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언
왕이 병상에 누운 지 사흘이 지났다. 사냥을 나섰다가 곰을 마주쳤다고 했던가, 그와 함께했던 정예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러나 그 소식을 들으며 멜레아강은 앞뒤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왕은 개나 양을 비롯한 짐승들이 그에게 으레 순하게 굴었듯 곰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깊은 숲속에서도 홀로 마음을 놓고 방심
모처럼 시내 나들이에 신이 난 앤은 피앙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룻배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새로 갖춰 입은 드레스의 치맛자락이 산뜻하게 휘날린다. 앤은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혼자서 외출하는 건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지상으로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야 기분이 안 나니까. 기왕이면 배를 타고 나오는 편이 더 근사하기도 하고.
해가 저물기 시작한 늦은 오후, 어머니의 일터에 함께 도착한 에밀리아는 빗물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마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저도 몰래 마른침을 삼킨다. 여름 장마철인데도 한겨울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아나벨라’는 특유의 형용할 수 없는 불온함으로 순식간에 사람을 압도한다. 이제 겨우 열 살 남짓 된 에밀리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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