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꿈
むなしい夢だね
나츠네 아이라 생자 If.
한때의 덧없는 일이나 헛된 공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리는 푸른 열병을 앓고 있어.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이라는 오늘도 연기한다. 제 동생이 먼저 죽었음에도 밝고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로.
너라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단다.
죽은 네 동생이 보고 있을 거야. 알지?
나는 그럴 때면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제 동생의 이야기가 싫은 게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 아닌 네가 죽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스울 정도의 지나친 참견이었다. 알고 있음에도,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며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
⋯
"에헤헤. 그럼 방에 들어가 볼게요!"
달칵, 제 방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밝은 표정을 풀었다.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제 방을 내려다봤다. 역시 혼자 쓰기에는 방이 너무 큰 것 같았다. 공허해. 보고 싶어. 익숙하게 눈물 한 방울을 떨궜다. 너무 무거워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텅 빈 표정으로 생각을 곱씹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더라... 네가 떠난 시간을 가늠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저 흐르도록 두었으니. 그러니까...
"⋯19살."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사실을 허공에 대고 작게 읊조렸다. 나 곧 성인이야. 또 한 번 덧붙였다. 시오가 듣고 있으려나. 네가 떠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이렇게 하나하나 귀찮을 만큼 기억하는 언니는 또 네게 마이너스만 될 텐데. 하지만... 작고 어린 네가 이른 나이에 떠난 것도 울분이 나는데, 그런 네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유할 생각만 나니까. 아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또 괜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잔소리를 늘어놓을 네가 생각나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푸른 열병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나날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익숙한 바다 내음 속에서는 네 향기가 나. 어쩌면 이것도 열병에 의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해, 언니가 좀 아픈가 봐. 그저 파도의 포말을 가만히 바라봤다. 괜히 바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뻗는 곳에는 항상 네가 닿을 만큼 우리는 가까웠으니까. 포말이 되어버린 네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라는 헛된 생각도 함께. 금세 손을 거뒀다. 내 자신이, 너무...
"⋯구질구질해."
문득 제 처지가 질렸다. 그저 이 여름 내음에 눈을 감고, 푸르른 구름을 그리며 추억에 잠기고만 싶었다. 너만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건 단순히 제 억지일까. 나는 또다시 시선을 옮겼다. 지금은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었으니까. 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고들 하니까. 몇 번의 계절이 흘렀는지조차 망각하고 싶었다. 네 존재만을 기억하고 싶었어.
처량한 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 그런 식으로 의미 없는 시간이 흘렀다.
질리도록 익숙한 하굣길. 어쩐지 오늘은 조금 피곤했다. 한 맺힌 귀신이라도 옆에 있나. 랄까,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작게 하품을 하며 걷던 도중이었다. 제 이름이 들리는 것 같아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아이라, 언니-"
누군가 내게 익숙하게 다가왔다.
"있잖아, 아이. 네가 올해로 몇 살이더라?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체감이 전혀–"
"–19살."
반사적으로 대답한 나는 뒤늦게 주춤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시오가... 내 동생이 살아 움직였다. 당당히 내 앞에 서 있었다. 뒤늦게 눈을 비비적댔다. 변함없었다. 시... 오? 시오리? 당혹 속에서도 물었다.
"⋯시오리 맞아?"
눈만 깜빡였다. 휘둥그레 뜬 눈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네가... 내 동생이, 시오. 네가 내 눈에 보였다. 아이라의 눈과 시오리의 눈이 마주쳤다. 19살의 아이라와 13살의 시오리가 만났다.
입만 벙긋거리는 네 모습에 저도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아니야. 원래 같으면 눈치 없이 시시한 말로 내가 시작하는 게 맞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그래야 '아이라'인데... 금세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패닉인지 트라우마인지 구분조차 안 갔다. 구분할 정신은 애초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쓴웃음을 지었다.
아아, 또 헛된 걸 봤나 보다. 내가 그렇지, 뭐.
죽어서도 똑같네.
⋯죽어서도?
아이라는 발작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한여름에 봄 꿈을 꾸었다. 유령도 꿈을 꾸었던가. 아니면, 무심한 신께서 준 마지막 선물일까.
나는 너를 안았다. 내게 체온은커녕, 육체도 없지만 네가 내게 준 따뜻함만큼은 온전히 남아있을 테니까.
네 처량한 목소리에 다정함을 묻혔다. 그리고 웃었다.
"우리, 같은 병에 걸렸나 봐."
우리는 푸른 열병을 앓고 있었다.
영원히, 또 여전히.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날의 꿈에게, 기억에서 열병을 앓는 그날이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_^… 전 이거 들으면서 썼어요
당신의 나츠네 자매는 세계 최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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