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ay train - High way ehead!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길의 티켓을 끊는다, 2화.

19일 금요일, 오후 5시에 소환이 된 악마는 집 안에 번진 핏자국부터 확인했다. 자살인가. 작가가 그럴 작자로 보이진 않는군. 타살? 경찰이 싹 물러난, 이 따끈따끈한 현장에서 위화감을 느낀다. 더 특수한 사건이 엮여있다. 이를 증명하듯 바닥에 피처럼 더 길게 번진 잉크의 길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작가가 손으로 직접 글을 적는 치긴 하더라도 잉크 병을 이렇게 나 몰라라 던지는 작자는 아니지. 받고, 이렇게 피가 흐르듯 튀는 것은 잉크의 속성이 아니다. ‘당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방 안에는 있어야 할 몇 가지 물건들이 없다. 하물며 자신에게 남겨진 연락 하나조차. 악마는 이 사건을 납치라고 단정지은 후 짐을 챙긴다. 짐이라고 해봤자 단출하여 차라리 사람 잡으러 가는 것에 적합한 도구 모음이라 부르는 것이 올바르다. 검은 가방 안에 연장과 총, 바닥의 나무판자 아래에 숨겨둔 돈 뭉치나 탄창 같은 것들 챙겨 집 밖으로 나선다.


나서려고 했다. 집 안, 가장 깊은 구석인 창고에서 익숙한 문 박박 긁어대는 소리가 나기 전까진 말이다. 차우가 아직 집에 있다고? 악마는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덩치 커다란 털 짐승이 헥헥거리는 소리를 내며 두 번째 주인의 품에 치대길 반복한다. 그러다 잉크가 번진 바닥을 보곤 깽, 켁, 켕, 놀람에 가깝게 짖지를 않나. 이젠 층간 소음 신경 써봤자 아랫집에서 올라와 삿대질할 인간이 없는 곳이니 조용히 하라 타일러두지 않는다. 자, 이제 마지막 짐 점검. 가방은 오른쪽 어깨에. 거대한 털 짐승 차우차우종인 차우-세상에, 작명 센스 하고는. -를 왼팔에 푸짐하게 얹아둔 후 밖으로 나선다. 네 주인이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은데, 그게 이 세상인지 저세상인지 구분이 잘 가야지. 찾으러 가자고. 그는 익숙하게 뒷골목으로 향한다.

정보 값으로 사람 몇 명 벌집으로 담가주겠다 약속하거나 돈뭉치 꺼내면 안전한 루트론 꼬마 애들이 우르르 몰려와 경찰들이 귀빈을 모셔갔다고 나불거리고, 돈에 꽤나 눈이 먼 놈들은 뭉치 더 받아야 알겠다며 침 질질 흘리다 고간 사이로 산탄총 한 번 탕 쏴재껴진 뒤에야 오줌 지리는 걸 참으며 못 본 놈은 못 봤다고, 본 놈은 애들 말이 끝이라고 진실을 토해낸다. 뭐. 어디 먼 곳을 간 건 아닌 것 같고. 보아하니 이능력인지 뭔지 개화라는 걸 해서 끌려갔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놈들 수용하는 센터는 어디 있길래? 여기서 차 타고 꼬박 30분은 가야 할 걸요. 19일 오후 5시 13분의 악마는 누가 봐도 조폭처럼 보이는 자신과 큰 개 한 마리를 태워줄 뉴욕 골목길의 친절한 택시 드라이버가 없을 거란 사실을 안다. 노란 캡을 무시한 후 걷기 시작한다.

차우가 바둥거리며 팔다리 앞으로 흔들면 그제야 바닥에 내려둔 후, 무기가 가득 든 가방 안에서 잘도 하네스를 꺼내든다. 옳지. 저기다 팔 넣고, 여기다 머리통 넣고. 털덩어릴 안전 줄로 무장시킨 뒤에 마저 걷는다. 특이한 광경이긴 하다. 동양계 조폭으로 보이는 사내가 누가 봐도 털에 윤기 줄줄 흐르고 행복해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 산책시키듯 걷고 있으니까. 그것도 표정은 아주 오만상 찌푸려 누구 한 놈이라도 치고 온 듯한, 곧 있음 더 칠 것 같은 낯짝으로다가…

브랜디는 DEAR.XIA가 얼마나 걱정과 겁이 많은 인물인지 안다. 어느 정도로 겁쟁이냐면 자신이 있는데도 사람이 죽을 것을 걱정했고, 자신이 없을 적엔 술을 마시고 언제 들어오나 현관 앞에 앉아 시간을 죽치며 때우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겁이 많다기보단 당연한 공포였을 지도 모른다. 스이엔츠이 아키타라는 치는 어딘가 밖으로 쉬이 벗어나지 않는다. 한편 류 위천이라는 인간은 어딘가를 휙 벗어나거나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작자다. 집에 남게 될 사람의 염려가 큰 것이 당연한 구조이다. 상황이 역으로 반전된다면 겁을 먹게 될 쪽은… 당연지사, 류 위천. 본인의 쪽이다.

빌어먹을 브랜디가 됐든 류 위천이 됐든 그 목소리로 웨이싱이라 불러주든- 다 상관 없다. 찾아야 듣든 따지든 뭐든 하지. 차로 30분이라 하던 거리는 교통 체중과 복잡한 길로 인해 만들어진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19일 금요일의 악마는 6시 50분이 된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고, 계절이 계절인지라 서늘한 바람이 몸에 올라온 열기를 식혔다. 누가 봐도 테러리스트로 보이는 모양인지 낯짝 보고 또 사람 식별하기 좋아하는 검사관 몇 명이 접근한다.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려 항복의 의사를 표현한다.

“별 거 안 하러 왔수다. 내 파트너가 이쪽으로 잡혀갔다고 해서 찾으러 온 것뿐이요.”

“양손 계속 들어 올린 채로 있어주시길 바랍니다.”

“애먼 인간 범죄자 취급은 작작하시고. 난 지금 내 파트너 찾으러 왔다고 두 번째 말하고 있-”

쾅!

굉음이 솟구쳐 오른다. 위천은 반사적으로 가방 안에 든 총기류를 조립해 꺼내는 것 대신 차우를 감싸길 택한다. 길 지나가던 사람의 비명소리. 수상쩍게도 후드를 쓰고 동공이 확장된 채로 이해 못 할 말을 중얼거리는 사람. 이탈라이어, 스페인어? 스이엔츠이 이전에 뭐라 단어 알려주는 걸 들었는데. 해봤자 이봐요, 라던가 그쪽. 정도의 말밖에 할 줄 모른다. 투박한 말이 튀어나간다.

“뭐 하는 작자요 당신은.”

“여, 여기에서 사고를 치면 되, 된다고 들었는데, 으, 으하하, 으헉…”

“약을 거하게 한 모양이군. 어디 몸 꺾이는 종류의 건 아닌 것 같고. 최근에 나온 스마일 페이스, 그건가?”

“마, 맞아! 그걸 더 주, 주주주주, 주겠다고 했는데. 넌가. 아니야…저저저저, 접선지가 어디지…”

“이봐 경찰 양반들. 잡아가려면 내가 아니라 이놈을 잡아 족쳐야-”

그리고 침묵. 위천은 그제야 폭발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했는지 확인한다. 그 사이 방어막이란 무형의 것을 두른 건지 뭔지 원형의 형태로 경찰-감시관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생존자 베리어에 들어가 있고. 그 외의 바닥은 모조리 파여있다. 들고 있던 가방조차 반파되어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 우르르르 쏟아져 나온 채다. 쓸 수 없게 된 스프링과 잘린 탄창 안의 화약들이 구멍이 굽이굽이 난 곳에 자리를 잡아 씨앗처럼 몸을 고정한다. 무사한 건 자신. 자신의 옷. 인간적인 체면은 지킬 수 있게 됐군. 그리고 온몸으로 감싸둔 차우. 굉음에 놀란 모양인지 아주 끼잉 거리는 소릴 내며 애기인 척을 해댄다. 위천은 그런 차우를 더 강하게 안아주며 후드를 쓴 놈을 노려본다. 어찌 된 영문인 지는 몰라도 자긴 살아남았고, 차우도 멀쩡하고, 저놈의 건물은 뭔 특수 취급을 받고 있는 건지 안전한 모양이다. 상황 판단은 금방이다.

위천은 곧바로 차우를 경찰들에게 맡긴다.

“우리 집 파트너가 애지중지하게 키운 털덩어리 새끼니 털에 조금의 검은 것이라도 묻었다간 그쪽들 목이 따일 줄 아쇼.”

“아니, 저쪽으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우선 내부로 대피를,”

“그쪽이 아깐 나를 테러리스트로 의심하더만. 좀 빌려가겠수.”

“잠깐만, 그건 제 총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발포 가능성과 사용 범위를 확인한다. -펑! 한 번 더 눈앞에서 무언가가 강하게 흔들리는 감각 땅도 진동하고 압축됐다 터지는 감각이 바람으로 변해 온몸에 휘몰아치지만 간지럽단 생각이나 든다. 정정한다. 그 모든 외부의 타격에 영향을 느낄 필요성을 몸이 못 찾듯이, 얌전히 있다. 직진한다. 손에 총구가 날아간 권총만 있음을 확인한다. 거꾸로 쥔 후 짧은 개머리판으로 후드를 써, 이젠 자신을 어찌 대처하면 좋을지 몰라 바들바들 떨기나 하는 후드 쓴 사람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묵직하고 둔탁한 타격감이 들어찬다. 고개를 든다. 저 건너까지 폭발의 영향이 닿아버리고 만 건지 조각이 난 사람의 일부나 굴러다니는 주인 잃은 도구, 앞좌석이 휭 날아가 기절한 손님만 남은 노란 캡까지. 몸 돌려 경찰관 나으리들을 바라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통이요?”

“그건 저희가 역으로 물어보고 싶은 질문입니다… 어떻게 해당 폭발에서 살아남으신 건가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위력이 약하더마는.”

“주변을 보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래.”

경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도 후천적으로 각성한 경우로 봐야 할까. 그래야만 하겠지. 간단한 테스트를 거칠 필요 없이 몸의 강도를 이 테러 사이에서 건져냈으니. 의아해하는 류 위천의 품으로 차우가 돌아간다. 뺨을 마구 핥아대며 주인이 한바탕 놀고 왔다고 생각하기로 한 이 둔한 털 짐승은 그대로 위천의 클런치 백 신세로 전락한다. 헥헥헥. 두툼한 꼬리와 팔다리가 허공에서 돌아다닌다. 그리고 경찰-훗날 이야기를 들은 바에 의하면, 이들은 경찰이 아닌 무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을 거르는 이능력을 지닌, 전직 군인과 경찰 출신들이었다고 한다.-들은 이 수상한 사람을 건물 내부에 들여보내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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