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존이설/청명이설] 타생지연他生之緣

[청명이설/검존이설] 他生之緣(타생지연) - 3. 치지도외

구화산으로 트립한 유이설

* 원작 파괴, 적폐, 무협알못, 개연성x

*각자 해석에 따라 논컾으로 봐도 상관x

* 짤방을 패러디한 시츄에이션이 있습니다

* 置之度外(치지도외) : 문제 삼지 않고 내버려 두다 



“이 상태에서 청명 사형에게 비무를 요청했다고요?”

“…….네.”

“대체 왜...”

“...검을 사용해보면 제가 어디에서 온 건지 기억이 날까 해서.”

의약당에서 제대로 살펴본 유이설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배 뿐만 아니라 온 몸 곳곳에 아직 새 살이 돋지 못한 상처들이 다시 벌어진 채 피에 젖어있었다.

유이설은 부러 질책은 않았지만 제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의약당 제자의 눈을 슬쩍 피하며 착실히 치료를 받았다. 처치를 마치고 쉬고자 화산에서 내어준 방에 들어가니, 유이설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청자 배인 화산의 제자들이었다.

“그 청명에게 비무를 요청했다니, 사형이 비무인 척 하라고 협박한 거 맞죠?”

“저한테는 솔직히 말씀해주십시오! 저희 내기했단 말입니다.”

“오래도록 닦아온 검술 같은데, 출신이...”

“몇몇 현자 배 아이들은 소협이 선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소이다.”

유이설은 쏟아지는 말들에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쏟아지는 피로에 그들을 물리고 싶었으나, 이들이 모두 사조라는 생각에 전부 정성껏 상대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깊은 밤 중이 되었다. 아마 유이설의 삶 중 가장 많이 말을 한 날이었을 것이다.

유이설은 침상 위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방 안에서는 언제나 지냈던 처소와는 비슷한 듯 다른 냄새가 났다. 주변이 고요해지니, 유이설은 오늘 하루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사질의 정체가 뭐든 간에 사질은 사질이라 했건만 청명이 사실 까마득한 선조, 그것도 매화검존이었을 줄이야. 설령 청명이가 마교 출신이라도 품을 각오를 했던게 헛된 결심이 되었다.

유이설은 청명이 매화검존인걸 알았는데도 저도 모르게 그에게 몽니를 부린 자신 또한 믿기지 않았다. 사조에게, 그것도 매화검존에게 반말에 몽니라니. 돌이킬 수 없는 기사멸조였다.

청명이 전생과 현생을 걸쳐 짊어진 선조의 짐을 없는 척 하며 무너져가던 화산을 일으켰을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유이설의 아버지가 묻힌 무덤에서 선조로서 손수 매화를 피워 보여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눈가가 시큰해질 것 같으면서도, 정작 눈앞에 있는 청명은 한량마냥 말썽을 부려 사형에게 혼쭐이 나고 괜한 의심으로 자신을 몰아붙여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은은하게 부아가 치밀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긴 시간 모든 것을 홀로 버틴 청명의 행동이 이해는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었다. 그토록 자신에게 짐을 덜어주길 바랬는데, 그래서 청명에게 힐난을 담은 검을 휘둘렀던 적도 있었는데. 계속 야속하게 굴었던 청명에게서 자신이 파고들만한 빈틈이 보이는 것은 뿌리칠 수 없는 기회였다. 여하튼 늘어놓자면 정말 많은 이유들로, 유이설은 청명의 머리를 검집으로 내려쳤던 것이다.

유이설은 방 안에 정 자세로 누워서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일단 최우선으로는, 대가리를 조심해야 한다. 청명은 반드시 자기가 당한 것은 이자 쳐서 넉넉히 갚아주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두번째,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두가 유이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얼른 사라져서 여기서 청명에게 저지른 기사멸조를 덮어야만 한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도저히 짚이는 바가 없지만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고민해봤자 소용 없는 짓이다.

분명 화산에 돌아온 것은 맞는데 자신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화산이라니. 유이설은 허전함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유이설은 온 몸을 두들겨 맞은 것만 같은 통증에 신음해야 했다. 방에 들어와 유이설의 부상을 돌보아주던 의약당의 제자들 중 한 명이 한마디를 보탰다.

“소협은 이미 한 번 죽을 뻔했던 사람이오. 기억하시오.”

그로부터 며칠 동안은 유이설의 예상과 다르게 아무일 없이 평화롭게 지나갔다. 유이설은 청명의 습격(?)을 대비하여 언제나 기감을 곤두세웠지만, 화산은 그가 나이가 차자마자 틈만 나면 청명을 강호로 내보내왔던 것이다. 유이설이 청명의 행방을 물어보면 청문과 함께 어딘가로 보내졌다는 말 뿐이었다.

수 일이 지나서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느끼자 유이설은 새벽부터 연화봉을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화검법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유이설은 검 대신에 나뭇가지를 들고서라도 자신의 검로를 그리고 또 그렸다.

이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연화봉에서 검로를 그리고 있던 유이설은 갑자기 느껴지는 낯선 기운에 뒤를 돌아보았다. 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청명이었다.

“머리는 왜 싸매고 있어?”

“방어.”

“...찔리기는 하나보네. 받아라.”

“?”

유이설의 손에 목검이 들어왔다. 청명은 제 허리춤에 있는 검을 들고 어깨에 걸쳤다.

“이걸로 못 끝낸 비무 다시 해. 또 장난질 치면 가만 안 둬.”

비무는 이렇다 할 선언도 없이 청명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유이설은 침착하게 청명의 검을 받아쳤다. 간 보기는 끝났다는 듯, 먼젓번보단 훨씬 빠르고 묵직했다. 청명은 막을 줄 알았다는 듯 순식간에 궤도를 바꿔 유이설이 비워놓았던 좌측을 노렸다.

유이설은 침착하게 검을 흘려냈다.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무게였다. 훌륭하게 펼쳐진 화려함 속에 무게를 품은 화산의 검. 청명은 무게 있되 결코 느리지 않은 검격들을 날리고, 유이설은 능숙하게 그걸 막아내거나 흘려냈다. 일전의 비무에서 유이설이 구사한 검의 특징을 어느정도 파악했는지, 청명은 유이설이 적극적으로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천천히 시간을 두고 유이설의 균형을 깨는 전략을 펼치는 듯 했다.

유이설은 검 너머에 있는 청명의 눈을 바라봤다.

짙은 눈썹 아래 빛나는 두 눈은 캐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 빛을 띠고 있었었다. 그녀 자신도 그런 눈을 해봤기에 잘 알았다. 청명은 아무 말도 않은 채 쉴 새 없이 유이설에게 몰아쳤다. 그 의중은 알기 어렵지 않았다.

 

- 안 보여줄거면 보여주게 만들면 되는 거지?

 

매섭게 닥쳐오면서도 더 깊게 파고 들지는 않는, 비무를 하는 것 보단 마치 절벽을 쪼개려는 듯한 단순하고 강한 중검(重劍)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유이설이 감추는 것을 기어코 알아내겠다는 듯이, 파도로 절벽을 깎을 기세로 일정하게 끊임없이.

유이설은 일찍이 힘이 많이 차이 나는 적도 상대하는 법을 알았지만 청명의 중검은 빈틈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매화검법을 사용하면 모를까. 유이설은 제 입술을 짓씹었다. 과연 청명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유이설이 방어에만 계속 주력하는 한 이 반복되는 흐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청명은 누군가가 막지만 않으면 이 짓을 해가 저물 때까지도 계속 할 것만 같았다.

유이설은 눈빛을 벼리고는 검을 튕겨내자마자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려 물러났다. 그리고는 앞으로 무릎을 굽히며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청명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너무도 일차원적이고 뻔해서, 그리고 오히려 그래서 예상하기는 어려운 수였다.

청명은 간발의 차로 검을 흘려내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목에 이토록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검이 겨누어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것 봐라?”

더없이 무모하지만 냉정하고 간결한 검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막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청명이 검면으로 살초를 흘려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이설은 다시 땅을 박차며 뛰어올라 청명에게 검격을 그었다. 그리고는 검격이 청명의 검격에 도달해 흩어지기 무섭게 정면으로 달려들어, 다시 한번 청명의 목을 노리는 살초를 펼쳤다.

그러나 청명은 되려 미소를 짓더니 종으로 그어지려는 유이설의 검을 쳐냈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파열음이 일었다. 그리고, 유이설의 검에 작지 않은 금이 갔다. 그제서야 유이설은 청명이 쪼개려는 것은 절벽도, 유이설의 균형도 아닌 유이설의 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이설은 자신의 검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느낀 찰나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고개를 들었다. 그새 뛰어올라 유이설의 눈 앞에서 횡으로 검을 그으려는 청명을 마주해야 했다.

“…….!”

유이설은 검을 향해 두 손을 모아 펼쳤다. 죽엽수의 공력이 그녀의 손을 완전히 덮기도 전에, 청명의 손이 유이설의 어깨를 밀어 땅에 넘어뜨리듯 눕혔다. 유이설의 머리칼 옆을 파고든 청명의 검이 땅을 뚫고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조각난 유이설의 검이 땅을 굴렀다.

한 손으론 검자루를 그러쥐고 다른 손으로는 양 손목을 잡은 채 땅과 제 몸 사이에 유이설을 가둔 청명이 몸을 낮추고 조용히 위협했다.

“너 이건 어디서 배웠냐?”

사실 그녀가 화산의 장공인 죽엽수를 쓰지 않았다 해도 유이설의 검은 상당히 화산의 근원과 맞닿아 있었기에, 청명과 청진을 포함한 화산의 몇몇은 유이설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기이한 것은 유이설의 검이 단순히 화산의 검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겉모습만 베끼고 내실이 없는 무학도둑들의 겉핥기들과는 달리 유이설의 검은 검을 휘두르는 데에 두는 뜻, 그 근원으로부터 화산이 느껴지는 경우였다.

게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기반은 평생을 화산에서 수련한 진신 제자의 것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당장 검에서 매화가 피어나도 납득할 정도로. 유이설은 이미 매화가 피어나기에 충분한 토양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모두들 그녀를 수상하게 여겼지만 다들 그녀가 기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구실로 일단 화산 안에 두고 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의심을 못 이긴 청명은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화산으로 돌아오자마자 낡은 검을 들고 유이설을 찾은 것이다.

궁지에 몰린 유이설은 입을 꾹 다물고 청명을 똑바로 바라봤다. 사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질에 대한 서운함이 담긴 눈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를 알리 없는 청명은 맹렬한 눈싸움에 돌입했다. 그러나 먼저 시선을 거둔 것은 청명이었다.

“왜 자꾸 눈을 그렇게 떠? 그러면 불쌍해 보인다고 내가 봐줄줄 알아!”

청명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분통을 터뜨리자 유이설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

“뭐가...?”

“그렇게! 그렇게 뜨지 말라니까!”

“생트집.”

“에휴... 말을 말자. 아니, 말 해야지. 너 무학 어디서 배웠냐고!”

“기억 안나.”

“이게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수를...!”

“정말 몰라.”

고집스럽게 입을 다무는 유이설을 보며 청명은 잠시 할 말을 고르지 못하더니, 유이설에게서 떨어져 몸을 일으켰다. 유이설은 일어나려다가 말고 무릎을 굽혀 앉은 채 조각나 나동그라진 검 조각들과 청명을 번갈아 바라봤다. 청명은 무언의 물음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남는 거 가져왔더니 이게 부러지네? 어쩐지 아무도 안 쓰더라.”

‘사기꾼.’

유이설은 속마음을 말하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추궁하지 않아?”

“몰라. 무학을 훔친거면 저어기 대륙 끝에서 화산 행세나 할 것이지, 여기 기어 들어와서는 기억 잃었다며 얌전히 입 다물고 있는 거 들볶아봤자 힘만 축나고 뭔 소용이야?”

청명은 퉁명스레 말하고는 검을 넣은 검 등으로 유이설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툭툭 쳤다.

“그리고 너가 사람이 꽤 둔하고 맹해보여서 말이야. 뭘 꾸밀 것 같아야 부리나케 추궁을 하지. 대신 내가 납득할만한 답을 줄 때까지는 화산에서 못 나간다.”

맹하다니, 유이설은 자못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새로운 용건이 떠올랐다.

“...검이 필요해.”

“검?”

“...수련. 제대로 못한지 오래됐어.”

청명은 눈을 끔뻑였다. 아, 얘 아까 나뭇가지로도 수련하던 애였지. 이 정도 열정이면 얘 스승이 엄청 예뻐했을텐데. 아니 실력도, 검에 대한 자세도 참 훌륭하긴 훌륭... 정말 얘는 정체가 뭐지?

“진검을?”

“대신 지켜봐도 돼. 수련하는 것.”

“외부인이 화산의 검으로?”

“그리고 나중에 대련도 더 해줘.”

“이게...“


 

처소에서 평화롭게 차를 들고 있는 화산의 장로들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사제, 그 유이설이 온지가 벌써 보름이 되었지?”

“그렇습니다. 화산의 검을 사용하는 것이 영 기이하나... 속가의 제자들 중에서 나온 기재라 봐야 할런지요.”

“그랬다면 진작에 우리가 알지 않았겠습니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역시 어딘가에 화산의 검이 유출된 것이라고 봐야...”

“그래도 아직은 지켜봅시다.”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라니까는...!”

“아니! 그래도!“”

찻잔이 다탁에 놓였다.

“편하잖습니까! 내 근 30년 간 이리 평화로운 날들을 맞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청명이 놈이 화산에 머무는 때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유이설이랑 비무를 한다고 매번 어딘가로 나가서 치고박기만 하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럼요! 이제 강호에 내보낼 구실 찾으러 이곳저곳에 연통을 넣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습니까! 원래 그것이 우리 일이었는데 요즘 반으로 줄었습니다, 허허.”

“사실 강호에 보내도 걱정이었습니다. 청문이도 같이 보낸다지만 또 다른 사고를 칠까봐 마음 졸이는 게 일이었죠. 정말 이설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이설이라니 아주 산문의 아이가 다 되었습니다.”

“어쨌든, 유이설이 누군지, 근처에 저 정도로 부상을 입었을 정도의 싸움이 있었는지도 사람을 보내어 조사 중이니 곧 뭔가 나오겠지요.”

“그때까지만 평화를 누립시다.”

“그, 그게 좋겠군 그래.”

 


 

유이설은 장로들 뿐만 아니라 제자들 간에서도 인기 있는 화제였다. 개중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자들도 있었다.

“미친 소리 같지만, 선녀가 맞다니까요!”

“이 놈아, 갑자기 선녀가 어디서 내려와? 요즘 세상에?”

“당연히 선계에서죠. 세상을 굽어 살피다가 너무 압도적인 재능으로 설치고 다니는 청명 사숙의 대가리를 때리러 내려온 검수 선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화산의 검도 알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참신하다.”

“그럴 듯 한데?”

“대가리?”

“그래요! 대가리를 때려서 사숙의 오만함을 꺾... 처, 청명 사숙?”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던 제자들에게 검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청명은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삐딱하게 웃었다.

“내 생각에 사질은, 검 때려치고 산에서 내려가. 그리고 소설을 써. 연극! 연극 좋다. 아마 황제도 그 극을 보려할걸? 내가 네 재능이 너어무 아까워서 이런다.”

“때려치라니 마, 말이 너무 심합니다. 사숙...”

“그래, 내가 심했지. 자고로 검수는 주둥이가 아니라 검으로 말해야지. 네 말이 맞다. 이리 와! 검 뽑아!”

“으아아아아악!”

 


 

물론, 유이설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거 조사해야 합니다! 미모로 방심하게 해서 또 다른 것을 훔치려 드는 사람이면 어떻게 합니까!”

“말조심하십시오..! 그래도 일단 화산의 손님으로 대하라는 명이 있었으니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을 겁니다.”

“그건 막 깨어났을 때 이야기고! 화산의 무학을 익힌 외부인이라니 이보다 해괴한 것이 있냐고요! 난 소름이 다 돋습니다!”

“이미 청명 사형은 어느 정도 넘어간 것도 같습니다. 계속 붙어다니...”

“훔치면 뭐?”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청명이 들이닥쳤다. 청운(靑澐)은 침을 꿀꺽 삼키며 벌벌 떨면서도 용기를 내어 반박했다.

“후, 훔치면 당연히 큰일이죠. 사, 사형도 너무 경계심이 없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유 소협이 보기 드문 미색이라고 해도, 사형도 명색이 도사인데...”

“그러면 큰일이니까 장로님들이 조사하고 있다고 했잖아! 사제는 사제 큰일이나 챙겨.”

“처, 처음 듣습니다. 그나저나 저의 큰일이라니요...”

“자기 일도 모르면 어떻게 해. 사제 실력이 지금 훔쳐 배운 것보다 못 하는데 어떻게 큰일이 아니야! 지금이 쉬엄쉬엄 담소 나눌 때야? 빨리 수련 안 해? 애꿎은 사형 능멸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 이 말이야.“

“기특해.”

유이설이 뒤에서 다가오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제들은 청명의 불호령에 풀이 죽은 건지 아니면 유이설의 등장에 제 발이 저린 건지 인사도 않고 흩어지기 바빴다. 청명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럴 땐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냐?”

“내 맘.”

“...내가 앓느니 죽어야지.”

유이설은 청자 배 제자들이 급히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무언가를 겹쳐 보듯이.

“...나는 도둑이 아니야.”

“기억 잃었다면서? 그래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면서.”

유이설이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가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화산에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

유이설의 눈을 보고 있던 청명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알아.”

“나 본지 얼마 안 됐으면서.”

“...어쨌든 알아.”

“말장난...”

“청명아! 잠시 장문인 처소로 가 봐라. 개방에서 사람이 왔단다.”

“이 사람들이 또 뭘 시키려고.”

말다툼이 비무로 이어지려 할 때 쯤, 청명은 장문인 처소로 불려갔다. 그리고 수 시진 가지 않아 유이설은 개방이 들고 온 소식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마교가 청해에서 소란을 일으켰으니 구파일방에 지원을 원한다는 곤륜의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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