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5. 아이템을 파밍하고 강화하자! ②
2023. 07. 15에 작성
/스테이지로 향하던 중, 매킨토시는 문득 『리플렉션 월드』에 들어오기 전 Vv히데vV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매킨토시: 그러고보니 슈 네가 "많은 걸 해 보고싶다"고 했다. 첫 번째는 이벤트로 받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 두 번째는 장비를 강화하는 것이었지. 다른 게 더 있나?
Vv히데vV: 일단 플로리아의 스테이지... 어디였죠?
매킨토시: 가이어스 숲 말하는 거니?
Vv히데vV: 아, 맞아요! 가이어스 숲이 원래 약한 몬스터들만 있는데다 사실상 튜토리얼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 난이도와 스테이지라서,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클리어만 하고 넘어가게 마련이거든요. 에이신 선배도 제가 없었다면 분명 그랬을 걸요? 하지만, 이 스테이지에 관해서 다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어요.
/Vv히데vV는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고서는 매킨토시에게 어떤 이미지를 보여준다. 분홍빛 꽃을 연상시키는 큰 보석과 초록색 진주를 엮어 만든 줄이 아름답게 빛나는 목걸이이다. 매킨토시는 턱을 오른손에 괸다. "이게 중요한 거라고?"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Vv히데vV가 읽은 듯 말을 잇는다.
Vv히데vV: 이거 완전 중요해요. 어느 마을이나 챕터의 마지막 던전에 최종보스가 있는데, 가이어스 숲에 나오는 보스가 엄청엄청 레어한 확률로 이 목걸이를 드랍하거든요? 근데 이거, 스탯이 엄청나게 높아서 엔드 컨텐츠에서까지 쓸 수 있는 엄청난 녀석이라고요!! 최대 체력도 올려주는 유일한 액세서리이기 때문에 이걸 반드시 얻어야만 해요!!!
/매킨토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스탯이 뭐가 어떻게 높고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Vv히데vV가 게임에 대해서 훨씬 잘 아니까 이 아이템을 몹시 갖고 싶어 하는 거겠지.
매킨토시: 우리가 플레이하는 시간동안 네가 그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군.
/선배의 격려에 Vv히데vV는 예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응답한다.
Vv히데vV: 당연하죠!!
Vv히데vV: 저는 “『리플렉션 월드』 여행자 든든 장비 세트”를 손에 넣은 행운의 남자니까요!!
/알쏭달쏭함과 상냥함을 동시에 얼굴에 띄우며 후배를 격려하는 매킨토시. 그는 이 때 까지만 해도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모르는 상태였다. 각설. 미라주 컴퍼스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킨토시의 다리는 점점 무거워진다. 던전에 가까워질수록, 세타와 네펜데스를 비롯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려야 하는 상황에 다가갈수록 방금 전에 마을 주민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그의 귓가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맴돈다.
매킨토시: 으...
Vv히데vV: 무슨 일이에요, 에이신 선배?
매킨토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말이지.
매킨토시: 마을 주민들이 말했다, 이 숲의 생물들은 원래 공격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이 숲에서 인간과 자연은 공존해 왔다고.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간을 공격하고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마을 주민들이나 나나 자연이 인간을 배신할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분명히 "무언가"가 있어... "무언가..."
/Vv히데vV는 일순간 고민에 빠진 매킨토시를 보며 약간의 쌉쌀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Vv히데vV: ...언제나 생각하는데, 선배는 생각보다 꽤 감성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매킨토시: ...내가?
Vv히데vV: 제가 전투와 캐릭터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에이신 선배는 자신의 캐릭터를 해석하고 이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해 나가고 있었죠. 웬만한 게임 플레이어라면 패스했을 메인 스토리도 신중하게 파악하고, 심지어 게임 인터페이스에서나 가이드북에서조차 표기되지 않은 스테이지의 이름도 알아냈어요. 제가 "게임" 속에서 강해지기 위해 계산을 하고 정해진 방식대로 전투방식을 입력하던 사이, 선배는 "작품"의 흐름을 느끼고 사고해 나간 거예요.
/매킨토시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와중, Vv히데vV는 한 박자 쉰 후에 말을 잇는다.
Vv히데vV: 처음에는 에이신 선배가 『리플렉션 월드』에 대한 몰이해 상태로 플레이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스탯을 찍었지? 왜 그러면서도 계속 이 캐릭터를 사용하지? 왜 하라는 기술 연마는 하지 않고 실험만 할까" 라면서. 뭐 물론 지금도 답답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방금 전에 선배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을 때, 그리고 지금처럼 몬스터들의 뒷사정을 이야기할 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선배는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나름 게임을 즐기고 있었구나, 선배의 방식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구나, 를요. ...너무 게이머의 시점으로만 선배를 본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네요, 하하.
/갑작스러운 후배의 고백과 자신에 대한 분석에 매킨토시는 어안이 벙벙하나, 이내 예의 냉정함을 그의 앞에 보이기 위해 표정을 지운다.
매킨토시: 다소 재미있는 분석이구나. 정작 나는 스스로가 그렇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거든.
Vv히데vV : 그래서 감성적이라는 거예요. 자기 감정에 이끌리고 사색에 잠기다 보니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거죠. 오늘 저와 만났을 때도 제 말 못 들었잖아요?
Vv히데vV: 선배는 확실히 뭔가 달라요. ...완전히 선배를 이해하진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그래서 감성적이라는 거예요. 선배는 확실히 뭔가 달라요. 내가... 그런 인간이었던가. 매킨토시는 고뇌한다. 자신에게 감성이란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을 텐데도. 또 다시 의식하지도 못한 때에 놀이라는 핑계를 대며 자기 멋대로 뭔가를 해버린 듯하다. 역시 나는 바보구나. 살짝 골이 아픈 듯 이마를 쓰다듬는 매킨토시이지만, 왜인지 그는 이런 스스로가 아주 싫지만은 않다. 슈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처음에 『리플렉션 월드』를 하자고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게임기로 향했던 때보다 더욱 의욕이 생기는 듯하다. 신기하다. Vv히데vV는 매킨토시가 또 다시 생각의 미로에 빠진 사실을 모른 듯하다.
Vv히데vV: 뭐, 저와는 다른 동기를 가지면 좋죠. 오히려 선배가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성장하면 저는 그런 선배의 힘을 언제든 빌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Vv히데vV: 오늘은 저를 계속 따라와야 해요!!
/(본인 기준으로) 별안간 Vv히데vV에게 팔목이 잡힌 매킨토시가 비명을 채 지르지도 못한 채 고속으로 1-3 스테이지에 향한다. 거울을 깨뜨리니 언제나처럼 그들의 앞에는 세타와 네펜데스 무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개체수가 5마리나 된다. 세타 두 마리, 네펜데스 세 마리. ..."송이'"라고 세는 것이 맞나? 모르겠다. 매킨토시는 스테이지가 시작되자마자 자신의 앞에서 곧바로 예의 스킬을 발동하려는 듯 포즈를 잡는 Vv히데vV를 보게 된다.
매킨토시: ..! 슈, 그 녀석들은ㅡ
Vv히데vV: 올림피아!
/매킨토시의 절박함은 하나도 안 들리는 Vv히데vV 주위로 회오리 바람이 일더니 6개의 기체가 바람을 타고 나타난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이 하찮은 스테이지를 빨리 넘겨버리겠다는 일념 뿐이다. 눈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총탄 난사에, 매킨토시는 그저 찡그린 눈을 가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오른손에 화살 광선을 들면서도, 세타와 네펜데스가 Vv히데vV의 공격에 순식간에 빛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자니 절로 손을 내리게 된다. v히데vV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한껏 고양된 천진난만한 미소로 매킨토시를 향해 돌아볼 뿐이다.
Vv히데vV: 와, 리플렉션 월드 여행자 든든 건 진짜 짱이잖냐!! 잡몹들이 속성 불문하고 순식간에 녹네!!!
Vv히데vV: 봐요, 익숙한 녀석들이죠? 마지막 스테이지만 빼면 1-3과 1-4는 빨리빨리 해치울 수 있으니까 빨리 가요!!
매킨토시: ...............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매킨토시는 개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저 자신의 후배의 뒤를 따를 뿐이다. Vv히데vV는 거듭해서 지난번에 익혔던 테크닉과 스킬로 화려하게 자신의 길을 막는 적들을 제압해 나간다. 다수의 세타와 네펜데스들이 총탄 몇 발로 산화된다.
Vv히데vV: 하~ 역시 나의 첫 번째 스킬 정말 효율적이야! 봐요, 아무리 몬스터의 수가 늘어도 순식간에 녹잖아요!! 아, 물론 이건 "『리플렉션 월드』 여행자 든든 건"의 역할도 크지만요... 하여튼! 빨리 돌파해 나가요!
/다음 구역에서는 네펜데스만 다섯 마리? 송이? 가 등장한다. Vv히데vV는 선두에 서서 그들 사이에 뛰어들어서는 원형으로 패널들을 배치한 후 화려하게 총탄을 발사한다.
Vv히데vV: 미안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바빠서 말이야!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상황을 관전만 하며 동료만 혼자 고생시키지는 않는 것이 원래의 자신의 사명임을 매킨토시는 마지막 배틀에 도달해서야 깨닫는다. 그러니 나는 이제 말루스 푸밀라로— 그러나 오른손으로 작은 활을 더듬는 순간 "내가 옳다"는 일념으로 무고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부정한 짓을 일삼는 학생들을 처단하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지금의 자신과 오버랩된다. 자신이야 말로 스스로의 정의에 어긋난 행위를 하면서도 그 어긋남을 고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단 이유로 주먹질을 하던 과거를 그는 겨우 떨쳐냈다. "타인을 위해 힘을 쓰겠다"는 결단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겨우 떨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 인간을 공격하는 저 생명체들에게 "사정"을 불문하고 활을 겨누려 한다. 오락이라는 명목으로 과거의 틀린 행위를 반복하려 한다. 자신의 동료가 고뇌의 폭풍에 휘말리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Vv히데vV는 그가 그저 컨디션이 안 좋은 걸로만 인식한다.
Vv히데vV: ...무슨 일이에요, 선배? 몸 안 좋아요?
매킨토시: ...그건 아니다... 아닌데...
Vv히데vV: 하긴, 에이신 선배가 몸이 안 좋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0에 수렴하긴 하죠.
Vv히데vV: 마을 주민들에게 들었다는 그 썰 때문이에요?
매킨토시: ......................
Vv히데vV: 뭐 상관없지 않을까요? 여기는 그래 봤자 게임 세계이고, 그 NPC들도 프로그래밍 된 가상의 캐릭터에 불구하니까요.
/애석하게도 그의 동료는 훨씬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Vv히데vV의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매킨토시는 그저 게임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허구의 세계에 접근한 것 뿐이다. 거짓된 초현실로 꾸며진 공포의 집에 들어온 관객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본인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Vv히데vV: —그러니까, 빨리 이 스테이지 마지막 관문까지 힘내라고요! 뭐, 힘들면 그냥 제게 다 맡기고 따라오시기나 해요! 버스 정도는 태워 드리니까요! 아직 갈 길 멀다고 했죠?!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뒤로 가서 그의 등을 마구 밀며 전진한다. 말 그대로 그에게 떠밀려 선두에 서는 매킨토시는 들리지 않는 신음을 내뱉으며 조금을 흐릿해진 눈동자로 전방을 응시한다. 붉은 갓을 쓴, 일반 세타보다 큰 녀석들이 선두에 서 있다. 레벨 6의 화속성 붉은 세타 다섯 마리가 유저들을 향해 매섭게 "날아오기" 시작한다. "뭐, 일반적인 버섯들이겠지"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던 Vv히데vV도 외마디 비명을 지를 정도로 빠르게 몸을 날린다.
Vv히데vV: 우왓, 세타들은 원래 이렇게 사나운 녀석들이냐고~!
/그러나 매킨토시는 Vv히데vV가 붉은 세타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지 않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이다. 아프다. 하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버섯들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다. 이들을 설득할 방법, 거짓된 증오를 잠재울 방법, 다시 원래의 자연적인 상태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건가... 난 너희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유를 알고 싶어, 그러니... 부디... 너희를 향한—
매킨토시: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주저하는 듯 강건한 목소리가 어수선하게 필드에서 움직이던 세타들과 Vv히데vV 양측 모두에게 위엄있게 들린다. 그의 뒤에 있는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목덜미가 붉게 빛나는 것을 확인한다. 자신의 왼쪽 팔에 있는 것과 모양은 다른 문신이 그 곳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이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빛이 난다. 그 말은...
매킨토시: 그리고, 나의 눈을 봐라!!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그 순간, 에메랄드에서 루비 빛이 된 매킨토시의 눈에서 하트 모양의 붉은 빛이 번쩍 일어나더니 여러 개의 작은 광선으로 분산되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간다. 이 광선을 맞은 세타와 네펜데스 무리의 몸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두 눈에 매킨토시의 눈에서 나온 하트 문양이 나타난다. 공격적이었던 이들은 붉은 광선을 맞자마자 일제히 모든 행동을 멈추고 빛의 주인을 향해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매킨토시는 이 상황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 역시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Vv히데vV 역시 멍하니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바로 상황 판단을 완료한 후 환호에 물든 감탄을 뱉는다.
Vv히데vV: 와! 눈에서 빔!!
매킨토시: 눈에서... 빔...?
Vv히데vV: 네! 방금 에이신 선배 눈에서 하트 빔이 나와서 쟤네에게 "약화 효과- 매료"를 걸었어요! 선배 드디어 스킬 하나를 배웠다고요!!
매킨토시: 약화 효과...? 매료...?
/스킬을 배운 건 매킨토시인데, 정작 즐거워하는 건 Vv히데vV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왜 그토록 좋아하고 있는지 알 법하긴 하다만...
Vv히데vV: 약화 효과는 적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거예요. 원래 전문 용어로는 "디버프"라고 하는데요. 하여튼, 에이신 선배가 발동한 스킬에는 "몬스터를 자신에게 빠지게 해서 어떤 행동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꽤 강력한 스킬이에요! 와, 드디어 에이신 선배가 쓸만한 뭔가를 만들다니!! "성장'했네요!! 이거 정말 제아무리 "인도자" 컨셉이라도 배우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걸 첫 번째 스킬로 터득하다니! 역시 C.FIRST의 멤버라니까!!
/이것이 정말 "성장"이 맞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매킨토시의 뇌에서 빠져나가지 않지만, 동료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 이지 않다. 자신을 바라보던 이들이 이내 그의 동료의 푸른 총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타와 네펜데스들이 자신때문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매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히 이들에게 대미지도 주었다. 저지와 소통의 기회를 폭력으로 날렸다. 몇 년 전의 그 때와 똑같다. 매킨토시는 어느 쪽에 서 봤자 "동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 아니면 "멋대로 정의의 철퇴를 휘두르는 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찔함을 겨우 숨기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매킨토시: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
Vv히데vV: 당연히 "심림의 목걸이"를 얻기 전까지요! 그리고 이제 우리 스테이지 겨우 하나 끝냈어요!!
/방금 보여줬던 그 목걸이 이야기를 하는 건가... 그것을 얻기 전까지는 이 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소리다. 그 목걸이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죄악감을 느끼며 Vv히데vV와 숲의 생명체들과 마을 주민들 모두의 염원을 저버려야 한다. 더더욱 아찔하다. 매킨토시의 심정을 알 리 없는 Vv히데vV는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여 동전 투입구처럼 생긴 창을 하나 띄우고서는 주머니에서 100엔을 꺼내어 그 안에 넣는다. 생긴 것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창은 -COMPLETED-라는 문구를 띄운 후 사라진다.
Vv히데vV: 선배도 빨리 충전하세요!!
/"...그래"라고 대꾸하며, 매킨토시 치고는 무기력한 손짓으로 Vv히데vV를 따라 행동력을 충전한다. 짤그랑 소리를 기다리고 있던 Vv히데vV는 재빨리 "스테이지 1-4"를 선택한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Vv히데vV는 방금 전의 전투 개시때처럼 똑같은 포즈로 "올림피아"를 발동하고서는 앞에 있는 네펜데스 무리를 마구잡이로 사냥한다. 마치 그들이 그곳에 있으면 안 되었다는 듯이... ................ 그 광경은 순식간에 반복되고 반복되어 영원히 루프될 것만 같다. Vv히데vV가 아니었다면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와 마주했다는 것도 몰랐을 터이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저 항아리 슬라임들에게 스킬 좀 써 주세요! 저 녀석들이 스킬을 쓰면 좀 번거로워져요!!
/마침 수속성의 항아리 슬라임들이 자신이 뒤집어쓰고 있던 푸른 빛 항아리를 던지려던 참이다. 매킨토시는 두 눈에 자신의 심정을 담아낸다. 물론 어떠한 의도 없이 Vv히데vV에게 이끌려 이런 행위를 하고 있지만, 적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존재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는 진심이다.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그의 눈에서 방출되는 붉은 광선으로 하여금 몬스터들은 어떠한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시전자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전자는 이들이 자신을 보는 사이 동료가 그들을 가벼이 빛 기둥으로 만드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적들에게 마음이 닿을 틈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매킨토시는 깨닫는다, 나는 슈의 방식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구나. 공격 하나하나에 감정을 배제하기가 나에겐 왜 쉽지 않은가. 왜 나는 멋대로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동료와 게임을 하는 게 목적이었잖은가. 무엇이 잘못된걸까... 이대로 괜찮은건가... 그의 후배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매킨토시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또 다시 동전을 넣으려 한다.
Vv히데vV: 힘들죠, 선배? 그럼 "심림의 목걸이"가 1트에 나와주길 기도해줘요!
매킨토시: ...열렬히 기도해 주지.
/Vv히데vV를 따라 100엔을 충전한 매킨토시는, 조금이나마 명치의 답답함을 걷어내고 싶은 마음에 자신 앞에 나타난 거울을 발로 차서 깨뜨린다. 그러나 뒤이어 번쩍이는 Vv히데vV의 푸른 총탄은 다시금 그에게 사유의 고통을 선사한다. 차라리 그가 자신의 고뇌를 눈치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이 현재 발을 디디고 있는 장소의 분위기가 지금까지의 모습과 사뭇 다름을 감지한다. 밝은 초록빛을 띠던 나뭇잎들은 음울한 초록빛으로 바뀌고, 축축한 땅은 숲 속 으슥한 곳으로 당도하는 이들의 발을 붙잡을 듯하다. 발걸음이 무거워진 매킨토시이지만, 씩씩하게 가벼운 걸음으로 전진을 재촉하는 그의 동료에게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Vv히데vV의 완벽한 지휘로 이들을 막아서던 항아리 슬라임들을 물리치고, 음산하게 우거진 검푸른 수풀을 헤치며 다시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가니,
Vv히데vV: 와...
/이들 앞에 거대한 꽃이 나타난다. 저것이 바로 플로리아의 최종보스. 레벨 10, 풍속성의 거대한 분홍 꽃. 인간과 눈을 마주하는 잠자리의 시선이 대충 이러하겠지 하는 과장된 생각이 스칠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크다. 데자뷰가 느껴진다 했는데, 던전에 돌입하기 전에 Vv히데vV가 보여주었던 목걸이의 모양과 닮았다. 이 식물을 모티프로 만든 거구나. 그러나 식물 치고는 이름이 특이하다.
매킨토시: "심림의 사자...?"
Vv히데vV: 이름이 저렇다 뿐이지, 사실 그냥 가이어스 숲에서 서식하는 거대한 꽃의 일종이에요. 가이드 북에는 그런 정보 외의 상세한 정보는 보여주지 않고 수치적 스테이터스만 보여줬지만, 에이신 선배가 들려준 썰을 생각해 보면, 저 녀석들도 원래는 우리 인간을 공격할 녀석들은 아닐 것처럼 보이네요.
매킨토시: ...........................당연하겠지...
/Vv히데vV와 매킨토시가 예상한 대로다. 심림의 사자는 맹수가 겅계를 하는 듯한 긁는 목소리로 "이 곳에서 나가!"라는 투의 격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매킨토시는 생각한다. 저 꽃에게 질문을 하면 응답해 줄까. 본인들이 인간을 증오하게 된 경위를 우리에게 털어 놔 줄까. 그러나 그걸 위해서는 폭력이 필수불가결이다. 오히려 그들이 인간을 더더욱 싫어하지 않도록 비는 것이 차라리 더 쉬울 듯하다. 거대한 꽃은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나뭇잎을 날리기 시작한다. 세타들의 공격보다 더 예리하고 빠르게 그들의 빈틈을 파고든다. 뿌리가 땅에 박혀 있는 고정형 몬스터로 분류된 탓에 방사형 공격에 특화되었겠지. 이 식물은 꽃잎을 세차게 돌리며 마치 비명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품은 바람을 일으킨다. 소리에 민감한 Vv히데vV는 귀를 막으며 심림의 사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질주한다.
Vv히데vV: 아, 시끄러. 선배, "발르 미장센" 아직 이 스테이지에서 쓴 적 없지 않아요? 발동해 주세요!
/그러나 그의 동료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나뭇잎들의 맹렬한 칼부림으로부터 벗어나느라 다리를 바삐 움직이고 있다.
매킨토시: 그러면 좋겠지만, 이 기술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나의 염원을 담아내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Vv히데vV: 그런! ...뭐, "매료" 기술 자체가 정신계 디버프니까요... 그렇다면—
Vv히데vV: —이제부터 "갓 노우즈"를 개시할 차례네요!!
/Vv히데vV는 드디어 거의 장식처럼 머리 위에 놓여있던 고글을 용도에 맞게 눈 위에 장착한다. Vv히데vV의 푸른 눈동자를 가리자마자 안테나에서 푸른 빛이 일어난다. 저 이가 뭘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조금은 요란하게 "삐... 삐..." 소리를 내는 갓 노우즈를 쓴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Vv히데vV가 공격을 받지 않도록 매킨토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을 굴려 분홍 꽃의 나뭇잎을 화살 광선으로 쏘아 불태운다. 허공을 날아오르는 나뭇잎의 수가 점점 적어지고, 바람의 소음과 꽃잎의 회전은 점점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매킨토시는 이 때가 바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
매킨토시: 발르— 미장.......
/그러나 꽃잎의 회전이 부자연스럽게 탁 하고 멈춘 직후 이윽고 날아오는 넝쿨 공격에 매킨토시는 다시 냅다 달리기를 재개한다. 제발 공격을 그만하라고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매킨토시이다. 그만 해, 난 너를 해치고 싶지 않아. 너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그는 이미 숲의 생명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선사했다. 방금 전에도 공격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는가. 이 분노를 어떻게 잠재워야 하는 걸까. 매킨토시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런데 이 때.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정신없이 고뇌와 회피를 반복하고 있던 매킨토시를 Vv히데vV가 부른다. 여전히 고글로 눈을 가린 채로, 그는 자신의 선배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매킨토시: 무슨 일이지?
Vv히데vV: 녀석의 약점을 찾았어요!!!
/지금까지 계속 고글로 저 꽃을 관찰했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갓 노우즈"라고 이름 붙여진 고글은 적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듯하다. 한껏 의기양양한 미소를 씩 지어 보이며 저만치에서 거대 꽃의 움직임을 피하고 있는 매킨토시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Vv히데vV: 이 꽃의 중심가에 붉은색 보석이 있거든요?! 그게 "코어"인 듯한데 거기를 때리면 뭐가 어떻게 될 거예요!! 기동력이 좋은 선배가 코어를 건드려 줄 수 있어요?
/"뭐가 어떻게 된다"고.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매킨토시는 덩굴을 계단처럼 타고 올라가는 기지를 발휘하여 이내 분홍 꽃을 향해 하늘 높이 뛰어오른다. 꽃의 중앙에 정말로 잔인하게 반짝이는 빨간 보석이 보인다. 꽃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빛을 뿜는 코어를 응시하며, 매킨토시는 활이 장착되어 있는 자신의 왼쪽 주먹에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낸다. 제발 그 노여움을 거두어 주길 바라. 매킨토시의 왼쪽 가슴으로부터 말루스 푸밀라까지 붉은 빛이 전달된다. 화살 광선이 다른 방법으로 장착이 된 듯하다. 매킨토시는 그대로 왼쪽 주먹을 내지른 채로 수직 낙하한다. 제발 우리에게 진실을 얘기해 주길 바라. 한 줄기 붉은 빛이 된 매킨토시의 왼손이 심림의 사자의 코어에 닿는 순간, 꽃잎이 몇 초간 경직되더니 바깥쪽으로 축 늘어진다. Vv히데vV가 공격을 하기 쉽도록 코어가 완전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Vv히데vV: 역시 에이신 선배!! 고마워요!!
Vv히데vV: 그럼 이제 화력의 Vv히데vV가 나설 차례네요!! 올림피아!!
/보통 최종보스를 쓰러뜨리면 스토리가 흘러나오게 마련이다. 왜 이 보스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혹은 어쩌다가 이렇게 악의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 매킨토시는 Vv히데vV가 꽃을 쓰러뜨리면 그런 것이 나올 줄만 알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기분 나쁜 빛을 뿜는 코어가 깨지는 연출로 스테이지는 끝났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감정에 다리에 힘이 빠진 매킨토시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심림의 사자의 공격을 피하느라 누적된 신체적 피곤함보다는 당연히 정신적인 대미지의 여파가 월등하게 크다. 지금까지 어떤 곤란 속에서도 맥없이 주저앉아 보는 건 처음인데. 스스로가 조금 신기할 정도이다. 반면 기대감이 가득 찬 얼굴을 한 Vv히데vV는 자신에게 떨어진 금색 보물 상자를 활짝 열어본다.
Vv히데vV: ...아.
/그러나 원하는 것이 들어있지 않았는지 현재의 매킨토시와 닮은 표정을 짓는다.
Vv히데vV: 그냥 일반 잡무기가 나온 정도네요. 이제부터 계속 뺑뺑이 돌아요!
/매킨토시의 입에서 인간의 말 대신 짐승의 신음소리가 난다. 스스로가 인지할 정도로 큰 신음소리다. Vv히데vV는 다급한 마음에 그의 어깨를 흔들면서 재촉한다.
Vv히데vV: 아이 제발요~!! 우리 이정도면 빨리 클리어한 거라고요! 이 페이스대로 계속 달리면 "심림의 목걸이"도 빨리 나올 수 있을 거라고요~ 빨리요, 에이신 선배~!
/매킨토시는 무언으로 자리에 일어나 동료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기 위한 금액을 지불한다.
Vv히데vV: ...아, 아냐.
Vv히데vV: 또 드랍되지 않았어.
Vv히데vV: 와, 이거 진짜 미칠듯이 드랍이 안 되네! 이러다가 여기에 갇혀 살겠는데?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이제 진짜 한 번만요!
/이 구역만 도대체 몇 번을 돌았을까. 언제까지 수많은 세타와 네펜데스와 항아리 슬라임들을 해치워야 하는가. 언제까지 심림의 사자가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해야 하는가. 몇 번을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가이어스 숲의 존재들이 인간을 배제하려 하기 시작한 이유를 파악할 수 없다. 빨간 보석과 수없이 마주하지만, 아무리 그것에 직접적인 뜻을 주입해도 그것은 진실을 폭로하지 않는다. 숲이 이지경이 된 단서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정의를 되돌리기 위한 힘은 일방적인 폭력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매킨토시는 어떤 수도 쓰지 못한 채 끊임없는 행위 반복과 죄악감으로 울렁거리는 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뒤를 돌아보...는데........
매킨토시: 억! 아니...?!
/무엇을 본 건지 순간 눈이 커지면서 얼굴이 시퍼래진다. 그러고는 다급한 손짓으로 Vv히데vV의 행동을 막아보려 애쓴다.
매킨토시: 이, 이봐, 슈, 이제 그만 해라! 이제 나가자!!
Vv히데vV: 잠깐만요, 선배. 아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잖아요!
/어떠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완료된 매킨토시와는 달리, 태평 표정으로 또 같은 맵에 도전하려 하는 Vv히데vV에게 갑갑함을 느낀 나머지, 매킨토시는 살벌하게 "야!!"라고 외치며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강제로 몸을 뒤로 돌려버린다.
매킨토시: 그 작은 창만 보지 말고 게임기 바깥도 좀 보라고!!
/Vv히데vV는 드디어 현실을 깨닫고 기겁한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 뒤에 있던 길쭉한 창, 그러니까 게임기 화면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구름같은 인파였다. 게임기 바깥 속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리플렉션 월드』 속에 있던 그들을 향해(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는 "<플레이 중>이라는 메시지만 띄워져 있는 게임기 화면을 향해"라고 말해야 맞을 것이다) 비난의 눈빛을 쏘고 있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니, Vv히데vV의 발바닥이 땀으로 한껏 축축해지는 느낌이다. 답이 없다.
Vv히데vV: ...하는 수 없다. 오늘은 이 쯤에서 끝내요.
매킨토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의 배려심이 너무도 부족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을 맞춰가며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는 에이신의 뒤에서, 슈도 우물쭈물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할 뿐이다. 오늘따라 게임을 끝낸 후 출력되는 문구가 그의 머리에서 빠져나가질 않는다.
-게임 한 회를 클리어한 후에 뒤에서 게임을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다시 줄을 서도록 하자!-
"...게임에 대한 네 열정과 애정은 내가 매우 잘 알고 있다. 아이돌, 학생회장으로서의 본분도 마찬가지로 잘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아. 너는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니까."
마트 안에서 나와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에이신은 지금까지 슈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생각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다.
"하지만, 슈, 이건 알아둬라. 적어도 지켜야 할 예절은 지켜. 인간과 인간 간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이것이 깨지는 순간, 너는 타인이 무언가를 즐길 시간을 빼앗아버릴 테고, 너 역시 다른 곳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정신을 여가시간에만 쏟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적어도 네가 타인을, 그리고 네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길 바라."
"...알겠어요, 반성할게요."
자신의 페이스대로 게임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한도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게임의 다양한 면모를 최대한 즐긴다. 오늘 에이신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슈는 회상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에이신의 방식은 "최강을 위해 거침없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게임 플레이 방식과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최종 보스라면 몰라도 잡몹들에게 공감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때리라고 있는 몬스터들을 때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그러나, 그저 "즐거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게임을 하는 시간은 분명히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강화하는 것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에이신 선배의 페이스대로 "게임을 하고 있는 그 짧은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슈는 생각한다.
"선배 나름대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서 저야 말로 다행이에요. 지금까지 저만 도와주려 했잖아요? 드디어 감을 잡은 느낌이네요!"
에이신이 놀란 얼굴로 슈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내가 정말 즐기는 걸로 보였니?"
"이 선배, 정말 자기에 대해서만큼은 둔감하다니까. 아무리 봐도 선배는 『리플렉션 월드』를 즐기고 있는 걸요."
반면 에이신은 주저한다. 막상 게임에서 나와보니 지금까지 자신이 창작 세계에서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얼굴이 후끈거린다. 원래는 슈처럼 단순하게 사냥을 하고 귀중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 게임의 본 목적일 터이다. 그러나 그는 작품의 본 목적을 제치고서는 "진실"이 아닌 가상 세계의 이야기에 과하게 몰입하여 동료에게 힘이 되지 못한 채 그의 방식이 자신과 어울리지 못한다고까지 생각했다. 고심 끝에 평소에는 흘리지 않을 말을 입에 올린다.
"...그런 내가 이상해 보이지 않나?"
그의 갑작스러운 말에, 그의 후배는 "하!"하고 코웃음을 친다.
"새삼스럽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에이신 선배는 원래 이상했는데요? 비난도 농담도 아닌 진심이에요."
그런가. 에이신은 사색의 세계에 발을 올리지만, 완전히 그것을 담그지는 못한다. 우연히 모모히토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 갑작스러운 만남에 놀라지만, 모모히토는 특히 두 사람의 등장에 여간 놀란 게 아닌 듯하다.
"...어라, 아마미네 군과 마유미 군이잖아. 둘이서 약속이 있었나 보네."
모모히토가 자지러지게 놀란 기색을 보인 것을 제대로 포착한 에이신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이는 한편 상냥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맞아, 『리플렉션 월드』를 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리플렉션 월드』라는 단어에 약간 움찔하지만 이내 "아, 재밌었겠네. 둘이서 열심히 무언가를 함께 하는 모습 보기 좋아"라고 말하는 모모히토를 보고, 에이신은 '역시 우리끼리만 여가 활동을 보내서 서운한 건가' 생각하며 다음에는 그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가 판단을 하던 틈을 타, 슈가 모모히토에게 통상적인 질문을 건다.
"모모히토 선배는 어디 가는 길이세요?"
"아, 다음주 미술 수업 때 쓸 물감을 사러 가는 길이야. 연두색을 다 썼거든. 그리고 자잘한 문구 용품도 구해 두게."
모모히토 빼 놓고 둘끼리만 여가 활동을 즐기는 상황을 슈 역시 달갑게 여기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이 마을 근처에 근사한 문구점이 있었죠. 거기 가는 거죠?"
"아, 응, 맞아. 거기로 향하는 길이야."
"그럼 같이 갈까요? 에이신 선배는 어떠—"
"...아니!! 괜찮아!!"
모모히토의 매몰찬 거절이 도리어 두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잠깐의 정적 후, 모모히토가 조금 위축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두 사람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데 굳이 날 위해 번거롭게 그럴 필요는 없잖아...!"
"에, 우리는 괜찮은데..."
그러나 모모히토가 정말로 곤란해 하는 듯한 표정을 보고, 에이신은 슈와 함께 가던 길로 가기로 한다.
"우리가 굳이 도와주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돌아가도록 하자."
"...뭐, 알겠어요. 그치만 다음에는 모모히토 선배와 꼭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테니까요."
모모히토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지만, 이내 묘하게 기쁜 미소를 띠고는 앞으로 걸어 나가며 황급히 작별을 고한다. 마치 "살았다!"고 말하듯이.
"그래? 그러면 기대할게! 그럼 두 사람 모두 안녕...!"
"조심해서 가."
"다음 레슨 때 봐요, 선배!"
모모히토의 등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슈와 에이신. 그토록 보고싶던 동료를 만났는데, 어쩐지 가슴 한 켠이 빈 느낌이다. 슈는 이 허한 감정을 에이신에게 뱉어낸다.
"뭔가 허무하네요."
"그러게."
마치 우리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던 몬스터들처럼.
에이신의 눈이 괴로움으로 커진다.
/그 날 밤 10시의 『리플렉션 월드.』 플로리아 마을은 초록빛의 촛불을 집 곳곳에 켜며 밤만의 활기를 뿜어대고 있다. 그 마을을 향해 발길을 옮기는 하나의 그림자가 저쪽에서 보인다. 놀랍게도 이 시간에는 나타날 것 같지 않았던 매킨토시가 플로리아 마을을 다시 방문한 것이다. 계획해 두었던 버나드 쇼의 희곡 읽기를 제치고 다시 한번 게임에 접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을 정도로 자신이 무찌른 몬스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모양새이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과일을 나눠 먹고 있던 주민들이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을 확인한다.
마을 주민 2: 어라, 너는...!
매킨토시: 안녕하세요.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 아, 그 오빠다! 안녕!!
/매킨토시가 밝게 웃으며 회답하려 하나, 그를 뒤따라오는 뭉툭한 존재들에 미소가 확 사라진다. 세타들이 그의 뒤에서 함께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는 자신을 따라온 세타들을 매킨토시 앞에 데려다 놓는다. 매킨토시는 그들의 동족을 살해했다는 죄악감, 가이어스 숲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압박감에 휩싸이는데.
아이: 이 세타들이 오빠를 보자마자 반갑다고 뛰쳐나왔어요! 오후에 숲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아이의 말에 흡칫 놀라서 자신의 앞에 있는 버섯 한 송이를 들고는 눈을 맞춘다. 세타들의 눈동자에 하트 문양이 그려져 있다. 아, 이 녀석들은...
매킨토시: 아, 맞다. 나의 광선을 맞고 내 동료의 공격으로 쓰러진 녀석들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 안도의 미소를 가득 머금은 매킨토시의 모습에 아이 역시 기쁨을 감추지 않고 까르르 웃는다.
아이: 오빠 같은 용사님들이 이 세타들을 "정화"했어요! 용사님들이 이 애들에게서 "어둠"을 거두어서 다시 "빛"으로 돌아온 거라고 엄마가 설명해 줬어요! 오빠들이 세타들을 되돌린 거예요!!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타들이 모두 매킨토시를 일제히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은 발르 미장센의 효과가 아니다. 버섯들은 그들의 또렷한 의지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붉은 세타 중에서도 특히 큰 녀석이 매킨토시의 앞에 서서는 바로 몸을 뒤로 돌려 그대로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도 매킨토시 주위에 둥글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아이: 이것 봐요! 세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렇게 둥글게 둥글게 모여 앉아요! 자신들을 "어둠"에서 구해준 고마움의 표시인가 봐요!!
/"정화..." 그렇다. 매킨토시와 Vv히데vV는 일방적으로 몬스터를 숙청하는 것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의 체력이 0이 되는 순간 그들은 빛의 기둥이 되어 사라지는 것, 그것은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시작"을 뜻하는 것이었다. 전투란 자신에게도, 어둠에 잠식된 생명들에게도 성장과 평온을 부여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문득 이전에 자신에게 주먹으로 부정한 짓을 저지당한 후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던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때의 학생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분명히 진실이었다. 여전히 그 방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만, 때로는 마음을 확인하고 전달하는 수천가지의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매킨토시는 고개를 떨구고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쉰다.
매킨토시: ...그렇군... 정말 그렇구나...
/그러고서는 자신의 주위에 서 있는 세타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춘다.
매킨토시: ...다행이다. 죽는 게 아니어서.
/매킨토시는 대장 세타를 자신의 품에 안는다. 버섯임에도 온기가 느껴진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자기도 모르게 세타를 꼭 끌어안는다. 그러자 세타는 그의 체온에 안정을 느꼈는지 몸을 살짝 늘어뜨린다. 다른 세타들도 샘이 나는지 그에게 몸을 기대가 시작한다. 작은 온기가 여럿이 모이니 조금 더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매킨토시는 그들을 절대 밀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느낌을 계속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을 정도다.
마을 주민 1: 소년, 이것 좀 먹어 봐. "코르 말룸"이란 과일인데, 자연적으로 키운 데다 오늘 갓 따서 꽤 맛있다고!
/매킨토시는 주민에게 선물 받은 과일을 감사의 인사와 함께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사과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 쪽은 하트 모양에 가깝다. 또한 껍질 색은 분홍빛이 감도는 빨간색이다. 마치 그가 날렸던 매료의 화살 광선을 연상시키는 모양과 색.
매킨토시: 잘 먹겠습니다.
/한 입 베어 물자, "콰삭" 소리와 함께 입 안으로 분홍빛 과즙이 파도같이 쏟아진다. 달콤하다. 그러나 질리도록 단 맛이 아니라, 청량함 또한 양껏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단 맛. 현장에서 수십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듯한 상쾌한 매력을 지닌 맛. 사과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것보다도 달고 그것보다도 상쾌하다. 베어 물 때 코에 묻은 분홍 과즙에서는 신비한 향긋함이 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매킨토시의 눈은 에메랄드처럼 번쩍이며 쉴 새 없이 과일의 속을 파헤친다. 씨 부분만 앙상하게 남긴 채 짧은 광란을 즐긴 매킨토시는 입가에 묻은 즙을 오른손으로 슥 닦아내며 코르 말룸 못지 않은 청량한 미소로 회답한다.
매킨토시: ...하. 정말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마을 주민 4: 맛있지? 플로리아의 자랑스러운 특산품이라고!! 여기에 바구니 째로 준비했으니 양껏 먹고 가~!
마을 주민 3: 청년, 코르 말룸 몇 개 챙겨도 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답례는 이것뿐이야.
매킨토시: 이런, 제게는 이것만한 선물이 없는걸요. 감사합ㄴ...
/마을 주민에게서 코르 말룸 10개를 전달받은 순간, 매킨토시의 미라주 컴퍼스의 빛이 그것들을 전부 집어삼킨다. 놀란 표정으로 기기를 들여다보니, '인벤토리'에 과일이 저장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매킨토시는 비로소 자신이 현재 온기를 느끼고 있는 세계가 가공의 공간이란 것을 깨닫는다. 묘하다. 분명히 자신이 먹은 과일은 선명한 향과 맛이 났는데. 자신의 손에 스친 아이와 생물체들에게는 따뜻함이 느껴졌는데. 매킨토시는 커다란 바구니 안에 쌓인 코르 말룸 하나를 꺼내어 베어 물고는 사색의 바람에 자신의 의식을 맡기기 시작한다. 오후에 아이에게서 느낀 "공존의 체온"이 손끝에서부터 가슴으로, 뇌로 전달됨을 느낀다. 허상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것, 허상에서 오감을 느끼는 것. 그것은 내가 "그것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고, 숲의 주인들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 가상의 존재는 자신과 숨쉬게 되고, 온기와 향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 그들과 말을 나누고 싶기에, 이들의 체온을 느끼고 싶기에, 과일의 맛을 맛보고 싶기에, 불가능한 것을 "가능토록" 하고 거짓일 수 있는 감각을 "실체"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곳에서는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을 양껏 느껴도 된다. 이 곳에서는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수많은 것들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그 누구도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이들과 함께 공상 속에 섞이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함께 인간의 정을 나눌 수 있다. 슈와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전개할 수 있다. 나는 정말로 『리플렉션 월드』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셀프 프로듀스하고 있는" 것이다.
/선배는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나름 게임을 즐기고 있었구나, 선배의 방식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구나, 를요. 슈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장으로 이해하는 듯한 에이신이다.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온 코르 말룸의 시원달달한 향이 그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매킨토시: 후훗, 게임이란 정말 재미있는 문명이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8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1-5
매킨토시
-레벨: 8
-습득한 테크닉 수: 1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1-5
- 카테고리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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