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
覚えてくれる?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눈물 또한 같다. 잘 감춰질까, 눈치 빠른 네게 들키지는 않았을까. 다행히도 네게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로소 안심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마침내 나도 네게 언니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정말 만족했다.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그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너무 애쓰면 언제나 더 괴로울 것이, 보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 무력해진다. 그것은 무력감을 낳았고,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네가 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시오리, 살아.”
내가 동생에게 남긴 마지막 말. 유언인 게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말이었다. 참으로 간결했다. 나는 간결한 말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의 문장이었다면 끝까지 전할 새도 없이 날 덮쳤을 테니까. 유언인 게 무색할 정도로, 하루 동안 고심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 유언은 고작 파도에게 휩쓸려 잔상조차 남지 않을 정도의 하찮은 것이었으니.
그럼에도, 죽어서는 너를 못 볼까 두려웠다.
내 죽음이 네게 억울한 죽음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며.
있지, 언니는 시오가 너무 좋아. 언니가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내 동생이, 더 이상 슬퍼하지 않으면 좋겠어. 앞만 보고 달려가! 내가 그리운 날에는 그림을 그리고, 왠지 쓸쓸한 날에는 음악을 들어줘. 종착지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결국 도착하는 곳은 같을 거잖아? 내가 없는 곳에서도 모두를 응원해 줘, 사랑을 담아서!
바닷속에도 봄이 찾아왔다.
햇살이 내리쬐고 푸른 새싹이 돋으며, 또 다른 새 생명이 창조되는 아름다운 순간이 지속되는 계절이다. 그리고 나는, 새 생명이 창조되는 계절에 죽어버린 모순이자 파도의 포말이었다.
꽃 피는 계절에 시들어버린 나, 그리고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과도 같은 너.
그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언니?”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언니라고 호명할 수 있는 사람은…
나는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랬다. 살아있는 넌, 끊임없이 성장했구나. 또, ‘살아있는 것처럼’ 울컥했다. 네가 날 알아본 것도 기적인 것이며, 나 또한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크나큰 기적일 것이니.
그렇기에, 나는 ‘살아있는 것처럼’ 널 대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렇다. ’시오리가 알고 있는 아이라‘ 로 보이도록.
“⋯우리 시오! 많이 컸네, 머리카락도 자른 거야? 완전 파격적이잖아! 못 알아볼 뻔했어~ 랄까, 농담이지만~?”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졌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당연한 순리였다. 살아있는 네가 변하는 것도 당연했으며, 죽은 내가 그대로인 것 또한 당연했으니까.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널 대했다.
네 눈이 조금 커졌던가? 크게 당황한 네 낯을 보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커버린 너는 날 안았다. 따뜻했다. 감촉이 느껴졌다.
네게 닿았다.
이것 또한 기적으로 믿어야 할까?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네가 내 앞에 있으며, 닿을 수 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일 뿐이었다.
“헤헤. 언니 보고 싶었어?”
“⋯늦었잖아.”
나는 말없이 너를 쓰다듬었다. 짧아진 네 머리카락을 슬며시 만져봤고, 화상 자국을 쓸어도 봤다. 네 눈을 마주하며 살포시 웃었다.
“죽는다는 거, 꽤 허무하지?”
⋯⋯그러니까.
⋯⋯.
나는 침을 삼켰다.
“⋯넌 죽지 마.”
네 동공이 눈이 띄게 커졌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남길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살아. 살아서, 행복한 시간을 잔뜩 보내.”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네 표정을 향해, 올곧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내 마지막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너는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사랑스러운 내 동생. 내 하나뿐인 쌍둥이이자, 혈육.
그런 네가, 사랑스러운 네가,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감정이 아프다고 해서 뜯어내려고 하지 마.”
“모든 감정을 간직해.”
⋯⋯.
그리고…
나를 놓지 말아 줘.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나는 눈을 감았다. 직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아 한마디로 전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눈물이 고였던 것만 같았고.
그럼에도 웃었다. 네가 내게 보여줬던 다정도 함께 담아서.
“⋯⋯나를 기억해 줘.”
그렇게 내가 또 한 번 너를 떠났다.
–シオの記憶を大事にする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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