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私を探してるの?
그녀는 답지 않게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자신조차 어딜 보고 있는 건지 착각할 정도로. 입이 뻥끗거리는 걸 보아서는 뭔가 중얼거리는 것도 같았다. 웬일이지. 저건… 불러도 모를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아이라?”
내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그렇게 잠시, 아주 잠시 동안. 그녀는 평생 비춘 적 없던 표정을 보였다.
평생
비춘 적 없는
표정을?
⋯⋯이게 무슨 표정이지? 그 표정에 눈을 느리게 깜빡였던 찰나, 그녀는 이미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내게 안겼다.
“예쁜 내 동생이잖아! 무슨 일이야?”
“뭐… 그냥. 없길래.”
“아하– 언니가 안 보여서 찾았던 거야?”
“아니, 굳이 그 정도까지는…”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이라는 내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뺨을 부여잡았다.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와 다르게 손은 차가웠다.
⋯차가워?
원래 차가웠던가? 네가 감기 걸리면 내가 간호해 줘야 하잖아… 조심성이 없다니까.
“⋯차가워. 그렇게 다니면 감기 걸릴 거 아니야. 걸리면 간호는 또 누가 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저를 가리켰다. 이내 아이라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에헤헤… 미안해! 바다 앞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그러게, 누가 그렇게 멍 때리고 있으래? 흥… 얼른 와. 부모님이 부르셔. 데리러 온 거야.”
내 말에 그저 바보같이 헤실거리기만 했다. 아이라의 팔을 붙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녀는 내 팔짱을 끼며 나란히 걸었다.
⋯바보 같은 아이라.
어느덧 한적한 저녁 시간. 아이라와 함께 방에 돌아와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던 참이었다. 평소답지 않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원래 같으면 옆에서 귀찮게 굴어야 할 그녀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위화감을 느낀 나는 그쪽으로 슬쩍 시선을 옮겨 보았다. 아이라는 무표정으로 그저 앉아있기만 했다. 언뜻 보면 멍 때리는 거였지만… 왠지 기묘했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거나, 고민이 있는 게 확실했다.
작게 한숨을 쉬고 그녀를 부르려 입을 벌리는 순간,
“⋯있잖아, 시오.”
너는 나를 불렀다.
“응, 왜.”
아이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유를 말해주려는 걸까. 그녀는 우물쭈물거리며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모습을 기다리다 못해 내가 먼저 운을 뗐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하기 힘들면 말 안 해도 돼. 말하고 싶을 때 해.”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눈을 계속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의외라는 표정이었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자니, 눈치를 보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
“시오는… 언니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겠지? 으음… 너무 당연한 질문이었나?”
제 눈썹이 팔자로 기울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질문이지. 이번엔 내 쪽에서 눈을 계속 깜빡거렸다. 눈치가 있어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그 반대인 건지… 알 겨를이 없었으나. 일단은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그래도… 시오는 언니보다 착하고, 똑 부러지고… 공부도 잘하잖아. 언니가 있으나, 없으나 별 다를 게 없지 않을까…?”
“그게 뭔 헛소리야.”
아이라는 당황한 듯 큰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네. 하고 싶은 말이었으니 상관은 없나.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런 말이 나오는 거지.
생각해 보니까, 오늘 이 말을 하려고 그렇게 멍 때렸던 건가… 나는 팔짱을 끼고 말을 이었다.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데?”
“으음… 그냥… 그냥. 가정이야! 언니가 평소에 바보 같은 말 자주 하잖아… 이것도 그런 거지.”
아이라는 거짓말이 서툴다. 그것도 엄청나게. 유치원생도 아이라보다는 거짓말을 잘할 거라고 의심치 햄스터가 겁에 질린 모습과 다름없어 보였말 꺼낸 건 본인이면서 왜 나한테 겁먹는 심지어 헛소리잖아.
한숨을 쉬고 물었다.
“누가 그런 가정을 해. 가족 사이에.”
“⋯아니면, 떠나고 싶어?”
아이라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 그는 대답을 회피하는 듯이 멋쩍게 웃으며 목을 한 번 쓸었다.
그리고 다시 정적.
한 번 더 물어보려는 순간, 아이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언니가 사라지게 된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안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렇게 되면… 시오는, 계속 살아갈 수 있어? 언니 몫까지.”
아이라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느 때와 같은 다정한 손길과 얼굴. 평소와 다른 게 그 무엇도 없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물으려 입을 여는 순간,
“⋯시오리, 살아.”
쓰나미가 덮쳤다.
–私はもうな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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