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뱅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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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닙니다.” 수신종료 버튼을 누르며 입속말로 새끼야, 를 덧붙였다. 명헌은 미간 사이에 빗금을 그리고 커피를 순식간에 반절 비웠다. 옆자리 동료가 얼마 전 출장 갔다가 사 왔다던 물건이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한 향이 나서 대부분의 직원은 마시지 않았지만,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는 점에서 명헌의 취향이었다. 원체 남들과는 다른 취향인 편이기도 했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개운하게 아침 러닝을 뛰고 찬물로 땀을 씻어냈을 때 느껴지는 상쾌함이었다. 덩크슛은 물론이고 지금이라면 림 위에 새처럼 내려앉는 것도 가능할 듯싶었다. 숨이 가쁘지도 손발이 저릿저릿하지도 않았다. 근래 이명헌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컥거려 아플 지경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우성은 몸통이 로켓처럼 동그란 펜을 쥐고 있었다.
어느 운동부가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산왕공고 농구부는 특히 부지런하기로 유명했다. 공해 없이 높은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해 머리가 산등선이 너머로 겨우 고갤 내미는 시간이 되면 기숙사 건물 앞으로 삼삼오오 익숙한 낯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아직 꿈속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듯, 눈을 채 뜨지 못한 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우성은 양팔을
시작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정류장도 도보로 15분은 걸리는 데다가, 시간당 한 대꼴인 마을버스라도 타지 않으면 변변찮은 오락기 하나 구경하지 못하는 산골짜기 고등학교에 다니다 보면 늘 똑같은 대화거리가 돌고 돌았으니까. 농구 아니면 연애 아니면 급식. 특별한 것 없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