녀석은 아니니 큰 걱정 않고 있다마는 도통 주소를 알 수가 없으니 편지 부치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 편지를 받거든 요즘은 어느 강에서 뱃삯을 받고 있는지 알려주도록 해. 그쪽 볼일이 끝나면 어디로 움직일 생각인지도.
편지를 다 적으면 내가 아는 선원에게 맡길 생각이야. 받는 자 이름은 카론이고 정확한 주소는 모르는데 하여간 항구에 있을 테니 정박하는 부두마다 수소문해서 전해 달라고 미리 부탁해 뒀다. 그 자식이 심부름값으로 얼마를 받아갔는지 알고 나면 네가 까무러칠 게 뻔하니 여기서는 함구하겠다. 고맙다는 인사도 됐다.
배는 내일 떠난다. 운이 좋다면 올해 안에 네게 닿을 테고 운이 나쁘다면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겠지. 솔직히 이른 시일 안으로 도착할 것 같지 않아서, 보다시피 이 글은 양피지로 쓰는 중이다. 한 달쯤 전에 들개 무리를 처리해 주고 보답으로 받은 애물단지였는데 이렇게 쓸모를 찾다니 다행이지. 부디 내 양피지에게 행운이 있기를. 그렇지 않으면 편지를 다시 부쳐야 하니까.
선원 이야기를 할 때부터 눈치 챘겠지만 나는 지금 부두가 있는 마을에 있다. 아마 동남쪽 어드메일 거다. 평원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지 뭐냐. 어쨌거나 이 부두에는 네가 없더군.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양피지를 붙잡고 있는 거겠지. 여기 오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상하게 향수가 깊다는 거다. 뱃사람이고 생선잡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바다를 그리워하는데, 특히 우스운 부분은 그 작자들이 전부 바다 떠나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는 거지. 우리가 폭풍 숲을 그리워하듯 그들도 바다를 그리워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폭풍 숲에는 정말로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마련되어 있지만 바닷물 속은 그렇지 않잖나.
여하간에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야. 부두는 어딜 가나 비슷하게 생겼는데 너는 왜 이 부두 저 부두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느냐는 거지. 널 타박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정확히 맞게 봤다. 제기랄, 점잖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열이 받아서 안 되겠어. 다음 편지도 이렇게 보낼 바에야 차라리 상어 밥으로 줘 버리고 말겠다. 나는 말 달릴 평야도 없이 사람과 건물로 가득한 마을이 싫어. 짠내 나는 마을에서 양피지를 붙잡고 쩔쩔매고 있는 지금은 아주 끔찍하게 느껴진다. 파도 구경은 실컷 했으니 다시 중부 쪽으로 움직여야겠다. 네가 대륙 끝에서 끝으로 움직일 생각이라면 당분간은 만날 길이 요원할 거다.
모쪼록 사지를 잘 간수해.
건강하고 또 강건히 지내라는 뜻이다.
오스퇴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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