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불재

우상

멧조, 망돌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과거 홍백가합전에 두 차례 출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카OO OOO가 하네다 공항에 시체를 유기한 사실이 밝혀져….”

어두운 방 안, 홀로 켜진 화면 속에서 아나운서가 말한다.  오오사카 소고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사람 들어본 적 있어. 몇 차례의 히트곡 이후로 줄곧 하양세를 걷던 사람.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는구나. 

회광반조(回光返照)처럼,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 역시 한 순간 쏠린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얼마나 한심하게 꺼져가는지 확인하겠지. 그 빛이 얼마나 찬란했는지는, 꺼지고 나면 거짓말처럼 잊힌다. 참으로 잔인하구나 싶으면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는 지켜볼 가치조차 없는 빛도 있으니.

소고는 손으로 화면의 빛을 가렸다. 당연하게도 손가락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저 빛이 우리의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을, 혹자는 별에 빗대어 표현했다. 어두운 관중석 속 여러 가지 색을 가진 형광봉, 그리고 그들 중 가장 크고 현란하게 빛나는 스테이지. 태양처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존재. 그렇다고 닿아서는 안 된다. 하늘을 정복한 인간은 더 이상 하늘을 섬기지 않으니까.

닿을 듯 말 듯.

딱 그 정도의 거리에서 신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거짓을 쓰고 광을 내면 되는 거다. 화면 모습 그대로 눈앞에서 춤추고 노래해 주는, 말 걸면 반응하고 눈이 마주친다면 웃어주는 가장 가까운 곳의 스타. 인간의 모든 욕망과 소망을 쑤셔 박은 만인의 연인. 수많은 형광봉이 흔들리며 연호 받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소녀들의 우상(the idol of the bobby soxers)과도 같았겠지. 참으로 걸맞은 표현이었다. 우상은 결국 악의 상징이니까. 

그는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당연하게도 빛은 잡히지 않았다.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손을 삐져나와 그를 비출 뿐이었다.

신의 존재는 인간의 믿음으로 성립된다지. 신을 따라 한 우상 역시 마찬가지다. 관측되지 못한 별은 이름 없이 죽는다. 섬길 이 없는 우상은 가치가 없다. 지켜봐 줄 팬이 없는 아이돌은 성립될 수 없다. 그것이 그들의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린아이의 공상일지도 몰랐다. 목표는 목적지였지만, 애석하게도 길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럼에도 타마키는 소고의 노래를 불렀고, 소고는 타마키의 목소리를 들었다. 때론 빨라도, 때론 느려도. 어쩌면 포르티시모보다 강해도, 피아니시모보다 여릴지라도.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괜찮을 거라 믿었다. 어떤 고난도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이돌이 자본과 산업의 산물이라는 것을 망각했다. 그들의 실력 고하와는 상관 없이, 그저 돈많은 자가 이기는 싸움일 뿐이다. 우상은 순전히 실력으로 시선을 끌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었다.

“최근 FSC사의 회장, 오오사카 소시는…“

아버지.

그 놈의 아버지.

짙게 드리운 오오사카라는 그림자는 눈을 가렸다. 동시에 그들의 미래도.

틱-

화면은 빛을 잃고 꺼졌다. 동시에 그의 시야도 검게 물들었다.

언젠가 그림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족쇄를 끊어내고 그 끔찍한 족속들과 멀어지고 나면 다 괜찮아질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빛이 닿는 곳에는 그림자도 닿기 마련이였다. 우리가 아무리 빛나더라도 그림자가 드리울테니.

그렇게 소고는 깨닫는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페르소나(Persona)는, 이곳에선 의미가 없다. 경험은 사고를, 욕망은 성격을 결정한다. 자신의 자아(ego)는 이미 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들이 만들고 벼려왔던 것이 양날의 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릴 차례다.

“…쨩.”

페르소나를 벗고 드러난 그림자(Shadow) 또한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리라. 이제는 그 검이 그들 스스로를 쑤신다.

“…소쨩!”

그리고 그 순간 불이 켠 것은 타마키였다.

“아, 미안해. 타마키 군.”

“소쨩,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생각할게 좀 있어서.”

소고는 다시 시선을 화면으로 옮겼다. 검은 화면에는 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편안해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걱정마, 타마키 군.”

네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 소고는 뒷말 대신 미소를 지었다. 전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말은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소쨩, 뭐 숨기는거 아니지?”

타마키의 시선 속에서 불안이 느껴졌다. 그러나 소고가 택한 것은 회피였다. 

“그럴리가.”

도망치듯 바라본 창 밖은 어두웠다. 별은 도시의 야경에 빛을 모조리 빼앗겨 새까만 색이었다. 

누군가 바라봐주지 않는 빛은 의미가 없다. 네가 나를 끝까지 바라봐주길 바란다면, 그것은 내 욕심이겠지. 그렇기에 자신이, 타마키를 위한 어둠이 된다. 너는 내 빛을 탐욕스레 잡아먹기만 하면 된다. 다행히도 네 빛이 꺼질 일은 없다.

“푸딩 먹을래, 타마키 군?”

적어도 내가, 최후까지 네 빛을 바라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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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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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 날다람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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