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주아케, 키스
*저도 페르소나 안하긴 했는데요… 뭐, 아무튼 날조와 스포가 한가득
*이게 그 잔류?인가? 어나더 엔딩? 암튼 그거일거임
*만화로 그리려다가 드랍해서 많이 이상함 사실그냥이상함.
*그리고 소재로 키스넣을거면넣은사람이걸려라제발
유난히 체스에 집중하지 못했던 아케치는 다소 허망하게 승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체크메이트.”
이겼다며 실실 쪼개는 아마미야를 보고 있자면, 원인불명의 짜증이 치솟았다. 그에게 졌다는 사실이 분한 건 아니다. 게임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으니까. 패배의 원인은 본인에게 있었다.
“…왜?”
그래, 이를테면 저 눈. 안경 아래로 비치는 새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향할 때면, 스스로의 밑천이 드러나는 기분이다.
유난히 저 녀석이 짜증난다.
2월 2일, 날씨는 눈.
어두운 밤하늘이 열심히 눈을 토해내고 있을 무렵, 르블랑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마루키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자.”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아케치의 반문은 당연했다. 거짓은 확실히 달콤한 과실이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처럼, 진실마저 잊고 드넓은 에덴동산에서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모두가 행복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계. 그러나 아케치가 알고 있는 아마미야는, 그 선악과를 기필코 씹어먹을 녀석이었다.
“진심이야.”
“….”
아케치가 간과한 것은 자신이 변했듯 아마미야 역시 변했다는 것이다.
아마미야의 판단은 아주 타당했다. 행복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행복으로 직결된다면 마루키의 세계 역시 행복한 세상이겠지. 그럴듯한 거짓은 그 속에 살아가는 이들로 하여금 진실로서 존재한다. 스스로가 타인이 되어 살아가고 죽은 이조차 돌아오는 세상. 아픈 건 나쁜 것이고, 나쁜 것은 피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실을 살아가던 아마미야였기에, 아케치는 이런 선택을 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케치는 그제야 아마미야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속에서 아케치는, 역겨움을 느낀다.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그와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정확히는, 하지 못한다.
“…거래도 끝이다.”
너의 선택이 되려 나를 짓밟고 있음을, 너는 알까. 짓밟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서, 날 비참하게 만들고 있음을.
아케치는 도망치듯 르블랑을 나왔다. 뺨에 부딪히는 눈발은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2월 3일, 날씨는 흐림.
르블랑에서 모두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케치는 불을 켰다. 방의 한쪽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갑 한 짝을 발견했다.
“….”
적당한 두께의 검은색 가죽 장갑. 그가 못 알아볼 리 만무한, 너무나도 익숙한 장갑이었다. 잘 보관되어 있었던 것인지 처음 상태와 비슷했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어쩌면 돌려받지 않길 기도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에게로 돌아와 있었다.
거짓말처럼.
2월 4일, 날씨는 맑음.
한동안 욘겐자야에서 지내기로 했다는 아마미야의 말에 괴도단 모두가 기뻐했다.
아케치 역시 언제나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2월 14일, 날씨는 맑음.
아마미야와 소지로는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너 좀… 재밌는 소식 없냐? 여기 온 지 거의 1년 됐잖아?”
소지로의 말에 아마미야는 하던 설거지를 멈췄다.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였던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초콜릿을 준다는 대기업의 상술은 확실히 낭만적이다. 물론, 연인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했지만.
아마미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지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입을 열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다….”
소지로의 입을 막은 것은 문에 달린 종소리였다.
“실례합니다.”
종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는 미소녀…라기엔 조금 낮았다. 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아케치가 서 있었다. 순간 소지로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보였지만 아마미야는 내색하지 않았다. 류지가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은가.
“…잠시 렌 좀 빌려도 괜찮을까요?”
아케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물었다. 이에 소지로는 흔쾌히 아마미야를 넘겨주었다. 류지였다면 붙잡혀서 설교를 들었겠지만, 아케치는 왜…. 이케맨이라 다른건가?
그렇게 둘은 밤의 욘겐자야를 걷는다.
의미 없는 대화가 둘 사이를 오갔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입김처럼, 대화의 주제는 하나로 정해지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쯤 아케치는 걸음을 멈췄다.
“….”
아케치는 드물게 할 말을 골랐다. 그깟 얄팍한 자존심 때문인 건지.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쉽사리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았다. 대신 아케치는 아마미야의 목도리를 쥐고는 그대로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키스라는 행위에 대해 알고 있다. 서로의 입을 맞대고 타액을 교환하는 다소 비위생적인 행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행하는, 어쩌면 성스러운 행위이려나. 사랑과 성욕이라는 것이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저 감정으로서, ‘사랑’이라는 명목이 아름답기에 그렇게 포장할 뿐. 입속의 근육 덩어리를 서로 비비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질 지 알 바가 아니다. 비이성적인 ‘마음’이 가는 데로. 그렇게 맞닿은 일부가 합쳐진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둘은 다시 떨어졌다. 방금의 찰나가 거짓말인 것처럼, 달아오른 숨은 순식간에 희석되어 사라진다. 조금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아케치는 노래하듯 말했다.
“난 이곳을 떠날 거야.”
변화는 두렵다. 거짓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된 거짓은 도리어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행복한 이곳이기에, 오히려 그는 행복할 수 없었다. 그 속에서 아케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미야를 홀로 두는 것이었다.
닿지 않은 마음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마음이 닿았기에 그래서 더 끔찍하다. 이것이 자신을 저버린 아마미야에게 그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다.
“아케치.”
그의 부름에 아케치는 다시금 시선을 마주한다. 올곧은 저 시선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
아케치는, 미소를 짓는다.
“설령 달라진다고 할지라도 생각하지 마. 넌 이미 선택했고, 이건 그 결과의 일부에 불과해. 항상 네 선택이 최선이라 생각하면서 살아.”
나 역시도 그럴 테니.
“안녕.”
인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케치의 도주는 성공적일 것이다. 언제나처럼, 현재의 최선을 택하고 최선을 다한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2월 15일, 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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