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에 로터스] 비밀
이것은 로터스가의 푸르른 백합들의 이야기.
루미에 로터스는 로터스 家의 막내로 태어났음에도 후계자로 임명이 되었다. 그의 나이 0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루미에 로터스는 위로 형이 하나 있었다. 빛을 받으면 푸른빛이 도는 은발을 가진 그는 루미에와 유모가 같았는데, 그래서였는지 유독 둘의 우애는 남달랐다. 루미에의 잘못을 자진해서 대신 혼나기도 했던 그는 루미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형이었다.
두 사람은 이상한 것들을 공유했다. 호위 기사나, 유모, 직속 시종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에 두 사람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오래 같이 있을 수 있다며 좋아하곤 했다.
어머니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랐던 두 백합은 어느 날 밀 빛의 두 여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큰 여자는 자신을 형제들의 어머니라고 소개했다. 작은 여자는 자신을 형제들의 누나라고 소개했다.
셋은 루미에의 기억 속에서 행복했다. 유모가 만들어 준 애플파이를 가지고, 백합 동산에 올라가 가시를 피해 화관을 만들곤 했다. 집은 두 여자가 온 뒤로 더 부유해져서 부모님을 뵙기 어려워졌지만, 그만큼 형제들의 우애는 남달랐다. 루미에가 생각하기로는 그랬다.
이것은 로터스 家가 숨기고 있는 백합들의 이야기.
로터스의 현 후작 샬로메에게는 세 명의 부인이 있다. 첫 번째는 정실부인으로 유서 깊은 백작가의 차녀였던 여자였다. 그녀는 아주 늦게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 이름을 항상 빛나라는 의미로 루미에라고 지었다. 두 번째는 정부로 하녀 출신인데, 정실부인과 샬로메 후작 사이에서 아이가 나오지 않아 그와 하룻밤을 보낸 후, 아이를 낳고 도망친 여자였다. 무려 정실부인보다 1년이나 먼저 남자아이를 낳았지만, 돈만 받고 제 아이를 팔아 도망쳤다. 세 번째 여자는 밀 빛 머리를 가진 고귀한 신분의 여자였다. 원래 샬로메 후작의 약혼녀였던 그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샬로메 후작과의 약혼을 파혼했다가 자기 딸을 데리고 되돌아온 참이었다.
밀 빛의 여자는 샬로메 후작과 파혼한 이후 많은 후회를 했다고 했다. 제 자식들보다 큰 아이를 낳은 사람답지 않게 젊었던 그녀에게 후작은 다시 금방 빠져들었고, 정실부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제 부인으로 들였다.
가장 고귀한 백합은 결국 하나뿐이었으니,
그녀의 딸 아그네스는 그녀를 똑 닮아 밀 빛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꼬질꼬질했던 첫인상과 달리 아그네스의 능력은 무척이나 뛰어났고, 형제들은 그런 아그네스를 쉽게 받아들였다.
황금 장미는 백합들이 질투가 났다.
아그네스는 형제들에게 무척이나 약하게 굴었다. 형제들은 그런 아그네스를 항상 돕고 제 것을 나누어주었다. 특히 루미에의 형은 그 정도가 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합을 갈기갈기 찢어 낼 방법을 찾았다.
루미에는 무언가 아니다 싶었지만, 아직 어려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야금야금 자신의 지분을 먹어 치우는 장미 한 송이를 꺾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이후.
그것은 장미가 아닌, 꽃을 먹어 치우는 해충이었다.
자신에게 쌀쌀맞아진 누이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그런 그녀에게 푹 빠진 형을 미워하지 못한 작은 백합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 되었음을 모른 채.
그 뒤의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
푸른 백합이 저 자신을 뿌리 뽑고 싶어지게 만든 잔인한 일들.
어린 백합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못했고, 홀로 은은하게 향기만 내 뿜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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