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언
명렬은 연구실 한켠의 해골 모형에게 습관적으로 말을 붙인다. 명순아, 나 왔어. 이름까지 지어 두고 정성스레 닦아 가며 관리하는 모형과의 대화는 늘 이렇듯 간단한 안부 인사로 시작된다. 실은 일방적인 토로에 가까운 그 대화란 것이 날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명렬 혼자서만 모르는 일이다. 얘깃거리야 항상 시답잖은 것들뿐이지만 달리 털어놓을 데도 없
뒤로 갈수록 최신 작업물입니다
― 1 정오의 태양빛을 한껏 빨아들인 검날이 고고히 번뜩인다. 백금색 몸체에 새겨진 검푸른 문양은 그간 익히 보아 왔기에 더없이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소집된 기사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깃발을 드리우고 있었다. 두터운 천이 미풍에 흔들리며 맑은 하늘 위로 새파란 궤적을 덧그린다. 압도적인 풍경이었으나 생경함은 들지 않았다. 노
살리에리는 작은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그가 마차에서 안전히 내릴 수 있도록 한다. 화가로서 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방문인 만큼, 살롱에 발을 들이며 그는 제법 긴장한 것도 같다. 시종이 그들의 도착을 알리면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이다.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살롱의 문 너머에는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늘어져 다과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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