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6. 스테이지 속의 보물을 찾아내자!

2023. 08. 13에 작성

이른 아침 사무소.

새벽부터 일터에 출석한 모모히토와 에이신은 어느 빵집에서 구입한 2개들이 샌드위치를 하나씩 나눠먹고 있다. 딱히 밥 생각이 없는 모모히토에게 에이신이 꿋꿋이 샌드위치 하나를 건네다 보니 이런 훈훈한 광경이 나온 것이다. 며칠 후에 C.FIRST가 캐스팅된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열심히 대본을 읽으며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의 심리를 파악한다. 평소엔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잔인한 흑심을 품은 모모히토의 캐릭터, 그리고 영리하고 이론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난폭해 보일 정도로 격정적인 언행을 일삼는 에이신의 캐릭터. 대본을 읽어 나가다 보니 점점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에게,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 나가는 작품에 홀리고 있던 사이, 그들의 리더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모두들 대본 읽고 있었나요?"

대본에서 눈을 떼고 드디어 자신의 동료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은 "헉" 소리를 낼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한겨울 전투를 나서는 전장의 군인마냥 가방 한가득 짐을 챙겨 왔기 때문이다.

"아마미네 군, 어쩌다 그런 모습으로 여길 오게 된 거야..."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이거 별 일 아니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늘색 손수건으로 얼굴 곳곳에 맺힌 땀을 슥슥 닦는 슈를 위해, 에이신은 찬 물을 가지러 일어선다. 그 사이에 두 멤버들의 중앙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는 슈는, 엉덩이가 의자에 닿자마자 커다란 가방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인 후 가장 커다란 수납 공간의 지퍼를 열어 물건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짐은...

"아,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하는구나..."

『리플렉션 월드』 가이드북. 

"하하, 마침 드디어 초보자 지역에서 벗어났거든요. 이제부터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해서, 대본을 맞추기 전에 에이신 선배에게 이거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그렇구나. 언제나 매사에 진심이네, 아마미네 군은."

모모히토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떨떠름함이 묻어있지만, 한 곳에 정신이 쏠린 슈는 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턱이 없다. 찬 물을 한 컵 가득 떠 온 에이신 역시 슈가 펼치고 있는 물건들에 잠깐 표정이 굳는다.

"...슈, 아침부터 게임 이야기니." 

에이신의 잔소리가 시작되려는 기미를 익히 학습한 슈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맞받아친다.

"우선 이거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금방 끝나요."

에이신은 "이 녀석이..." 싶은 표정으로 컵을 슈에게 넘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빨리빨리 설명하고 끝낼게요. ...아."

슈는 옆에서 미세하게 꿈틀대는 모모히토를 감지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식하기 시작하며 질문한다.

"모모히토 선배, 얼른 끝내고 우리 같이 드라마 이야기 하도록 해요!"

슈의 배려에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는 모모히토이지만, 이내 예의 상냥한 미소를 머금는다.  

"걱정해 주는 거야? 나는 괜찮아. 이 게임을 잘 모르는데 너희를 지켜봐도 되나 싶은 생각 뿐이야."

"아, 당연히 가능하죠! 오히려 저희도 모모히토 선배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아요."

오히려 저희도 모모히토 선배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아요. 모모히토는 잠시 묘한 정적을 흘린다.

"하하, 고마워. 그럼 나도 같이 듣고 있을게."

슈가 가방에 있는 자신의 태블릿 PC를 꺼내어 모모히토와 에이신에게 보여준다. 화면이 켜지니 1-5 스테이지의 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저번에 같은 지역을 수십번이나 돌던 기억이 떠오르자, 에이신의 미간이 점차 구겨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길,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유지한다.

"...프레젠테이션이군. 역시 그 준비성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그러나 에이신의 그 위산 올라오는 일련의 경험들을 슈도 똑같이 느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앞으로의  『리플렉션 월드』 가 너무너무 설레고 너무너무 기대된다는 마음이 묻어나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표현한다.

"하하, 이 정도 쯤은 게이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죠!"

에이신은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 보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플로리아 마을은 지도가 꽤 단순했잖아요. 그냥 직진해서 가면 몬스터 있고. 또 쭉 가다 보면 몬스터 있고. 그건 사실상 초보자 전용 마을이라 어른의 사정으로 쉬운 척 조정된 거고,"

슈가 플로리아 마을 맵 창을 닫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지역 이름 버튼을 누른다. 모모히토와 에이신이 1초만에 캐치한 단어는 "마그나." 그 "마그나"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거대한 산을 중심으로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에이신은 자신의 추억을 바탕으로 이 마을의 분위기를 파악한다. 

"그런데 플로리아 마을에 비해서는 녹음이 그다지 없군. 그렇다면 이 산은 보통 산이 아니란 뜻인데."

"'플로리아 마을?' 거기는 나무와 풀이 많은 곳이었나 봐?"

"'자연'의 의미지를 극대화한 곳이다. 거대하고 푸른 숲을 근처에 둔 지역에 걸맞게 모든 건물이 녹색과 청색, 그리고 황색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지. 정말 아름다워."

"헤헤, 마유미 군 그 마을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

"맞아, 정말 마음에 들어. 특히 코르 말룸은ㅡ"

그러고보니 모모히토는 코르 말룸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에이신은 게임을 하지 않는 그를 위해 최대한 자신만 아는 정보를 배제하기로 한다.

"...아니다. 다만 마그나 어쩌고는 자연의 생동감과는 거리가 멀군."

"그러게. 붉은 색과 잿빛이 두드러지게 보여."

슈는 두 사람의 잡담을 끊는 듯 두 번째 지역의 풀네임을 가르쳐준다.

"우리가 갈 곳은 '마그나 몬타나.' 거대한 화산이 있는 마을이에요. 약간... 도쿄같은 느낌이랄까."

모모히토가 이 설명을 꽤 마음에 들어한 듯하다. "하하, 그 표현 재밌네! 아마미네 군, 덕분에 한 번에 특징을 이해했어!"

슈는 또 멋쩍은 듯 당당하게 대꾸한다. "천재에게 이 정도 재치는 있어야죠!"

에이신은 각 스테이지의 맵을 보고 있다. 플로리아와는 달리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게 길이 나 있다. 몬스터들 역시 한 곳에 우르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서너마리씩 위치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서는 저 길을 전부 찾아 적을 처리해야 하니 보다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전망으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맵을 읽던 에이신은, 길이 마치 용암이 흐르고 남은 자국처럼 갈라져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맵인건가. 조금 더 깊이 맵을 감상하려던 에이신을 슈의 목소리가 가로막는다.

"이제부터는 그 지루하고 몬스터들도 약한 그 지역과 작별이에요!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진정한 여정이 시작된 거예요!"

"오, 아마미네 군, 멋진 말 하는데."

에이신은 생각한다. 플로리아는 결코 지루하지 않은데.

"이제부터는 이런 장애물 많고 험한 길이 디폴트가 될 거예요. 봐요, 여기는 용암이 분출되고 여기에서는 바위가 굴러오죠? 이런 트랩들에 휩쓸리면 체력이 깎이거나 심지어는 리타이어해 버리고 말아요. 그러니까 무언가에 맞거나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와, 정말이네. 여기 주의 표시가 있는 것도 그렇고 상당히 험난해 보여. 레벨 차이로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수 있구나."

"그쵸, 이제야 게임다운 게임을 하는 기분이랄까!"

에이신은 또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놀이도 충분히 게임이었는데.

아니, 에이신에게 있어 『리플렉션 월드』는 게임 이상의 무언가이다. 지난번의 경험은 가상의 감각을 현실의 그것으로 만드는, 나의 속내를 이리저리 뒤집어 엎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끈적하고 잘그락거리며 뜨거운 것이었다. "좋다, 나쁘다"를 비롯한 지극히 간단하고 이분법적인 표현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 『리플렉션 월드』는 현재의 에이신에게 있어 온갖 심상을 다 쏟아붓는 사육제의 난해한 음악과도 같은 것이다.

이제는 "놀이, 게임"이라고 칭하는 것도 단순화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슈가 이르는 "과몰입"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

에이신은 개인의 생각을 저 멀리 치우고 맵을 더 읽어보기로 한다.

"...응? 슈, 이건 무슨 표시지?"

금색의 직사각형 아이콘이 있다. "직사각형"이라고 단정짓기에는 확실하게 모양이 잡혀 있다. 어디 보자. 아, 마치 영화 속 해적선 한 구석에 있을것만 같은 보물 상자의 형태를 갖추고 있군. 

"이건 보물 상자예요."

"정말 직관적으로 그렇게 부르는구나..."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하지만 에이신 선배가 중요한 걸 잘 잡아주셨어요."

슈는 보물 상자 아이콘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크게 해서 보니 확실히 보물 상자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번에 저희가 찾아야 할 건 바로 이 보물 상자예요. 이제부터 모든 맵에 이 보물 상자가 특정 장소에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것들이 스테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있는 게 아니라 이 지정된 장소에 확률적으로 있다는 게 문제예요. 얘네들을 찾아서 열면 이 상자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어요!"

에이신의 고개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데, 몸이 움직일 때마다 신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심림의 목걸이같은 아이템 말하는 건가?"

"그런 류의 아이템들도 드랍되는데, 그거랑은 좀 결이 달라요."

슈는 바지 주머니에서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어 에이신에게 보여준다. 더위로 습기가 조금 차 있던 액정은 몇 번의 터치로 다시 선명해진다. 둥근 붉은 보석이 가운데에 박힌 도자기가 에이신의 눈 앞에 나타난다.

"각 지역마다 히든 퀘스트가 있어요. 그게 바로 이 상자 속에 있는 유물을 찾는 거예요. 각 스테이지 당 유물이 하나씩 있는데, 이걸 전부 모아서 특정 NPC에게 가져다 주면 좋은 아이템과 교환해 줘요."

어느 좋은 아이템을 주는 지는 알 수 없으나, 또 다시 같은 곳을 여러 번 돌아야 한다는 사실이 에이신의 위장을 아프게 한다. 원래 위장이 아플 사람이 아닌데. 에이신의 표정에서 노골적으로 괴로움이 번진다.

"그... 파밍? 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구나... 그런데 비효율적이군. 매번 상자에 아이템이 있는지, 아니 상자의 유무부터 파악해야 한다니."

그러자 슈는 갑자기 에이신이 자신을 봐 주길 바란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눈에 착용하는 시늉을 보인다.

"그건 제 갓 노우즈에게 맡겨주세요. 지난번에 이 녀석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했으니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저번에 강화했던 고글 말이지. 그거 보스와의 전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슈는 보라는 듯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하고는 설명을 계속한다.

"당연하죠!! 이름에서부터 신이 들어가 있다고요! 신처럼 모든 걸 다 꿰뚫어보고 말 거예요!!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슈가 2-1 스테이지의 지도를 두 손가락으로 확대한다.

"그래서 어떻게 빨리 이 맵을 뺑뺑이 도느냐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이신은 턱을 오른손에 괴고는 애꿎은 태블릿의 화면을 툭툭 친다.

"글쎄. 여러 곳으로 분산이 되어 있으니 한 번에 모아서 '정화'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슈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는 에이신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 "'정화'라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몹 때려잡는 걸 '정화'라고 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에이신은 당황한다. "무슨 소리야? 이 세계에서는 '정화' 행위라고 하던데?"

"네? 처음 들어보는데요??"

어색한 정적.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억지로 웃으며 얼버무린다.

"뭐, 그럴 수도 있죠. 하여튼, 가이드북 팁을 보면..."

이제는 슈가 옆에 계속 두고 있던 두꺼운 가이드 북을 꺼내들어 자신들이 향해야 할 스테이지의 정보가 담긴 페이지를 펼친다. 이미 작은 쪽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다. 슈는 그 중에서도 얇은 파란 메모지를 떼어내어 그 아래에 가려진 글귀를 에이신에게 보여준다.

"마그나 몬타나부터는 몹들이 대체로 그 지역의 특징을 반영한 속성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건 2-1도 예외가 아닌데, 마그나 몬타나는 화산 마을인 만큼 화속성 몹들이 많거든요. 제가 풍속성이니 자기네들보다 속성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겨질 저를 마킹해서 따라올 거예요. 제가 녀석들을 유인할게요. 그럼 에이신 선배는 발르 미장센으로..."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모모히토만 자연스레 쏙 빼놓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모모히토 선배. 너무 저희 이야기만 했죠?"

그러나 모모히토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냐, 괜찮아, 아마미네 군, 마유미 군. 나는 그냥 너희가 하나의 일을 함께 즐겁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래."

"하지만 우린 이기적이게도 너를 배제해 버리고 말았는걸."

"정말로 괜찮아. 이대로도 나는 충분히 즐거워.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을 하면 더더욱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 슈는 바로 회의를 일단락시킨다. "뭔 느낌인지 아시겠죠, 선배?"

"그래, 그리고 이렇게 미리 짜놓지 않아도 우리는 실전에서 어떻게 잘 대처할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이제 대본 꺼낼게요. 모모히토 선배도 이제 같이 대본 이야기 나눠요."

자신을 향한 슈의 목소리에 모모히토는 미소를 짓는다. 슈는 이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마 몇 년 동안은 모를지도 모른다.

"응, 좋아."


Vv히데vV: 생각해 보면, 오늘은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네요. 

Vv히데vV: 저는 진짜 밤에나 사무소에 나올 줄 알았어요.

매킨토시: 헛. 그러게. 

매킨토시: 조율해야 했던 일도 많았지만, 결국 여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어.

Vv히데vV: 흐응, 것보다 플로리아를 클리어 했다고 바로 대기 장소가 바뀔 줄은 몰랐네요. 뭐, 곧 또 바뀌겠지만.

/오늘도 멋지게 착지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는 Vv히데vV. '언제쯤 매킨토시의 화려한 착지보다 더욱 근사한 몸짓을 구사할 수 있게 될까' 하고 고민하며, 막 자신 앞에 우아하게 나타난 매킨토시의 뒤통수에 말을 건다. 정확히는 그의 뒤통수 너머에 있는 하늘 색을 바라보며. 플로리아의 숲과 마그나 몬타나의 화산 지형의 경계 정도 되는 뾰족한 바위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가 가슴에 벅찰 정도로 아름답다. 리얼타임과 똑같이 하늘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게임 그래픽이 Vv히데vV의 눈을 자극한다. 노을이 조금씩 지고 있는 푸른 빛. 마치 개임 캐릭터들도 우리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그이다.

Vv히데vV: 오늘은 평일인 데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주변이 아예 한산하니 몇 번은 더 돌아도 되겠죠?

/말을 한 직후의 매킨토시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을 확인한 Vv히데vV이지만, 딱히 별 말을 추가하지는 않는다. 게임을 하는 데에 파밍이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에이신 선배는 좀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하는 Vv히데vV. 바로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서 연이어 터치를 하기 시작한다. 이런 반응이 올 줄 알고 회유책을 준비한 것이다.

Vv히데vV: 그래도 에이신 선배에게는 나름 희소식이 있다고요!

매킨토시: 희소식. 그게 과연 뭔지 들어나 보자.

Vv히데vV: 저희가 지금 레벨 8이잖아요. 보물을 찾으러 뺑뺑이 돌다 보면 10이 될 거란 말이에요.

/"뺑뺑이"란 말에 매킨토시는 여전히 속이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매킨토시: 그래서?

Vv히데vV: 『리플렉션 월드』 처음 시작했을 때 에이신 선배가 어땠는지 아세요? 

Vv히데vV: 자기 아바타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매킨토시의 눈이 비로소 커진다. 놀람과 호기심과 의욕이 동시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눈동자. 드디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했는지 깨달은 눈빛. Vv히데vV는 선배의 이 눈빛을 고대하고 있었다. 일정 레벨을 달성하면 열람할 수 있는 아바타 정보.

Vv히데vV: 레벨 10이 되면 미라주 컴퍼스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는데, 여기서 드디어! 자신이 선택한 아바타의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매킨토시: 아, 그러고보니 나의 첫 번째 의문은 나의 아바타에 대한 의구심이었지. 한동안 스킬을 만들고 스토리에 집중한다고 잊고 있었군.

Vv히데vV: 나름 저희 겪은 일들이 좀 있긴 하죠. 그래도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과 아주 연관 없지는 않으니까요. 

Vv히데vV: 서사 보는 거 좋아하는 에이신 선배에게는 아주 희소식이다, 이거예요! 그러니 오늘도 힘내요!

/Vv히데vV가 매킨토시보다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낌새다. 하긴, 처음에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때에도 그는 선배의 아바타의 이름을 몰라서 크게 실망했던 적이 있다. 후배의 깜찍한 모습에 잠시 경직된 위장이 풀리는 느낌이다. 매킨토시는 이제 미소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되어 있다.

매킨토시: 그거 좋은걸.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게임하겠다. ...아.

/매킨토시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부지런하게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Vv히데vV에게는 이런 광경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저 선배가 스스로 미라주 컴퍼스를 뒤적거릴 수 있다니. 매킨토시는 Vv히데vV의 어깨 너머 배웠던 것을 천천히 수행해 나가며 꺼내고자 했던 것을 Vv히데vV의 눈 앞에 꺼낸다.

Vv히데vV: 이게 뭐예요?

매킨토시: 사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저녁을 먹은 다음에 다시 『리플렉션 월드』에 들어갔거든. 그 때 플로리아 마을을 방문했다. 그리고 마을 주민분들께 코르 말룸을 얻었어.

매킨토시: 자, 한 번 먹어 봐. 아주 맛있다.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커다란 손 위에 있는 코르 말룸을 두 손으로 받고는 이리저리 둘러본다. 마치 고양이가 처음으로 나비를 보고 신기해하는 듯한 얼굴이다.  자신도 코르 말룸을 처음 봤을 때 저런 표정이었을까 싶은 생각에 매킨토시는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린다. 

Vv히데vV: 코르 말룸... 이다 이거죠? 가이드북에 보기로는 이거 공격력을 상승시켜 준다고 들었어요. 스테이지 클리어 시에는 그다지 드랍하는 아이템이 아니다보니 구경할 일이 있을까 했는데. 에이신 선배가 구경을 시켜주네요!

매킨토시: 그렇구나. 나는 성능보다는 네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꺼내 봤어. 아직 9개나 있으니 먹고 나서 더 원하면 4개 챙겨 줄게.

/Vv히데vV는 동료에게 받은 붉은 과일을 한 입 깨문다. 분홍 즙이 그의 입을 타고 흘러내린다. 매킨토시는 과일의 맛을 떠올리며 분명히 Vv히데vV가 마음에 들어할 맛이라고 자신한다.

Vv히데vV: 으음?! 

매킨토시: 어때, 맛있지?

/이에 대한 반응을 듣기 전까지는.

Vv히데vV: 어떤 맛도 안 느껴지는데요?

매킨토시: 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매킨토시. 맛이 안 느껴질 수가 있다니? 분명히 맛이 "있"는데?

Vv히데vV: 원래 이런 열매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 버프를 주는 것밖에는 별 거 없거든요.

Vv히데vV: 그래도 가기 전에 이렇게 유용한 버프를 걸어주셔서 감사해요, 선배. 충분히 좋은 선물이 되었어요!

/Vv히데vV의 심드렁한 반응에, 매킨토시는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고는 자신의 것을 꺼내어 한 입 베어 문다. 맛있다. 분홍빛 육즙은 여전히 터져버릴 만큼 풍부하다. 시원달달한 맛이 여전히 그의 입 안을 즐겁게 한다. 신통하다. 어째서 그는 느낄 수 있지만 그의 동료는 이것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일까. 그것도 나보다 게임을 더 잘 알고 있는 이가. 매킨토시는 Vv히데vV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과일 맛을 볼 마음의 겨를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판단한다. 지금 스테이지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Vv히데vV: 자 이제, 우리는 스테이지 2를 쬐끔만 맛보도록 해볼까요.

매킨토시: ..."맛보기" 난이도였으면 좋겠는걸. 

/그게 아닌 걸 두 사람 모두 아주 잘 알고 있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 앞에 거울이 나타난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세계는 플로리아와 전혀 다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일단 전방이 잿빛이다. 식물과 땅의 비율을 플로리아에 비교하라고 하면, 플로리아는 10일 때 마그나 몬타나는 3이다. 매킨토시는 목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첫 번째 이유로는 식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살면서 마주칠까말까 한 화산 지형을 탐험하는 것에 대한 흥분 때문이다. 이 곳에는 어떤 열매와 생물체가 있을까? 이런 작은 던전에서 과연 나는 작은 생명들이 몬스터로 둔갑해버린 기원을 발견할 수 있을까. Vv히데vV와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일단 의식 속에 날려버린 채, 매킨토시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왼발로 거울을 돌려찬다. 거울이 무너지자마자 후끈한 공기가 두 사람의 얼굴에 강타한다.

매킨토시: 왁!

Vv히데vV: 와... 공기가 너무 텁텁한데요.

/Vv히데vV는 연신 기침을 하며 덥다는 듯 두툼한 글러브를 낀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더위에 취약한 Vv히데vV와 매킨토시에게는 신선함이 전무한 공기가 가장 강력한 공격처럼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구현을 잘 해놓을 일인가,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가장 황당한 순간이다. Vv히데vV는 "아 게임을 너무 사실적으로 만들어도 문제라니까!"라고 투덜거리며 서둘러 앞으로 나아간다. 보물을 찾기 전에 자신이 탈진해 쓰러질 것만 같아, 멀쩡히 서 있을 때 한 번에 클리어해 버리고 싶다. 반면 매킨토시는 입으로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는 와중에도 화산 지역의 경치를 만끽하고 있다. 저 앞에 구멍이 하나 있다. 분명 매 시간마다 연기든 용암이든 뿜겠군. 10초 정도 기다려 보니 정말로 구멍에서 뻐끔뻐끔 구름같은 연기가 나오더니 바로 힘찬 수증기가 뿜어져 올라온다. 흥미롭다.

매킨토시: 후후, 재미있군.

Vv히데vV: 아, 에이신 선배!! 우리 관광온 거 아니거든요!! 빨리 좀 따라ㅇ... 켁켁, 아 목 탄다~

Vv히데vV: 하여튼 빨리 좀 와요!!

매킨토시: 그래, 간다.

/거리가 저만치나 멀어진 Vv히데vV를 따라잡으러 정신없이 달리는 매킨토시. 그러나 트랩이 구석구석 알차게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인지 인지조차 안 한 것인지, 그대로 직진만 하다 솟구쳐 올라오는 마그마를 정통으로 맞고 만다.

매킨토시: 으윽!!

/비명을 제대로 들어버린 Vv히데vV는 곧바로 갈라진 목소리로 매킨토시에게 외친다.

Vv히데vV: 조심하세요, 선배! 아직 몹도 제대로 못 만났는데 그러면 큰일나요!

매킨토시: ...알겠다.

/매킨토시는 화살 광선을 오른손에 쥐고는 말루스 푸밀라의 오라를 전개하여 조금씩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회복량은 소량이나, 트랩에 감소해버린 체력을 치료하기에 별 지장은 없다. 이윽고 Vv히데vV를 따라잡은 매킨토시는, 마치 마그마가 흐르는 상태 그대로 굳은 듯한 형태의 세 개의 갈림길과 마주한다. 첫 번째 길에  세 번째 길에 상자가 있는데, 중간에 몬스터들이 위치해 있다. 이 몬스터들을 물리쳐야 갓 노우즈로 상자의 유무나 그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매킨토시: 지도는 일찍이 외워 두었으니 다행이군. 

매킨토시: 슈, 일단 세 번째 길에 함께 가자. 여기 서식하는 자들의 위력을 우리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 잘 못하면 약체 속성인 네가 큰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봐. 상자 앞에 있는 녀석들을 내가 여기까지 유인할 테니, 그 틈을 타서 네가 상자를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Vv히데vV는 듬직한 멤버의 아이디어를 따르기로 결정한다.

Vv히데vV: 좋아요! 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함께 세 번째 길로 진입한다. 레벨 12의 잿빛 뿔세타 두 마리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날카로운 버섯갓을 들이대기 시작한다.

매킨토시: 자, 나를 위해 춤을 춰 주어야겠어!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매킨토시가 적들을 길 바깥으로 꺼내는 동안, Vv히데vV는 재빨리 갓 노우즈를 눈을 덮을 정도로 내리고는 맵의 정보를 스캔하기 시작한다. 일단 상자의 존재가 확인된다! 그런데 조금 더 분석하고 보니 상자 안이 텅 비어있다... 꽝이었던 것이다. 

Vv히데vV: 이런! 역시 호락호락하지가 않구나...

/터덜터덜 밖으로 나와 보니, 매킨토시가 모든 길에 있던 몬스터들을 전부 모아다 "정화"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화" 행위 치고는 조금 과격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디테일이다. 활을 쏘고 바로 몬스터들 틈으로 바짝 돌진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세타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이다. 뭐, 단 한마리 몹에게도 총 여러 개로 일제 사격을 가하는 내가 할 생각은 아닌가, 하고 넘기는 Vv히데vV. 적들을 처리하고 나서 그를 향해 "어때?"라고 묻는 매킨토시에게, Vv히데vV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매킨토시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매킨토시: 저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군.

Vv히데vV: 찌찌뽕.

매킨토시: ?

/두 번째 배틀로 향하는 두 사람. 간헐천은 쉴 새없이 수증기를 뿜어대고, 마그마는 그들의 위아래에서 뜨겁게 튄다. 트랩을 피한다는 건 조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Vv히데vV 가 곧 마그마를 내뿜을 분화구를 피하려던 중, 레벨 13의 불의 정령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지팡이로 그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Vv히데vV: 으악?!

/녀석의 공격을 맞은 Vv히데vV는 저절로 뒷걸음질을 친 사이, 마그마는 그대로 분출하여 타격을 입고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화상" 상태가 되어버린 Vv히데vV는 갑자기 나타난 불의 정령을 향해 투덜대기 시작한다.

Vv히데vV: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저 녀석은!

/그래도 동료가 있어서 다행이다. 바로 뒤에서 화살을 닮은 얇은 광선이 그의 뺨을 스쳐 정령에게 꽂힌다. 

매킨토시: 슈! 괜찮아?

/뒤따라오던 매킨토시가 곧바로 달려와 Vv히데vV를 치유해 준다. 체력을 소량 회복시킨 Vv히데vV는 다시 벌떡 일어나서 보물 상자를 향해 나아간다. 또 다시 나타나는 세 갈래길. 이 길은 조금 특이한 게, 두 번째(그러니까 가운데) 길이 세 번째 배틀로 향하는 부분까지 이어져 있다. 즉, 하나의 길이 두 개의 배틀 맵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 되는데, 특이하게도 이 구역에는 몬스터가 배치되어있지 않다. 대신 일반적인 길보다 트랩이 훨씬 많이 설치되어 있다. 매킨토시만한 속도가 아니라면 모든 트랩을 피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북에서는 이 상자에 보물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Vv히데vV: ...오늘은 그냥 저는 전투에서 빠지고 보물이나 찾아 볼게요. 아무래도 그게 더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아요.

매킨토시: 알겠다. 잘 부탁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Vv히데vV가 보물 상자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기로 한다. 한 편.

매킨토시: 미안하지만, 잠시 아플 거다.

/나머지 길의 적들을 하나하나 정화시켜 나가고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테크닉과 스킬이 일방적인 폭력이 아님을 깨달으니, 움직임에 더욱 신중해지고 힘이 들어간다. 조금이나마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조금이나마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정없이 날아오는 불 마법을 가벼운 몸짓으로 피하고는 심림의 사자를 공략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용한 전투 방식을 테크닉으로 새로이 고안한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그 순수하고 뜨거운 주먹을 앞으로도 기억하고 싶다는 의식. 자신에게 쉴 새 없이 증오의 불길을 내뿜는 불의 정령을 향해 매킨토시는 용감하게 발을 뻗는다. 발차기의 반동에 높이 튀어오른 정령들의 몸부림을 항해 화살 광선으로 쏘아 중재시킨 뒤, 저번처럼 광선으로 자신의 왼주먹을 감싸 그들을 향해 날아오른다.

매킨토시: 너희들의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와라! 핫!!

/기합과 함께, 매킨토시는 주먹으로 그들을 눌러 낙하한다. 정령과 함께 내려꽂힌 왼주먹에 깃든 광선은 강한 스파클을 튀기며 그들과 함께 폭파한다. 매킨토시 주위는 강렬한 불똥과 빛기둥 무리로 점철되어 있다. 마지막 남아있던 정령을 빛으로 돌려보낼 때에야, 그의 뒤에 동료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그의 게임 숙련도 치고는 늦은 등장이다. 표정에는 게임을 할 때마다 돌던 생기란 어디에도 없다.

매킨토시: 무슨 일 있었나?

Vv히데vV: 그건 아니고요... 어쨌든 트랩에 맞기 싫어서 천천히 했는데 정말... 오래 걸리네요.

Vv히데vV: 심지어 게이머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길 정도예요.

/매킨토시는 Vv히데vV의 손을 본다. 빈 손이다. 불길하다.

Vv히데vV: ...없어요, 선배. 이번에는 아예 상자가 안 보였어요.

/매킨토시의 얼굴에 또 다시 생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매킨토시: ...그래도 아직 상자 하나가 더 남아 있으니까.

Vv히데vV: 에이신 선배의 낙관적인 관점이 마음에 들어요. 사실 저도 거기에는 보물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2-1의 마지막 배틀. 지난 배틀의 중간 길이 이어져 있어 가운데가 막혀있을 뿐인 커다란 통로이다. 트랩이 없다는 것이 이점이지만, 문제는 그 길의 샛길에 보물 상자가 있다는 것이다. 보물 상자를 열기 전에 몬스터를 전부 처리하면 게임이 끝나서 그 안에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다. 사실상 보물을 찾는 팀원과 몬스터를 처리하는 팀원의 콤비네이션이 요구되는 구간인 것이다. 보물 상자가 위지한 장소와 최종 전장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먼 데다 설사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려 해도 텁텁한 공기로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것 자체에 지장이 생긴다. 미라주 컴퍼스의 연락 기능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Vv히데vV: 계속 전화를 하고 있을 테니 제가 상자를 열었다고 말하는 대로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거예요!

매킨토시: 알겠다. 여기까지 온 노고를 헛되게 해선 안 되겠지.

Vv히데vV: 당연하죠! 저는 에이신 선배의 능력을 믿어요!

/매킨토시가 적당히 뿔세타와 불의 정령과 레벨 13의 용암 도마뱀이라는 마그마 생명체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 Vv히데vV는 샛길로 향한다. 길이 좁은 데다 공기가 특히 탁한 곳이라 영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 스테이지에 남아있는 상자는 하나밖에 없기에 여기에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매킨토시가 몬스터들을 견제하고 있다. 중간 정도 다다랐을 때 갓 노우즈를 착용한다. 일단 보석 상자. 있다. 이제는 보물이 있냐 없냐를 가려야 되는데. 삑. 삑. 삑. 어...!

Vv히데vV: 뭔가 있다!! 에이신 선배!! 뭔가 있대요!!

매킨토시: 정말?!

/두 사람 모두 목소리가 고조되다 못해 삑사리가 났음에도 서로 눈치를 못 챌 정도로 보물 상자에 시선이 쏠려 있다. Vv히데vV는 신나게 상자를 향해 다가가서는 두 손으로 커다란 상자 뚜껑을 연다.

Vv히데vV: ...어.

/"체력 회복 포션 (소)" 하나가 마치 보물인 마냥 덩그러니 그 커다란 공간을 채우고 있다. 타이밍 절묘하게도 매킨토시의 앞에 거울 기둥이 솟아 오른다. Vv히데vV는 머리를 싸맨다. 장난하나. 미라주 컴퍼스 너머로 들리는 매킨토시의 목소리는 다소 신경질적이다.

매킨토시: 슈, 네 갓 노우즈는 보물의 존재를 포착한다고 설명하지 않았나?

Vv히데vV: 그건 그런데, 아이템의 유무만 알려주지 완전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걸요... 그걸 진짜로 다 보여줬다면 게임이 게임다워지지 않으니까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 매킨토시가 거울 기둥에 기대어 "말이 안 된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Vv히데vV는 말 없이 기둥을 깨고는 게임 결과는 쳐다도 보지 않은 채 100엔 동전을 꺼낸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일 해야죠. 빨리 100엔 넣으세요.

/하지만 매킨토시에게 파밍이란 절대 일이 될 수 없다.

매킨토시: 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도전을 거듭하는 Vv히데vV와 매킨토시. 그래도 첫 번째 도전보다는 비교적 수월히 던전을 배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Vv히데vV가 계속 신경 쓰게 되는 것은 트랩의 존재. 특히 두 번째 배틀의 가운데 길. 모든 트랩을 전부 피할 타이밍을 좀체 잡을 수가 없다. 간헐천을 하나 피하면 그 다음의 마그마는 반드시 뒤집어 쓰게 되어 있다.

Vv히데vV: 이거 때문에 생각보다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좀 그렇다, 그쵸?

/그러나 그건 말 뿐이고, 정작 발언자는 매우 멀쩡하게 지면 위에 서 있다. 매킨토시는 피로감에 절여져있는 모습으로 거의 기어오다시피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는데.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정말 잘 못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오늘 먹었던 모든 걸 쏟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레슨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건데, 왜 그거는 괜찮고 이거는 두 번만 했는데도 질려버릴 것만 같을까. 게임은 참으로 어려운 활동이다. Vv히데vV, 아니 아마미네 슈가 확실히 대단한 인물임은 확실하다고 느낀다.

매킨토시: 하아... 하...... 윽......

매킨토시: 저번에도 생각했지만, 너는 어떻게 이런 반복적인 것을 하는데도 질리지 않는거지?

/피곤에 절여진 매킨토시의 목소리와는 달리 Vv히데vV의 그것은 아주 또랑또랑하다.

Vv히데vV: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게이머의 기본 소양이에요!

Vv히데vV: 『리플렉션 월드』와 장르가 같은 타 RPG 게임을 예로 들면, 초급 난이도 보스 6마리 클리어 총 18번, 중급 난이도 보스 6마리 클리어 총 12번, 상급 보스 6마리 클리어 총 12번, 그리고 특수 보스들도 각 속성마다 몇 마리씩 있으니까 그걸 2회씩 전부 돌고, 열려 있는 멀티는 웬만해선 다 돌아요. 또 특수 무기를 만드는 게임의 경우에는 그것 한정 던전도 하루에 10번씩 돌아야 제대로 하루 일과를 끝냈구나~ 하게 된다니까요. 그 외 각 속성별 일일 2번씩밖에 할 수 없는 재료 던전 다 돌고, 이벤트 던전도 돌고, 때로 길드 대항전 하면 그것도 하루종일 뛰고. 이런 것들을 매일 하지 못하면 뭐 다른 플레이어들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거죠. 『리플렉션 월드』 정도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요!!

/안 그래도 점점 높아지고 빨라지는 목소리만으로도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열려 있는"에서부터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판단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한 매킨토시는 자신의 작은 진심을 세상에 꺼내버리고 만다.

매킨토시: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어...!

매킨토시: 이번에 도자기가 나오지 않으면 철수다! 효율적으로 네 에너지를 사용해라, 슈! 

/Vv히데vV는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다섯 번째 스테이지 2-1의 문을 연다. 심호흠을 크게 한 그는 오른 주먹으로 거울을 깨고는 다시금 뜨거운 공기와 조우한다. 안전히 간헐천과 마그마를 거쳐 매킨토시의 에스코트를 거쳐 갓 노우즈의 검증을 거치는 Vv히데vV. 갓 노우즈는 앞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Vv히데vV: 일단 여기는 꽝!

/하지만 아마미네 슈, 아니 Vv히데vV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두 곳이 남아 있어. 이제 가장 힘든 두 번째 구간으로 향한다. 두 볼을 손바닥으로 때라며 두 번째 상자를 확인하려는 Vv히데vV의 어깨에 매킨토시가 커다란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매킨토시: 잠깐만, 슈. 가운데 길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 보자.

Vv히데vV: 좋아요, 선배. 한 번 봐 봐요. 트랩이 얼마나 악랄하게 배치되어 있는지.

/매킨토시는 자신 앞에 펼쳐진 트랩밭을 말없이 지켜본다. 정말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그저 뚫어져라 응시만 할 뿐이다. 때로는 "흠흠. 그렇군" 하고 낮게 중얼거리기도 한다. 한참을 보던 그는 갑자기 "훗"하고 짧게 웃는다. "에이신 선배?"하고 부르는 Vv히데vV의 목소리와 동시에, 매킨토시는 별안간 달릴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Vv히데vV: ...뭐하시게요?

매킨토시: 트랩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으니, 노래의 타이밍을 맞추다 보면 완벽히 피할 수 있다! 

매킨토시: 머릿 속으로 「We're the one」을 부르면서 가면 돼! 잘 따라와라, 슈!

/매킨토시는 힘차게 도약을 하고는 앞으로 거침없이 전진하기 시작한다. 또 나왔다, 안무 기술을 게임에다 쓰는 저 스텝! 정석적 게임 플레이어인 Vv히데vV에게는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다. 마치 왈츠를 추듯 간헐천을, 마그마를, 몬스터를 피하는 저 선배의 모습이 조금은 부끄럽다. 그러나,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매킨토시가 트랩들을 피해 다니는 날렵하고 매끄러운 움직임에 그의 입술은 노래 가사를 읊고 있다. We're the one, We're the one, 내게 맡겨... 정말로 트랩들의 움직이는 타이밍이 노래와 유사하다... Vv히데vV도 We're the one의 스텝에 맞추어 달리기 시작한다. 매킨토시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히 노래의 박자에 따라 움직이니 수월하게 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선배의 발상은 때로 기적적인 능력을 발휘한다니까.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매킨토시의 얼굴을 보며, '평소의 에이신 선배를 내가 이런 표정으로 보나' 생각하게 된다. '킹받네.'

매킨토시: 어때, 훨씬 편하지?

Vv히데vV: ...그러게요... 

/순식간에 모든 트랩을 전부 거친 Vv히데vV는 갓 노우즈를 착용하여 앞길을 분석한다. ...이번에도 상자가 없다? 분명 여기에서 보물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지 않았나? 이거 확률 조작 아니야? 하지만 이걸 머리 밖으로 꺼냈다간 동료가 저승 끝까지 갈 정도로 낙담을 할 것만 같다.

Vv히데vV: ...여기도 꽝!

Vv히데vV: 뭐, 이제 에이신 선배 덕분에 쉽게 올 수 있게 되었으니 다음엔 좀 수월하게 여기 올 수 있겠죠! 

매킨토시: ...가르쳐 주지 말걸 그랬나.

/미자믹 세 번째 구간. 허무함에 연속에 Vv히데vV도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다.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자신의 몸을 계속 움직이며 칼로리를 소비해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훨씬 빨리 지친다. 매킨토시의 말이 옳다,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꽝이면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좁은 지름길 중앙에 선다. 삑. 삑. 삑. 갓 노우즈가 조금씩 그의 앞에 놓인 길을 탐색한다. 보물 상자도, 보물도 전부 있다. 그러나 이 두 개가 모두 있다고 안심하다가는 보물의 정체를 육안으로 확인할 때의 실망이 훨씬 클 것 같단 생각에 냉정함을 유지하며 걷는다. 금빛으로 도색된 보물 상자 앞에 당도한다. 심호흡인지 한숨인지 알 수 없는 숨을 내뱉고는 뚜껑을 연다. 경첩이 열리는 요란한 음과 함께... 

Vv히데vV: 어?!?!?!

Vv히데vV: 드디어!!!

/작은 육각형 플라스틱 너머로 굵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야, 슈? 문제가 생겼나?"

Vv히데vV: 아뇨!!

Vv히데vV: 드디어!! 첫 번째 보물이에요, 에이신 선배!!

매킨토시: 정말?? 

매킨토시: ...장난 치면 큰일난다.

Vv히데vV: 에이, 제가 에이신 선배인 줄 알아요?! 어서 몹들이나 때리고 있어 봐요!!

/Vv히데vV는 뒷짐을 지고는 매킨토시가 리듬을 타며 트랩들을 피하듯 한껏 가벼운 걸음으로 최종 목적지로 향하며 거울 기둥에 기대고 있는 매킨토시와 눈을 마주한다. 장난기 어린 표정과 함께, Vv히데vV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그에게 붉은 보석이 박힌 그 보물을 보여준다. 매킨토시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의 얼굴이 되어 자세를 고쳐잡고 왼팔꿈치로 거울을 깨뜨린다.

매킨토시: 정말 해냈구나, 슈! 역시 너는 멋진 동료다!

Vv히데vV: 뭔 소리예요, 에이신 선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쉽게 못 얻었다고요!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오랜만에 얼굴에 즐거운 미소를 그리며 서로의 손을 부딪힌다. 짝 소리와 동시에, 두 사람의 미라주 컴퍼스가 무지개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LEVEL UP! 축하합니다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프로필에서 열람할 수 있는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아바타를 교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Vv히데vV는 또 하나의 즐거운 일에 가슴이 설렌다. 드디어 매킨토시는 자신의 아바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매킨토시는 "아바타 교체"라는 개념에 대한 의문이 좀 더 큰 듯하다.

매킨토시: 아바타를... 교체해?

Vv히데vV: 아, 아예 완전히 갈아치우는 게 아니라, 일종의 옷 갈아입히기 개념이에요. 각 캐릭터마다 고유한 아바타를 가지고 있고, 그 아바타가 곧 캐릭터의 모티프가 되어요. 

Vv히데vV: 레벨 10이 되면 그 모티프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를 얻거나 만들 수 있게 되고 직접 착용도 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프로필의 아바타 열람 기능과 동시에 열리는 거고요.

Vv히데vV: "재구성" 역시 그 기능이 필요한ㅡ

/갑작스럽게 나타난 『리플렉션 월드』 용어에 매킨토시의 눈은 원래 크기로 돌아오는 틈이 좀체 찾아오지 않는다.

매킨토시: "재구성"은 또 뭔가?

/그러나, 무심코 그 수상한 용어를 꺼낸 Vv히데vV는 자신의 동료가 이것을 인지하자마자 설명을 뚝 끊어버린다.

Vv히데vV: 에? 아, 그런 게 있어요. 에이신 선배에게는 그 개념도 아직 와닿지 않을 것 같으니, 나중에 설명할 수 있을 때 설명할게요!

매킨토시: ? 그래, 알겠다. 이제 사진 찍고 슬슬 돌아가도록 하자. 내 아바타의 모티프가 무엇인지 어서 확인해보고 싶거든.

Vv히데vV: 네, 선배!

/매킨토시가 미라주 컴퍼스를 세팅하는 동안 Vv히데vV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Vv히데vV: ......지금 선배의 성장 속도를 보면 그걸 설명하려면 2년은 기본으로 기다려 드려야 할 것 같지만요.


"슈의 아바타는 '천재 기공사.' 이건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지."

"...리액션이 그게 뭐예요, 그러는 에이신 선배의 아바타는 뭔데요."

아케이드 게임기 앞에서 두 명의 훤칠한 남고생 두 명이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모여 작은 액정 게임기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을, 이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행인들이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에이신은 분홍빛 도는 투명한 미라주 컴퍼스 액정을 이리저리 만진다.

"오... 아?"

"왜 그러세요, 선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에이신이 자신의 기기를 슈에게 건넨다.

"이... 이걸 봐라..."

"...에??"

매킨토시의 아바타는 "축복받은 이." 설명이 이것이 전부이다. 어떻게 어떤 축복을 받은 건지 알 수 없이, 그냥 "축복받은 이"인 것이다.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이 글귀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이신을 뒤로 하고, 슈는 그대로 흥미를 잃고 자리에 일어나서는 미라주 컴퍼스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크게 하품을 한다.

"에이, 뭐야. 결국 아주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네요. 그래서 그 쫄쫄이가 무슨 의미냐고! 재미없어~!"

기지개를 펴던 와중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수신음이 들은 슈는 잠시 휴대전화를 켜서 SNS를 확인한다. 며칠 전에 올린 C.FIRST의 사진이 아직도 많은 좋아요를 얻고 있다. 훗, 아직 멀었어.  내 배터리가 닳아버릴 정도로, 이 수신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계속 울려 줘. 그 와중에.

"'축복받은 이'라니... 매킨토시는 어떤 의미로 축복을 받은 것일까... 그리고 당시에 나는... 왜 이 "축복"을 선택해버린 걸까. ...험난한 모험이 될 것 같군..."

에이신은 멍하니 『리플렉션 월드』 게임기의 화면을 바라본다. 크고 길쭉한 배경 안에서 플로리아 마을과 마그나 몬타나의 전경. 그리고 한 번도 발디딘 적이 없는 여러 지역들의 모습이 천천히 지나간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어!!"

감탄사가 얼마나 우렁찬지, 잠시 SNS를 하고 있던 슈가 비명을 지를 만큼 놀랄 정도다.

"으악!! 갑자기 뭐예요, 선배?!"

"여기 밑에, 슈, 이걸 봐라!"

슈는 에이신이 흥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침착하게 그 기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붉은 색의 작은 직사각형을 본다.

"「열매 따기」 업데이트...?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 된 시스템인가 보네요."

"신 시스템이란 말인가?? 이건 뭘 하는거지??"

지금까지의 에이신의 텐션 중에서 지금이 가장 높다. '만일 이 선배가 육성 게임 공략 캐릭터였다면 분명히 이 때 친밀도가 대폭 상승했을 거다'라고 상상하며, 슈는 섬네일을 터치한 후 그 게시물에 쓰여있는 정보를 빠르게 훑어 본다.

"『리플렉션 월드』 첫 미니게임이에요. 정말 말 그대로 과일을 따는 거네요. 제한 시간동안 과일을 많이 따면 딸 수록 게임 재화인 골드를 얻을 수 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거 말고. 우리가 딴 과일을 우리가 가질 수 있냐는 거지."

"아... 그게 궁금한 거예요? 어디 보자... 아 가져갈 수 있대요! ... 어!!"

이번에는 슈가 소리를 지른다. 새로운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마음 속에 가득 따놓은 에이신 귓가 가까이에.

"윽!! 갑자기 뭐냐!"

"여기요, 이걸 봐요, 선배!!"

이번에는 슈 쪽이 다급하게 화면을 향해 손가락으로 지시한다. "칭호: 태초의 FRUIT HUNTER"라고 쓰여있다.

"'칭호...?'"

"네!! 이거는 닉네임 앞에 붙는 건데, 이게 또 칭호마다 부여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이건 능력치가 문제가 아니라 저 칭호가 한정인 게 중요하다고요!! 무엇보다도 이건 한정 칭호라서 기간 내에 저 미니게임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저걸 얻을 수 없어요!!"

'역시 게이머들은 다르구나, 작은 것도 하나하나 전부 모아야 게임을 했다는 기분이 든다니' 생각하고 있던 에이신의 두 손을 꼭 잡은 슈가 눈을 반짝거린다.

"에이신 선배 아니었으면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열쇠가 사라질 뻔했네요! 정말 감사해요, 선배!! 그럼 다음엔 「열매 따기」 하기에요!! 최고다!!"

슈는 에이신이 "어이, 너무 빨리 달리지 마!!"라고 큰 소리로 잔소리 하는 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 어둠이 완전히 드리워진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각자 전혀 다른 미래에 대한 설렘을 끌어안은 채.

슈는 미니게임 한정 칭호를 얻어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칭호를 모을거라는 자부심을 "최고의 게이머가 된다"는 목표와 함께 머릿 속을 꽉꽉 채워 나가고,

에이신은 다양한 열매를 많이 얻겠다는 포부와 자신이 부여해버린 "축복받은 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를 찾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날 다짐을 왼쪽 가슴에 새긴다.

서로 완전히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이 두 『리플렉션 월드』 플레이어들의 앞날은 슈가 달리는 길만큼이나 불확실하고 멀어 보인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10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2-1

매킨토시

-레벨: 10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2-1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